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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가 날뛰는 정글 같았던 ‘동물국회’ 비하인드

자유한국당 側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무력행위 유도, 정치적 홍보 나선 것”

⊙ 밤샘 대치와 몸싸움에 자유한국당 의원 골절상과 실신, 깁스 등 부상자 속출
⊙ 성추행 피해자 임이자 의원, 문희상 의장 모욕·폭행·성추행 혐의로 고소… 고소·고발 총 13건 162명
⊙ 국회에 빠루와 망치 가져와서 사용한 주체는 누구?
⊙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보임 무리수에 여당과 밀약설
⊙ 동물국회, 자유한국당 장내·외 총력투쟁 계기 됐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2019-05-23 09:42

▲ 4월 26일 국회 사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과 민주당 의원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지난 4월 24~26일 2박3일에 걸쳐 국회에서 몸싸움과 폭언,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7년 만에 ‘동물국회’가 등장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동물국회란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식물국회’에 대비되는 말로서, 동물처럼 날뛰는 국회라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병원에 실려가고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 등이 골절상을 입었으며, 20여 명의 보좌진이 부상을 당했다. 성추행과 폭행 논란이 있었고, 빠루(노루발못뽑이)와 망치가 등장해 기물이 파손됐다. 급박하게 펼쳐진 당시 상황과 뒷이야기들을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당직자 등의 증언을 종합해 시간 흐름에 따라 정리했다.
 

국회선진화법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한 국회법으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국회 폭력을 없애고 일방적 법 처리나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를 통한 입법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생겼다.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쟁점 법안은 ‘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를 통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몸싸움하는 국회는 사라졌지만 중요한 쟁점 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4월 22일, 여야 4당 합의
 
4월 22일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합의안을 도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4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전격 합의했다. 이들은 각 당 의원총회를 열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25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을 배제한 야합”이라며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건 의회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을 울린 것이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한 260석, 좌파 장기집권 플랜의 시동”이라며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밝혔다. 충돌을 예고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측은 여야 합의로 이뤄져야 할 선거제 개편에서 제1야당을 배제했다는 데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며 분노했다. 선거법 개혁 논의는 지난해 말 시작된 것으로 야 3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의 선거제도 개편 요구에 따라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등 선거제 개편에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5당이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의원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안을 추가로 제안했지만, 4당은 이를 배제해 지난 4월 22일 자유한국당을 빼고 선거제 개편에 합의했다. 
  
4월 23일
  
오전 10시, 4당의 의원총회가 동시에 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총회에서는 패스트트랙을 가결시켰다. 문제는 바른미래당이었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고, 당 지도부 비난 등의 이유에 따른 당원권 정지로 의원총회 참석을 금지당한 이언주 의원은 입장 표명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의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총 의석수는 29석이지만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4명과 불참자 2명을 제외하고 23명이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의원총회는 3시간50분에 걸쳐 격론이 이어졌다. 패스트트랙 찬성파인 당 지도부와 이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의 대립이 이어졌지만, 12대 11의 1표 차이로 패스트트랙이 가결됐다. 유승민·지상욱·이혜훈 의원은 유감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유승민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3분의 2가 찬성해야 당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선거법은 다수결이나 과반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고 당의 의사결정을 1표 차이로 해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며 “당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의원총회 종료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의 수적 횡포 속에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가결되는 정치적·역사적 죄악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광야에 선 한 마리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보수대통합과 보수혁신이라는 국민의 절대적 명령을 좇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4당의 당론이 도출되면서 4당은 4월 24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를 열어 사법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을 의결하기로 했다. 특위 의결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문제는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였다. 정개특위의 바른미래당 위원은 김동철 의원 1명으로 패스트트랙 찬성파였지만, 사개특위는 상황이 달랐다. 사개특위 위원 18명이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서 자유한국당 7명을 제외한 11명이 모두 찬성하면 통과시킬 수 있지만 바른미래당 2명(오신환·권은희 의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불가능한 상태였다. 오신환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고, 권은희 의원은 사법개혁안 중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관련해 당론과 이견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보임’[사임(辭任)과 보임(補任)을 합친 말]을 단행한다. 사개특위에서 오신환 의원을 사임시키고, 국민의당계 채이배 의원을 보임시키겠다고 밝힌 것이다. 각 당이 위원회에 의원을 배치하는 사보임은 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에 통보하는 절차가 전부다.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위원에 패스트트랙 찬성파가 보임되면 4당 합의에 따라 사법개혁안 발의는 무리없이 가능하다. 오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김관영 원내대표가 그런 일(사보임)은 없다고 약속했다”고 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사보임을 막는 방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사보임에 반대하는 밤샘농성에 돌입했다.
  
