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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공기관 서류 및 관련 업무 대행하는 전문자격인… 최근 고위직 공무원 출신들 對官업무까지

행정사 - 전직 장관·국정원장까지 뛰어들었다

⊙ 일정 직급 이상 일정 기간 근무한 공무원 시험 면제… 행정사 90% 이상은 시험 면제자
⊙ 장태평·최중경 등 장관 출신의 합동행정사사무소 ‘알프스(ALPS)’ 화제
⊙ “공무원 상대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해드립니다” 對官업무 컨설팅도
⊙ 김영란법 시행 후 “공무원 만나기 힘들다”며 행정사 찾는 사람 늘어
⊙ 국회 보좌관, 외교관들도 “자격증 따놓자”
⊙ 벌이는 천차만별… 노후에 일할 수 있어 자격증 취득 및 개업 붐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2019-07-29 10:55

▲ 세종시 정부청사 전경. 행정사는 정부 기관을 상대하는 전문자격인이다.
서울 서초동과 여의도 등에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합동행정사(行政士)사무소가 부쩍 늘어났다. 과거 행정사사무소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퇴직 후 종사하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국장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설립한 행정사사무소는 물론 장관 출신들이 세운 행정사사무소도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여의도에는 4급 국회 보좌관 출신들이 설립한 행정사사무소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행정사의 업무반경이 넓어지는 한편 시장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행정사는 어떤 일을 하며 최근 사무소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사의 업무는
  
행정사는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담당, 대행하는 전문자격인이다. 1961년 9월 제정된 행정서사법에 따라 행정서사로 불려오다 1995년 법 개정 후 행정사로 명칭이 확정됐다. 전문자격인인 변호사와 법무사, 변리사, 관세사 등이 특정 분야의 정부기관을 상대로 일하는 반면, 행정사는 이들의 영역을 제외한 모든 정부기관 관련 서류 제출과 정부의 인가·허가 관련 업무 대행이 주 업무다. 
  
행정사법에 따르면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 ▲1~3호의 규정에 따라 작성된 서류의 제출 대행(代行) ▲인가·허가 및 면허 등을 받기 위하여 행정기관에 하는 신청·청구 및 신고 등의 대리(代理) ▲행정 관계 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에 대한 응답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 조사 및 확인 업무를 한다. 소관 업무에 따라 일반행정사, 기술행정사, 외국어번역행정사로 구분된다. 개인이 행정사를 찾는 사유는 면허취소 등 행정심판 구제에 관한 업무, 업체 또는 법인 설립, 토지 및 부동산 관련, 식품이나 화장품 등 사업아이템의 인허가 등으로 다양하다. 기업은 인허가와 행정자문, 사실확인 업무 등을 위해 행정사를 찾는다.
 
현재 국내 행정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20만명이 넘는다. 행정사 자격증 소지자가 많은 이유는 일정 직급 이상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에게 시험 면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행정사 시험이 있지만 1, 2차 행정사 시험을 모두 보고 자격증을 받는 사람은 1%가 되지 않는다.
  
누가 행정사가 되나 
최근 국회 보좌관 출신들의 행정사자격증 취득 및 개업이 부쩍 늘었다. 사진은 국회 의원회관.
행정사법 9조에 따르면 1, 2차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격은 전직 공무원 중 ▲5급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7급 이상의 직에 15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 5급이나 7급에 상당하는 계급에 근무한 경력직공무원과 특수경력직공무원도 그 대상이다. 외국어번역행정사의 경우 ▲대학원에서 외국어 전공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그 외국어 번역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대학에서 외국어 전공 학사 학위를 받은 후 그 외국어 번역 업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대상이다. 일반행정사 시험에서 1차 시험만 면제받는 대상도 있다. 7급 이상 경력직공무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1차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
  
