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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가야공정’ 들썩이는 김해

은둔의 왕국 부활이냐 짝퉁 테마파크 재현이냐

글 | 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 경남 김해 가야테마파크의 가야왕궁 태극전. 정확한 고증 없이 MBC 드라마 ‘김수로’ 세트장으로 지어진 왕궁이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망산도(望山島).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와 부산신항(新港) 사이의 좁은 수로에 있는 작은 바위섬인 이곳은 약 2000년 전 김해평야가 형성되기 이전 옛 김해만(灣)의 일부였다. 지금은 섬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바윗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금관가야(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許黃玉)이 한반도에 첫발을 디딘 곳이다.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였던 허황옥은 배를 타고 한반도로 건너와 망산도에 상륙했다. 망산도 앞에서 250m쯤 떨어진 해상에는 허황옥이 인도에서부터 타고 온 돌배가 뒤집혀 생겼다는 유주암(維舟巖)이 있다.
   
   하지만 망산도와 유주암은 부산시와 경남의 행정구역 사이에 끼여 있는 관계로 사실상 방치돼왔다. 부산시 지정 기념물(57호)로 지정돼 있지만 정작 접근은 창원시 진해구에서 가능하다. 행정 관할이 불분명하고 관리가 어려운 까닭에 평소에는 철제담장으로 출입을 막고 있다. 무속인들이 드나들면서 촛불을 켜고 굿판을 벌인다는 이유에서다. 망산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는 “밤만 되면 인근 녹산공단과 부산신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서 술판을 벌이는 까닭에 인근 주민들이 기피한 지도 오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史)’ 언급과 함께 이런 가야 관련 유물·유적들이 재정비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약간 뜬금없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정과제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도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은둔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가야의 경우 문헌 기록이 ‘삼국유사’나 ‘광개토대왕비’ 등에 간간이 언급되는 것이 전부다. 이에 유물·유적들을 발굴하고 기존 유물·유적을 재정비하는 고고학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가야사 부상과 함께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은 바로 경남 김해 일대다.
   
   
▲ 가야왕궁터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유적지에 복원한 고상가옥.

   김해시 5대 핵심추진과제 제시
   
   문 대통령의 ‘가야사’ 발언 이후 경남 김해가 들썩이고 있다. 김해는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인 금관가야의 왕도다. 1998년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을 필두로 가야 연구가 이뤄지는 가야사 연구의 메카다. 이에 문재인표 ‘가야공정’이 진행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해의 기대다. 이미 관계 기관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지난 6월 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및 정비 복원에 대한 의지를 54만 김해 시민과 더불어 환영한다”며 “대통령의 지시는 김해뿐만 아니라 가야권역 지자체 전부에 내린 축복과도 같은 말씀”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가야역사문화도시 지정’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을 골자로 하는 ‘5대 핵심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김해를 경주·공주·부여와 같은 반열의 ‘역사문화도시’로 지정해 정부 지원 근거를 삼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에 있는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를 김해로 이전해 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앞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도 문 대통령의 가야사 발언 직후인 6월 4일 간부회의에서 “김해교육지원청이 나서서 가야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 교재를 발간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김해교육지원청과 4개 학교의 이전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 중이다. 김해교육지원청과 구봉초등학교 등 4개 학교는 김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구지봉(龜旨峰)과 가야의 왕묘로 추정되는 대성동고분군 사이에 있어 가야사 유적 복원사업에 걸림돌이 돼왔다. 김해시 측은 “오는 2022년까지 1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구지봉과 대성동고분군 사이 교육시설로 단절된 유적 환경을 복원 정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해 시민들 역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미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 6월 6일 찾아간 경남 김해. 문 대통령의 ‘가야사’ 발언 여파 때문인지, 금관가야의 태조이자 김해 김씨 일문의 시조인 김수로왕을 모신 납릉(納陵)과 시조모인 허황옥을 모신 수로왕비릉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충일 공휴일을 맞아 학교나 교회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나들이 온 단체관광객들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김해시 구산동의 수로왕비릉에서 만난 한 개인택시 기사는 “(김해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김해가 많이 좋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를 언급했으니 또 많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실제 김해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해반천(川)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구지봉 기슭의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군, 봉황동유적지는 신라의 고도인 경주나 백제의 왕도인 공주·부여가 부럽지 않을 만큼 잘 정비돼 있었다. 김해의 가야 유적지가 일제 정비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거치면서다. 김해 김씨 안경공파 70세손인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가야사 정비를 지시했다. 이에 1290억원의 막대한 나랏돈이 김수로왕의 탄생설화가 있는 구지봉 일대와 가야 왕릉으로 추정되는 대성동고분군 정비에 투여됐다. 바로 아래 가야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봉황대 유적지는 인근 회현리 패총(조개무지)과 함께 2001년 봉황동 유적지로 확대 지정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후임으로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김해의 봄날은 계속됐다. 봉황동유적지에는 가야의 가옥이라는 고상가옥과 망루가 세워졌고, 가야 기마병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기마무사상도 들어섰다. 2003년에는 대성동고분군 자리에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국립김해박물관과는 별도로 대성동고분박물관이 세워졌다. 2004년에는 수로왕릉 앞에 수릉원(首陵園)이란 별도의 공원도 조성했다. 역사적 근거는 없지만 “김수로왕과 허황후가 거닐었을 것으로 상상된다”는 설명이 붙었다. 그리고 공원 한편에는 전혀 인도 여인 같지 않은 허황옥의 동상까지 세워졌다. 이를 통해 김해 시가지는 신라의 왕도인 경주 못지않게 공원화, 성역화가 이뤄졌다.
   