4월 24일
 
4월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의장실을 나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밤샘농성을 마친 오전 8시30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오신환 의원 사보임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위원회 선임 및 개선을 규정한 국회법 제48조에 따르면 임시회 회기 중에는 위원회 개선(위원 사보임)을 할 수 없으며,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예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무리수’를 뒀다.
  
바른정당계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신청서 접수를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에 종일 대기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충돌했고, 문 의장은 쇼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에 대한 성추행 논란이 발생했다. 문희상 의장이 다른 일정을 위해 나가려 하자 임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섰다. 임 의원이 “건드리면 성추행”이라고 하자, 문 의장이 “이렇게 하면 되나?”라며 두 손으로 임 의원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때 임 의원이 큰 충격을 받았고,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경악함은 물론이다. 국회의장실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 ‘아…’라는 탄식이 나왔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여당 측 인사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알면서도 카메라 수십 대 앞에서 굳이 그런 행동을 해야 했는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 당시 의자에 꼿꼿이 앉아 ‘버티기’를 했던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모두 지난 4월 24일 오전 중에 급박하게 일어난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오후 4시 국회에서 문희상 의장의 동료의원 성추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 5시께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단행해 국회의장 결재를 신청했고, 이에 오신환 의원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회기 내에 사보임할 수 없다”며 “의장이 좋은 선례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는 사보임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4월 25일
 
4월 26일 자유한국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치상황에서 사용된 쇠지렛대(빠루)를 들어보이고 있다.
4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처리를 완료하기로 한 4월 25일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아침 8시30분경 바른미래당 유승민·오신환·지상욱·유의동 의원은 사보임을 막기 위해 국회 의사과에 모였다. 유승민 의원은 “사보임 접수와 결재가 이뤄진다면 병원에 가서라도 국회의장을 만날 것”이라며 사보임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신환 의원은 물론 사개특위 권은희 의원의 사보임도 단행했다. 두 의원 대신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보임한 것이다. 오전 11시 문 의장은 병원에서 바른미래당 사보임 신청을 직접 결재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는 발칵 뒤집혔다. 패스트트랙의 다음 단계는 사개특위 및 정개특위를 열어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것인 만큼 자유한국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회의장과 의안과를 점거했다.
  
또 사보임으로 사개특위 위원이 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사개특위 회의에 참석해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채 의원이 사무실에서 아예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채 의원은 112에 신고했고, 창문 너머로 기자들과 대화도 했다.
  
오후 내내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오후 6시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법을 국회 의안과에 팩스로 제출하려 했지만 팩스 기계가 고장 나 실패했다. 백혜련·표창원 의원 등 사개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6시45분께 국회 의안과를 찾았다. 그러나 줄지어 대기하던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서로의 팔을 엮어 스크럼을 짜고 더불어민주당 측을 저지했고, 고성 속 밀고 당기기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물리력으로 방해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의안과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일부 기기가 파손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격화되고 의안과 사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자, 문 의장은 1986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했다.
  
그러나 오후 7시30분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법안 제출을 위해 의안과로 접근했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은 현수막과 인간 스크럼으로 의안과를 막았다. 이들은 “국회의장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원과 보좌진, 국회 경호과 직원, 취재진까지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밀고 밀리며 일부에선 멱살잡이와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급기야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잠시 물러났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8시30분께 법안 제출 3차 시도에 나섰다. 이때도 ‘헌법수호’ ‘독재타도’를 외치며 육탄방어에 나선 자유한국당 측과 격한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의안 제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빠루와 망치가 등장했다. 일부 남성이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망치와 빠루를 사용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빠루까지 동원했다”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빠루를 가져온 것은 민주당이 아닌 국회 사무처 측”이라고 맞섰다. 국회 사무처 측은 나중에 “빠루는 국회 시설·관리 용역업체 슈콤에서 국회 소속 경위 직원들이 빌려와 가져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망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망치와 빠루를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역시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의원 보좌진이 망치를 반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4월 26일
 
4월 26일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바닥에 드러누워 민주당의 입장을 저지하고 있다.
육탄전은 지난 4월 2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새벽 1시30분 의안과를 다시 찾아 법안 제출을 시도하면서 자유한국당과 거세게 부딪혔다. 일부에선 물을 뿌리며 멱살잡이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을 비롯해 실신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김승희 의원 보좌진은 “새벽 2시경 수십 명의 국회 경위들이 국회의장의 지시를 받고 연약한 여자 의원 한 사람에게 갑자기 달려와 한꺼번에 밀어붙이면서 (김 의원이) 쓰러졌고, 곧 뇌진탕으로 실신했다”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돼 검사 결과 2·3·4번 갈비뼈가 골절됐다”고 밝혔다.
  