법무사나 관세사 등의 특정 자격시험을 면제받는 일부 부처 공무원을 제외한 국가공무원 출신들은 상당수가 이 조건을 충족해 응시만 하면 행정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행정사협회의 교육을 이수하면 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 법무사의 경우 대한변호사협회 등 관련법에 따른 단일 협회가 존재하지만 행정사는 여러 개의 협회가 있다. 행정사협회를 일원화하는 행정사법 개정안이 지난 2017년 입법 예고된 바 있지만 행정사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변호사협회 등의 반발로 시행되지 않았다. 대한행정사협회, 한국일반행정사협회, 공인행정사협회, 한국행정사협회, 전국행정사협회 등 총 8개에 달하는 협회는 각자 행정안전부로부터 행정사교육 위탁계약을 맺고 교육을 실시한다. 
  
행정사의 업무영역은 모든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출입국관리서류 작성 및 신청, 토지허가 및 등록, 토지수용에 관한 이의 서류, 연금 심사청구 서류, 단체·조합·법인 설립 서류, 계약 등 거래에 관한 서류, 채권양도나 부동산 관련 서류,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입증자료 조사 등이 모두 행정사의 업무다.
  
업무영역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만큼 행정사는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부처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개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류 및 행정심판 등의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수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전까지는 고시 출신이 아닌 공무원들이 노후에 소소하게 일하는 직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시 출신이나 고위급 공무원들은 시험 면제 자격이 돼도 관심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최근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이 강화되면서 “노후에 사무실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퇴직 후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행정사 자격증을 신청하고 개업 필수요건인 실무교육을 이수하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었다.
  
  
행정사가 하는 일은
  
행정사 자격증 소지자는 20만명이 넘지만 전국의 행정사사무소는 1만여 곳에 불과하다. 정보화로 전자민원이 활성화된 시대에 행정사가 꼭 필요하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에서 리앤행정사합동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준우 행정사에게 행정사의 업무에 대해 들었다. 
  
― 행정사의 업무가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이 행정사를 찾습니까.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해주고 제출을 대행합니다. 인허가, 이의신청, 법인설립 등의 업무를 대행하기도 하고, 행정심판 피해구제 등 행정심판 관련 업무도 대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국가기관, 즉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일이면 모두 대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 서류나 인허가 같은 건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가 많아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서식도 다 공개돼 있고요.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개인이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보통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행정기관을 찾게 되는데, 생업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관을 찾아다닐 시간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더 빠르게 ‘원스톱’으로 처리하기 위해 행정사에게 의뢰하는 겁니다. 시간 외에 또 다른 문제는 공무원들이 개인 민원인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한국만큼 공무원이 소극적으로 일하는 국가가 없을 겁니다. 공무원이 ‘서류가 미흡하니 보완해오라’고 하면 시간과 노력을 또 들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공무원은 보완해야 할 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언제 어떻게 통과될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행정사가 나서면 아무래도 일이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곧 비용인 사람의 경우, 서류 업무는 행정사에게 의뢰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 요즘 행정사사무소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만큼 행정사의 일이 많아진 건가요.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 보좌관 출신들의 행정사가 늘어나면서 영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서류 대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문과 컨설팅도 해주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행정사가 해주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게 되고 입소문이 나고 있어요. 인허가 업무나 대관 업무는 아무래도 고위 공직자 출신이 매끄럽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행정사들이 출입국관리, 행정심판, 학교폭력, 법인설립, 토지분쟁, 의료분쟁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는 곳이 많아지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홍보를 하면서 행정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후 공무원 만나기도 어려워지니 행정 업무는 전문가(행정사)에게 맡기자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임료는 얼마나
  
