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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설 증폭, 트럼프의 플랜B는··· 정권교체? 북한 주민 봉기?

글 |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photo 연합 / (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photo 노동신문
‘오퍼레이션 에이잭스(Operation Ajax)’. 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고 친(親)소련 정책을 추진하던 이란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크(1880~1967)를 군부 쿠데타로 축출한 비밀공작의 명칭이다. 모사데크 총리는 1951년 반(反)서방 정책을 펴면서 영국과 합작한 석유회사를 강제로 국유화했다. 모사데크 총리는 소련의 영향으로 힘을 키운 이란 공산당과 손을 잡았다. 이권을 잃게 된 영국은 미국에 도움을 청했고, 미국은 모사데크가 소련과 가까워질 것을 우려했다. 당시 ‘이란이 공산화하면 중동 국가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CIA에 영국과 협력해 모사데크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비밀공작을 벌이라고 지시한다. CIA는 이란 군부와 은밀하게 접촉해 쿠데타를 부추겼다. 모사데크는 결국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반역 혐의로 체포됐다. 쿠데타에 성공한 이란 군부는 친서방 성향의 팔레비 왕정을 복원시켰다. 오퍼레이션 에이잭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CIA가 외국에서 추진한 첫 번째 레짐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 작전이었다. 이후 CIA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까지 15차례나 정권 교체를 시도해 대부분 성공했다.
   
   
   김정은 정권 교체설 솔솔
   
   북한이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에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CIA 국장은 지난 7월 20일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 포럼’에 참석해 북한의 레짐체인지를 언급했다. 레짐체인지는 정권 교체 또는 체제 변화를 의미한다. 현 정치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이념이나 가치, 이에 기반한 지배층의 뿌리를 뽑는 정치 변동을 뜻한다. 레짐체인지는 지배계층의 근본적인 교체가 없을 경우 외부 또는 내부의 힘에 의해 권력을 교체하도록 외교적·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폼페오 국장은 “북한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현재 그것을 통제하는 인물(김정은)”이라면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핵 능력과 의도를 가진 사람을 분리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오 국장은 “나는 북한 정권을 핵에서 분리시키는 방법을 우리가 찾을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나는 북한 주민들이 그(김정은)가 사라지는 것을 열렬히 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폼페오 국장은 또 “CIA와 국방부는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무엇이 최종 수단인지를 놓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오 국장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 정책과는 다른 견해라고 볼 수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정권 교체, 정권 붕괴, 흡수통일, 38선 이북 침공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NO(노)’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는 정책에 따라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경제·외교적 수단을 활용해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북한이 비핵화의 뜻을 밝히면 대화를 통해 협상한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에 적극 동참해주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이런 대북 정책은 중국의 비협조로 상당한 차질을 빚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협력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은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 병행)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결이 다른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인 대북제재는 물론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제재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원유공급 중단도 거부해왔다.
   
   현재 북한은 ICBM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북한이 이르면 내년에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내용의 비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걸린다던 정보기관들의 기존 판단을 절반 이상 앞당긴 것이다. DIA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8년 어느 시점에 신뢰성 있는 핵 탑재 ICBM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북한의 ICBM이 현재의 시험제작 원형 단계에서 내년까지 실제 생산라인 단계로 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월 4일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의 최대고도는 2802㎞, 사거리는 933㎞였다.(북한의 주장) 당시 미국 국방부는 화성-14형을 ICBM으로 분류한 바 있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연맹의 데이비드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이 표준 궤도로 날아가면 최대 6700㎞의 거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 본토 48개 주와 하와이에 도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거리지만 알래스카 전역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 압박
   
▲ 미군 특수부대가 적진 침투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미육군사이트

   북한은 또 지난 7월 28일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최대고도는 3724㎞, 사거리는 998㎞였다.(북한의 주장) 미국 국방부는 이번에도 능력이 향상된 화성-14형을 ICBM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의 추정 사거리를 1만여㎞라면서 서부 해안은 물론 뉴욕, 보스턴과 같은 동부 주요 도시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이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날아간다면 사거리는 1만400㎞에 이를 것”이라면서 “로스앤젤레스, 덴버, 시카고는 물론 보스턴과 뉴욕이 사거리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자 트럼프 정부는 독자제재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다자제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또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도 시행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의회도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트럼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25일 하원에서 찬성 419표, 반대 3표, 7월 27일 상원에서 찬성 98표, 반대 2표의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이 법안에는 북한의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를 거부한 국가의 선박 운항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고강도 제재 방안들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된 이 법에 따라 앞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 조치를 시행한다.
   