1시간여 대치 후 자유한국당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사개특위가 열렸지만 법안이 접수되지 못해 정회했다. 결국 새벽 4시 더불어민주당이 일단 철수하면서 각 당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9시에 의원총회를, 자유한국당은 오전 8시 의안과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체제를 이어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를 지키는 당원과 보좌진을 독려하며 회의장 앞 점거를 유지했다.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폭력을 저지른 의원 및 보좌진을 고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이용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접수를 완료하는 등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기초작업을 끝냈다. 사개특위는 다시 전체 회의를 열고 공수처 설치법 등을 상정했지만 바른미래당 의원이 불참해 처리하지 못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회의 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4월 27일
  
주말인 4월 27일 민주당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소속 의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자유한국당은 광화문광장에서 장외집회를 갖는 동시에 국회 본관 회의실을 지켰다. 이날 오후 한때 민주당이 기습 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처리를 시도한다는 소문이 돌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집회 도중 긴급 의원소집령을 내리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긴급상황 해제를 선언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유한국당은 야비한 행태를 멈추라”며 “다수결의 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4월 28일
  
홍영표 원내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이 각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대로는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 같다”며 새로운 공수처 법안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 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 법안을 별도로 발의하겠다”며 “이를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사보임의 대상이 된 권 의원에 대해 ‘달래기’에 나서 패스트트랙에 찬성하게 하려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자유한국당은 이 역시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여야 4당 논의 끝에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공수처안을 포함한 사법개혁안과 선거법 개혁안이 4월 29일 심야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에서 가결됐다.
  
부상자와 소송
  
우여곡절 끝에 동물국회는 4월 22일 여야 4당이 합의한 법안을 7일 만인 4월 29일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4월 25~26일 이어진 밤샘 난투극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이철규 의원이 갈비뼈 골절상을 입었고, 최연혜 의원은 목에 깁스를 했다. 보좌진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일부가 타박상에 허리와 목의 통증을 호소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격렬하게 대치하던 중 몸의 이상을 느끼고 여의도성모병원에 이어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다.
  
수일간 국회를 지킨 보좌진과 당직자들 역시 부상과 피로누적에 시달리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월 3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보좌진 치료비는 해당 의원실에서 케어(보살핌)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있었는데, 나 원내대표는 “당 차원 대책이 나올 때까지 일단 의원실에서 신경을 써달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한보협(한국당보좌관협의회) 관계자는 “부상자가 적지 않은 만큼 일단 치료를 받으면서 당과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폭력사태 빌미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선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해 고소・고발된 인원은 의원과 보좌관 등 162명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효상·정태옥·이은재·곽상도 의원 등 18명의 의원과 보좌관 1명, 비서관 1명을 고발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국회법 위반과 폭행 등으로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과 보좌진을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민정수석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국회사무처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동물국회 사태가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견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 합의에 반발하면서 사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선거법 개정을 한 당만 일부러 제외한 ‘야합(野合)’으로 해결하려 한 여야 4당이 잘못”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권 출신인 한 원로 정치인은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을 배제하고 4당이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것은 결국 야당(자유한국당)에 싸우자고 한 것 아니냐”며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우는 아이 뺨 때린 격으로 격렬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폭력사태의 시작이 더불어민주당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교일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회의장 앞에서 비폭력으로 연좌시위와 드러눕기만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공격했다”며 “불법폭력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사무처의 한 고위 당직자는 “역대 국회 몸싸움에서 방어하는 쪽이 공격하는 쪽을 이긴 적이 없는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애초 승리를 예상하고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몸싸움으로 법안 제출을 시도해 무력행위를 유도해, 국민들에게 알리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충돌을 정치적 홍보(프로파간다·propaganda)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왜?
  
자유한국당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력한 투쟁 모습을 보여준 것이 문재인 정부에 반발하는 민심을 규합하는 데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일부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야 원내대표들의 역량이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야 대치로 지난 4월 내내 국회 공전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대치상태 해결은커녕 폭력사태까지 불러온 것은 원내대표들의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무리수’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바른정당계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행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바른미래당 내 사보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줬다. 오신환·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에게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거짓말하고 말을 바꿨다는 당내 비난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호남 출신인 김관영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 차기 총선 관련 밀약을 맺고 패스트트랙에 적극 협조했다는 의혹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며 “바른정당계가 반대하는 줄 알면서 4당 합의에 동의한 것은 애초부터 사보임이라는 무리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에 떠밀려 임기를 남기고 사퇴했다.
  
2012년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동물국회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자유한국당 해산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이 올라와 각각 100만 건과 수십만 건의 동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민생대장정을 포함한 장내・외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동물국회 이후 패스트트랙 합의 주체 4당 중 3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원내대표가 바뀌었고, 패스트트랙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과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라 여야 협의에 의해 돌아가는 민생국회다. 
등록일 : 2019-05-23 09:42   |  수정일 : 2019-05-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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