행정사 수임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변호사와 법무사의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에 등록해야 개업 및 활동을 할 수 있고, 협회에서 ‘적정 보수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사의 경우 협회가 한 곳이 아니어서 전체 행정사에게 적정 보수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업무의 강도와 기간에 따라 의뢰인과 협상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류 대행은 수십만원 선이지만 인허가 등과 관련해 맡은 사안이 종료될 때까지 책임지는 비용은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올해 초에는 민간단체들의 협의체가 법안 발의를 위해 여의도의 모 행정사사무소와 1억원에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행정사 수임 비용은 변호사나 컨설팅업체에 비하면 저렴한 금액이어서 부담이 덜하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행정자치부는 행정사 업무범위 확대를 통해 변호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국민이 행정심판, 인허가 등을 더욱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행정사의 업무영역을 넓히는 행정사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3년 전 서울의 한 구청 앞에 사무소를 연 한 행정사는 “원래 행정사는 수입이 좋은 직종이 아니라는 인식이 컸다”며 “하지만 최근 블로그나 SNS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대행한다며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행정사들이 많아지면서 행정사를 찾는 사람, 고수익을 올리는 행정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세운 행정사사무소는 대관 업무도 하고 있다. 해당 부처 출신 공직자는 관련 업무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김영란법 시행 후 직접 공무원을 만나기보다는 로펌이나 행정사사무소에 대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곳이 늘고 있다. 고위 공직자 출신 행정사가 ‘한국형 로비스트’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보좌관 출신 한 행정사는 “고위 공직자들이 속한 행정사사무소는 사실상 로비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로펌이 하고 있는 자문이나 컨설팅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보좌관 출신은 입법과 관련한 로비에 나설 수 있어 선호하는 의뢰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로비를 포함한 컨설팅의 경우, 수임료는 일반 행정사 수임료의 몇 배로 뛰지만, 로펌이나 변호사에 의뢰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장관 출신들의 행정사사무소 ‘알프스’
 
장태평 前 농림수산부 장관(왼쪽)과 최중경 前 지식경제부 장관은 ‘알프스행정사사무소’에 행정사로 합류했다.
행정사사무소 중 최고위직 출신들로 이뤄진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행정사사무소가 알프스(ALPS)다. 알프스는 행정법(Administrative Law), 정책(Policy), 솔루션(Solution)의 이니셜을 따 만든 이름이다.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선용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이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다. 이들 외에도 행정고시 출신의 행정사가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 정두언 전 의원,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이 운영진으로 있다.
  
이선용 대표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환경비서관으로 재직했다. 국내 대형 로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다가 고문단의 업무를 좀 더 구체화하고 민원인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행정사사무소를 만들었다. 알프스의 고객은 대기업, 외국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하다. 이선용 대표는 “기업이나 개인의 민원을 위임받아 대행해주는 것이 업무”라며 “구성원들의 업무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담과 조언을 통해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를 상대로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밟는 것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행정 업무를 전문가인 행정사에게 맡기는 것이 경영자 입장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알프스는 로펌과 경쟁하는 행정사사무소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장관·국정원장 등 고위직 출신도
 