   
▲ 국립김해박물관과 별도로 건립된 대성동고분군의 대성동고분박물관. 허성곤 김해시장.

   기대 반 우려 반
   
   문재인 정부에서 가야사 복원이 추진되면 이런 사업이 재개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가야사 복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역점적으로 추진된 백제문화단지,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신라 왕경(王京) 복원사업과 같이 정확한 고증 없이 속도전 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한 경주 월성(月城) 복원은 정확한 고증 없이 속도전식으로 이뤄졌다. 중국의 누교(樓橋)를 모방한 정체불명의 월정교를 비롯해 졸속복원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확한 고증 없는 섣부른 복원사업은 지난 3월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불가 통보처럼 도리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야의 경우 정확한 고증의 근거로 삼을 역사적 기록이 극히 취약하다. 가야가 고고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구(舊)한말인 1907년 일본인 동양사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김해 회현리 패총을 발굴하면서다. 일제는 한반도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적 근거로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언급되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와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회현리 패총에서만 1907년부터 1935년까지 모두 8차례의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회현리 패총’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조선총독부다. 광복 이후에도 모두 60여차례가 넘는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지금도 가야 왕궁터로 추정되는 봉황동 유적지 인근에서는 지표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100여년간의 각종 발굴조사에도 불구하고 출토 유물과 유적의 숫자는 동시대에 존재했던 신라·백제·고구려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실제 찾아간 국립김해박물관은 국내 최대(最大) 가야사 박물관이란 명성이 무색할 만큼 내세울 만한 유물이 없었다. 관람료가 무료임에도 내방객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그런데 김해시는 ‘가야권 유물유적 복원’을 5대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고(古)인류박물관 건립’을 언급했다. 고인류박물관이 추가 건립되면 김해에는 기존의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김해민속박물관을 비롯 제대로 된 유물도 별반 없는 고만고만한 박물관만 무려 4곳이 난립하게 된다.
   
   결국 가야사 복원은 역사를 앞세운 엉터리 복원사업을 통한 관광지 조성사업으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김해는 일찍부터 신라의 왕도인 경주를 모델로 관광도시를 지향해왔다. 지역 유지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후견인이자 김해에 본사를 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1987년에 수로왕릉 근처에 김해관광호텔(1급)을 건립했다. 노 대통령 재임 중인 2005년에는 자신의 호를 딴 정산골프장을 김해 주촌면 덕암리 일대에 건립하는 등 김해의 관광도시화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김해와 경남 출신 재일동포 기업인들도 1988년 김해에 54홀 규모의 영남 최대 골프장인 가야컨트리클럽과 1991년 놀이공원인 가야랜드를 건립하는 등 적극 호응했다.
   
