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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빠지고 반기문은 남고… 교과서에 실린 정치인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28쪽.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 ‘안철수연구소’라는 기업이 생산한 보안 소프트웨어 ‘V3’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며, 아시아에서도 가장 오래된 대표 보안 소프트웨어다.… 이 회사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임에도, 필요한 경우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발표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상위 10’에 오르고 있다.’
   
   2012년 검정에 통과한 천재교과서의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내용 중 일부분이다. ‘기업의 경제적 역할과 책임’이라는 제목 아래 제시된 제시문이다. 이 교과서뿐 아니다. 2013년 3월을 기준으로 총 16종의 초·중·고 교과서에 안철수 당시 무소속 의원과 관련된 내용이 게재돼 있었다.
   
   몇 달 뒤 논란이 일어났다. 처음 논란은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던 2012년에 시작됐다. 당시 교과서 내용을 보면, 안철수 원장에 유리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게 문제가 됐다. 천재교육의 중학교 2학년 도덕 교과서 내용을 보자. “안철수는 개인적인 부나 단기적인 회사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정도 경영에 매진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신뢰받는 리더,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었다.’
   
   2012년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현존하는 사람을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선을 치르기 전이었기 때문에 “안철수 원장에 대한 평가가 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교과서에서 안 원장을 성공한 사람의 전형인 것처럼 검증 없이 싣는 것은 섣부르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정치인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생존인물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관련된 서술은 삭제되거나 교체됐다. 주간조선이 당시 문제가 제기됐던 16종 교과서를 조사해본 결과 해당되는 부분은 모두 바뀌었다. 특히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교육과정의 변화로 인해 사용하는 교과서가 바뀌면서 전면적인 내용 교체가 있기도 했다.
   
   2년 전의 논란이 다시 언급되고 있는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최근 행보 때문이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교과서에 실린 반 총장에 대한 기술을 두고 다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주간조선이 직접 확인해본 결과, 중·고교 역사 및 사회 교과서 중 반기문 총장에 대한 서술이 확인된 교과서는 모두 9종.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중학교 역사 교과서 3종이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먼저 보자.
   
   대부분 교과서에서 반기문 총장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서술과 함께 기술되었다. 리베르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2006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2년에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배출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서술과 함께 반 총장이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렸다. 지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반 총장의 취임식 사진과 함께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세계 현안을 논의하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라는 설명이 기재돼 있고, 본문에서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에 연임되었다. 이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한층 강화되었다’고 기술돼 있다.
   
   또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제목으로 반기문 총장에 대해 설명한 교과서도 있었다.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세계 속의 한국, 한국인’이라는 제목 아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비디오예술가 백남준, 의사 이태석과 함께 반기문 총장 사진을 실으며 ‘국가 간 갈등과 평화, 빈곤, 기후와 에너지 문제 등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미래엔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와 금성출판사의 중학교 역사2 교과서에서도 반기문 총장을 김연아 등 다른 유명인과 함께 게재했다.
   
   천재교육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다른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사진과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래를 여는 역사’라는 소단원 제목 아래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과 악수를 하는 반 총장의 사진을 싣고 반 총장의 2006년 12월 유엔 사무총장 취임 연설을 발췌해 게재했다. ‘우리는 유엔의 3개 기둥인 안보와 개발, 인권을 강화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해 더 평화롭고 더 번영하고 더 정당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발췌문 옆에는 주요 타임라인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1989년 상록수 부대 동티모르 파견,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에 이어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기록해뒀다.  
   
   미래엔의 중학교 역사2 교과서에서도 사진과 함께 짧은 서술이지만 ‘2007년에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여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결과, 회원국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2011년에 재선되었다’고 서술했다.
   
   

   교과서 서술은 삭제될 것인가?
   
   만약 반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이와 같은 교과서 내 서술이 ‘정치인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생존인물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교육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현재로서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만약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형평성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자랑스러운 한국인’ ‘탁월한 지도력’ 등으로 수식됐기 때문에 교과서만 두고 봐서는 유권자들의 가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안철수 대표와는 다른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이노근 전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교과서 서술이 문제가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우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기업인인 안철수 대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는데도 성공한 기업인,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기문 총장에 대한 서술은 총장 취임과 재임에 대한 객관적 서술이라는 점을 들어 “만약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유엔 사무총장에 재직했던 사실과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이 변하지 않는 만큼, 관련 교과서 서술을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장선 더불어민주당 총무본부장은 “본격적인 대선 출마 선언이 있으면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다는 아주 객관적 사실만이 기술되는 방식으로 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등록일 : 2016-06-17 08:25   |  수정일 : 2016-06-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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