   문제는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우선 검토하는 옵션은 군사작전이다. 대규모 침공이나 제한적인 선제타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 또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김정은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군사작전 옵션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작전을 감행했다가 대규모 전쟁을 초래하는 ‘불편한 현실’에 봉착할 수 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이 산악지대의 지하 동굴에 숨겨져 있고, 미사일을 이동발사대로 운반하기 때문에 선제 타격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북한의 보복으로 한국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약 1000만명 등 수도권이 인구 과밀지역이어서 북한의 방사포와 미사일 공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폼페오 국장이 언급한 레짐체인지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폼페오 국장은 7월 26일 외교안보 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과의 인터뷰에서 “CIA 차원의 비밀공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CIA가 대북 임무를 수행할 ‘코리아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KMC)’를 설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CIA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정보 총괄조직을 만든 것은 ‘코리아임무센터’가 사상 처음이다. KMC는 CIA 요원들은 물론 DIA 등 정보기관들을 비롯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과 재무부 소속 금융 제재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KMC의 책임자는 50대 중반의 한국계 미국인 앤드루 킴(한국명 김성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IA 내 대표적 북한 전문가로 CIA 한국지부장과 아·태지역 책임자(차관보급)를 지냈다. 올 초 퇴직했다가 다시 복귀한 그는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고교 시절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KMC는 오는 10월 미8군 예하에 창설될 대북 휴민트(HUMINT·인적정보)를 전담하는 524정보대대와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게다가 폼페오 국장은 CIA 2인자인 부국장에 여성인 지나 해스펠(60)을 발탁했다. 1985년 CIA에 들어온 해스펠 부국장은 비밀공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영국 지부장과 국가비밀공작부(NCS) 부장, 중남미 지국장, 대테러센터장 수석 보좌관 등 요직을 거친 해스펠 부국장은 최고의 스파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8월 위기설과 플랜B
   
▲ 김정은이 북한군 장성들에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시하고 있는 모습. photo KCNA

   그렇다면 폼페오 국장이 추진할 비밀공작은 무엇이 될 것인가. 폼페오 국장은 지난 5월 초 한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서해 최전방인 연평도 등을 둘러보고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만났다. 워싱턴 프리비컨에 따르면 폼페오 국장은 태 전 공사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항해 군부, 치안당국, 정치 세력들의 봉기 조건이 무르익었는지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의 상황이 ‘반란(insurrection)’이 일어나기에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고 한다. 폼페오 국장의 행보로 볼 때 CIA는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나 반란을 위한 비밀공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이후 지난 5년간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등 고위 간부들을 잔혹하게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를 자행해왔다. 때문에 일부 고위 간부들이 더 이상 김정은의 폭주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D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보다 체제 장악력이 약하다”며 “반란은 아래로부터가 아니라 엘리트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IA는 김정은에 반대하는 일부 엘리트 계층을 포섭해 쿠데타 또는 김정은 암살 등의 비밀공작을 추진할 수도 있다. 북한 핵심 계층 몇 명이 김정은에 의해 언제 처형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의기투합한다면 목숨 걸고 김정은을 처치할 수 있다.
   
   CIA가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비밀공작은 북한 주민의 봉기라고 할 수 있다. 수만 개의 핵을 보유했던 옛 소련의 공산 독재정권도 결국은 국민의 봉기에 의해 무너졌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대적인 대북 정보전을 통해 북한 수뇌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지도자의 ‘최고 존엄’에 관한 허구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세상의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북정보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CIA는 또 미국과 유럽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이 세우려는 북한 망명정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자신에게 안보 현안과 각종 정보를 보고하고 있는 폼페오 국장에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북한의 동향을 묻는다고 한다. 폼페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 최우선 사안은 북한”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더욱 고심할 것이 분명하다. 주한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금 남아 있던 인내가 고갈됐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4NO’ 정책을 폐기하고 플랜B를 선택할 수도 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의존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명백해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 교체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북한은 핵무기 확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받으려 한다”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교체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도 “북한 정권교체가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플랜B를 가동할지 주목된다.
등록일 : 2017-08-07 09:17   |  수정일 : 2017-08-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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