   하지만 김해의 관광도시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경주와 같이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월지), 첨성대 같은 변변한 유물·유적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가볼 만한 곳은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이 거의 전부였다. 부산이나 창원 등 인근 대도시와 지나치게 가까워 관광객이 오더라도 당일치기 관광에 머물렀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와 같이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에 박연차 회장 소유의 김해관광호텔도 경영악화로 인해 IMF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 폐업했다. 김해 유일의 테마파크인 가야랜드 역시 시설노후화로 내방객이 줄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며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김해시는 여전히 가야를 앞세운 관광도시화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앞서 2015년에는 김해시 주도로 김해 분산 정상 17만9000㎡ 부지에 ‘가야테마파크’라는 시립 테마파크도 문을 열었다. 원래 2009년부터 MBC 드라마 ‘김수로’의 세트장으로 지어진 곳이다. 김해시는 이를 추가확장해 가야를 테마로 한 테마파크로 조성했다. 단지 안에는 가야왕궁을 추정복원했다는 정체불명의 ‘주작문(朱雀門)’ ‘태극전(太極殿)’ 등 여러 건물을 복원해 두었다. 지난 6월 6일 가야테마파크를 찾았을 때는 공휴일을 맞아 가족단위로 찾아온 관광객이 제법 보였다. 하지만 635억원의 막대한 투자비를 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김해시는 지난해 허황옥의 후손인 김해 허씨 일문의 허성곤 시장이 취임한 뒤 시의 슬로건을 ‘김해 포 유(Gimhae for you)’에서 ‘가야왕도 김해’로 전격 교체했다. 기존 슬로건은 가야의 고도(古都)인 김해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영어식 표현이란 혹평을 들어왔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언급으로 김대중·노무현에 이어 세 번째 호기(好機)를 맞이한 김해가 진정한 가야왕도로 거듭날지 여부도 무분별한 짝퉁 복원사업이 아닌 고유의 정체성을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5년 뒤 가야왕도의 미래가 주목된다.
   
가야사 복원에 숨은 정치학
   
   대선 경남 최다 표차에 대한 보은?
   
▲ (왼쪽부터) 민홍철 의원(김해갑). 김경수 의원(김해을).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史)’ 언급은 김해에 대한 정치적 보답의 뜻도 있다. 경남 김해는 더불어민주당의 PK(부산경남) 지역 아성(牙城)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해 지역 국회의원인 민홍철 의원(김해갑·재선), 김경수 의원(김해을·초선) 2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 김해시장 재선거에서 당선된 허성곤 김해시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이 김해 지역 정가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덕분에 지난 5월 9일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해에서 46.7%의 득표율을 거뒀다. 26.2%의 표를 얻는 데 그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긴 경남 6개 지역(창원의창, 창원성산, 창원진해, 김해, 양산, 거제) 가운데 가장 큰 격차다. 심지어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19.7%포인트 차), 문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양산(12.3%포인트 차)보다도 높은 격차다. 지난 19대 대선 때 경남 전체에서 경남지사를 지낸 홍준표 후보가 37.2%의 득표율로 문재인 후보(36.7%)를 0.5%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선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모두 김해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정치 지형의 대변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해를 중심으로 한 가야사 복원사업을 추진할 경우 내년에 실시 예정인 차기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포석이 될 수 있다. 가야의 판도는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인 금관가야(경남 김해)를 중심으로 아라가야(경남 함안), 소가야(경남 고성), 비화가야(경남 창녕) 등 경남 전역을 비롯해 경북 일부(고령, 성주)에까지 걸쳐 있다. 가야사 복원을 명분으로 옛 가야연맹 벨트에 유물 발굴과 유적 정비를 위한 토지보상비 등 ‘예산 폭탄’을 투여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장악할 수도 있다.
   
   경남 지역 정가에서는 김경수 의원의 내년 지방선거 경남지사 재도전설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첫 도전한 김경수 당시 후보는 현역 지사인 홍준표 후보와 맞대결을 벌여 패했다. 하지만 36.05%의 득표율로 선전하며 경남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선거에서도 김해와 노동자 표가 많은 창원성산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이겼다. 김경수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대변인과 수행팀장을 맡았다. 만약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 재도전해 당선될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포스트 문재인’으로 유력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에 맞서 경쟁시킬 양수겸장(兩手兼將) 카드라는 평가다.
등록일 : 2017-06-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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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근  ( 2017-06-13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0
할일이 그렇게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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