김만복 前 국정원장은 2015년 새누리당 입당 당시 직업란에 ‘행정사’라고 썼다.
고위직 출신이 행정사사무소를 내는 일은 이제 흔해졌다. 지난 2015년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내면서 직업란에 ‘행정사’라고 기재하면서 김 전 원장이 고향 부산에 행정사사무소를 연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추병직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영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이기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행정사사무소를 열었다. 곽결호 전 환경부 장관도 최근 공인행정사협회에 가입해 행정사실무교육을 받고 활동 준비 중이다. 곽 전 장관은 “국민이 행정처분으로 피해를 볼 때 이를 구제해주거나 어려운 민원 업무를 맡아주는 행정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부담없는 금액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행정사들의 활동범위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주 前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정보통신 분야를 주로 다루는 ‘정통행정사사무소’를 열었다.
전문분야를 갖고 설립한 행정사사무소도 늘었다. 국토부 출신인 추병직 장관과 이재영 전 LH 사장이 함께 문을 연 국토환경합동행정사사무소는 국토·환경 행정 업무 전반에 대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무소 측은 “국토 분야와 관련된 주택·공장·물류·민간투자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과 환경 행정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갖추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건설과 환경 분야 전문 행정사로 구성됐다”며 “행정사들이 국토부와 환경부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국토·환경 행정 업무 전반에 대해 다양하고 신속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친 이기주 전 상임위원이 2017년 연 정통행정사사무소는 이 전 위원이 오랫동안 몸담은 정보통신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 이 전 위원은 “공직생활을 하며 정부와 기업, 민간의 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며 “민간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국장과 대변인을 지낸 임종규 전 국장은 최근 삼정행정사사무소를 열었다. 의료인 및 의료기관과 행정기관 사이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복지부 의료정책과장과 건강정책국장 등을 지낸 임 대표는 “보건의료 분야가 방대하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건강보험심사청구나 행정처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도울 수 있는 행정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분야의 경우,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는 법정분쟁보다 실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런 경우 행정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국회 보좌관, 외교관 사이에서도 인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AP행정사합동사무소’는 국회 보좌진 출신 행정사 20명이 모인 곳으로 ‘입법·행정 전문가그룹’을 자처한다.
최근 여의도와 마포에는 보좌관 출신이 연 행정사사무소가 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앞에 문을 연 AP(Assembly Policy)행정사합동사무소는 국회 보좌관 출신 20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다.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등 30여 년간 국회에서 일한 김용주 대표행정사는 “국민과 입법부, 행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모였다”며 “행정사 업무는 물론 입법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AP행정사합동사무소의 행정사들은 국회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으로, 20여 년간 한 상임위에서 재직한 사람도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인맥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여야 출신이 골고루 포진하고 있으며, 맡았던 상임위도 다양해 어떤 건이라도 책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입법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기업이나 단체도 찾아오는 만큼 컨설팅자문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김용주 대표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입법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정부와 국민, 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국회 보좌관은 “선배 보좌관들이 처음에 행정사사무소를 열 때는 그저 노후대책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무소들이 하는 일을 보니 보좌관 출신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많다”며 “보좌관 사이에서 5년은 꼭 채워서 행정사 자격증을 따놓으라는 얘기가 요즘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 사이에서도 행정사 자격증 취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교관의 경우, 퇴직 후 재취업이 다른 부처에 비해 쉽지 않은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취에 영향을 크게 받는 부처인 만큼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파워게임에 밀려 퇴직해야 할 상황에서 자격증 취득 요건을 위해 몇 개월만 더 근무하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견제의 눈길도
 
2016년 대한변호사협회가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위 공직자 출신 행정사들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이들을 견제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업계는 행정사의 업무영역 확대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예고된 행정사법 개정안의 경우, 변호사들의 격렬한 반발로 인해 보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행정사가 기존 업무인 행정심판 서류 작성 외에 행정심판 청구 대리를 가능하게 하고, 대한행정사회를 만들어 조직을 단일화하도록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당시 “행정사법 개정안은 전관예우로 행정관료 퇴임자를 배불리려는 것”이라면서 행정사법 개정 철회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변협이 이토록 격렬하게 반대한 이유는 변호사들이 사실상 해왔던 로비스트 역할이 행정사에게 옮겨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지금까지 고위직 공무원 출신 행정사들은 전관예우를 받으며 민간과 정부부처 사이의 로비창구 역할을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행정사가 행정심판 대리까지 수행하게 되면 불법 로비와 비리가 판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위직 출신 행정사들이 맡고 있는 대관 및 로비 업무는 로펌의 분야와 상당 부분 겹치는데, 의뢰인 입장에서는 행정사사무소에 수임하는 편이 수임료 면에서 더 유리한 만큼 비슷한 장차관급 출신이 있다면 로펌보다 행정사사무소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고위 공무원과 보좌관 출신 행정사사무소가 많아지면서 로비창구로 활용될 우려도 있다. 컨설팅 비용이 곧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향한 정치자금이나 뇌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차관은 “행정사사무소가 늘어나는 것은 로비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한편 퇴직 공직자들이 할 일을 찾아 나서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사실상의 로비활동을 할 경우 전관예우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로비스트법을 제정하거나 로비 관련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록일 : 2019-07-29 10:55   |  수정일 : 2019-07-2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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