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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의 대정부질문 방어 전략 연구

‘사이다 총리’의 현란한 막말… “있었다는 기억이 없다”

⊙ 의혹 부인하고 비난 돌리기, 회피(동문서답), 역공격 등 다양한 방어 전략 구사
⊙ “겸손·진솔하게 답변해야 하는데, 李 총리는 너무 매끄럽고 적당하게 넘어가” (박관용 前 국회의장)
⊙ “잘못됐다고 시인하라”는 야당 추궁에 총리, “그 짓이 잘 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고장 난 레코드 여기에 세워주신 이유는 뭡니까?” (답변이 ‘고장 난 레코드 같다’는 지적에 대해)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2019-04-22 10:01

지난 3월 22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답변석으로 가기 앞서 잠시 목례를 하고 있다.
 
최근 이낙연(李洛淵) 국무총리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大選) 주자 선호도 조사(3월 25~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6명)에서 이 총리는 범(汎)진보 후보 중에서 1위(14.9%)를 차지했다. 전체 후보 중에선 2위였다(1위는 황교안 21.2%).
  
지난 4월 6일에는 강원도 산불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직접 작성한 깨알 같은 메모장이 화제가 됐다. 이 총리의 인기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추락과 대조적이다. 그래서인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낙연처럼’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3월 28일 중국 충칭에서 대선 출마를 묻는 기자들에게 “황홀한 덫이긴 한데…”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내심 함박웃음을 지었으리라.
  
이 총리의 호감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언변(言辯)이다. 순발력과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력을 발휘하면서 ‘사이다 총리’ ‘촌철살인 총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리톤 같은 저음(低音)에다 현란한(?) 수사(修辭)로 야당 의원들의 창을 피해간다. 이 총리의 방패는 ‘능수능란’하다. 관련 의혹을 ‘부정’하고 ‘비난 돌리기’를 하며 ‘회피(동문서답)’ ‘최소화’ ‘역공격’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어 전략을 구사한다.
  
야당으로선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지난 3월 19일 대정부질문에 나섰던 4선(選) 중진의 자유한국당 주호영(朱豪英)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총리의 답변 태도는 겉만 겸손한 듯 보이지 콘텐츠는 제로(0)지, 제로야. ‘능수능란’으로 포장되는 반응을 듣고 불쾌했어요. 능수능란한 게 아니거든요. 국회 답변은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한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답하면 자기 지지자들이나 좋아하지, 절대 국정운영에 도움을 줄 수 없어요. 총리의 답변 태도와 관련한 모범답안은 김황식 총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떤 질문이든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변하셨거든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가 바로 김황식(金滉植) 전 총리다. 2년 5개월 동안 특유의 진지함과 겸손한 답변으로 당시 야당을 상대했다. 주 의원은 “야당 의원에게 기를 살리는, 때로 쩔쩔매는 총리의 겸손한 모습이 오히려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장난이나 하고 적당하게 넘어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6선의 박관용(朴寬用) 전 국회의장에게 이 총리의 답변 태도에 대해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박 전 의장 역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는 상호견제입니다. 국민 여론을 전달하고, 정부가 잘못한 것을 추궁하는 대정부질문에 대해 총리는 언제나 겸손하고 진솔해야 하는데, 요즘 이 총리를 보니 너무 매끄럽고 적당하게 넘어가려 해요. 진실성이 좀 부족한…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일을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견제세력이 필요하고 충고하는 세력이 필요한데, 국회의원의 말을 국민의 소리로 일단 간주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마치 ‘(말) 기술자’처럼 토론하는 식이어선 곤란하지요.
  
조금 더 정부가 진솔하고 정중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궤변으로 모면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나는 요즘 그런 정부 태도를 보고도 국회의원들이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고 참, 걱정스러워요.
  
자기와 이념이 같거나 같은 정당에서 총리를 찾으니까 야당과 대화가 안 되는 겁니다. 단 한 번도 국무총리가 ‘잘못했다’고 시인하거나, ‘아 그 제안을 (정부가) 받겠다’는 모습을 못 봐요. 야당은 야당 입장만 전하고 정부는 정부 입장만 답하면, 그럼 대정부질문을 왜 합니까.”
  
― 과거에 비해 총리의 답변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십니까.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봐요. 말장난이나 하고 적당하게 넘어가려고 하니…. 국회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야 국민이 희망을 갖는데….”
  
박 전 의장은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의 말은 ‘팩트(fact)’, 정치인의 말은 ‘임팩트(impact)’여야 한다. 사실을 전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총리는 기자와 정치인을 모두 경험했다. 21년간 기자 생활을 했으니, 말과 글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잘 아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 총리에게 지적되는 말의 ‘능수능란’ ‘촌철살인’은 야당 의원을 자극하게 만든다. 때로 진솔함과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보여”
  
정치평론가 황장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말이 중요한데, 말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이 총리는 자기 진영 사람들에게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그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달리 보이는 것은 진정성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그의 말은 우선 겉으로 듣기에 겸손하고 정중하며, 야당의 추궁에도 노련하게 대처한다. 언론에서는 이를 ‘재치 답변’ ‘센스 답변’이라 치켜세운다.
  
재치는 ‘받아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야기의 허점을 파고들어 역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재치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살리는 ‘말 펀치’다.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날 선 국회의사당에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이다 발언’이나 재치는,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총리의 자세는 아닐지 모른다. 국민을 대신해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물음에 총리가 허점을 파고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당리당략에 의한 야당의 집요한 정치공세는 있을 수 있다. 매번 총리가 당할 수야 없다.
  
그러나 국회는 근본적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가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대의(代議)기관이다. 재치를 가장한 총리의 언변이 관료들의 무례에 영향을 미쳐 공직자의 국민 무시로 이어질 수 있다.
  
  
‘체면 위협 행위’에 대한 李 총리의 대응
  
기자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드러난 이 총리의 커뮤니케이션 방어 전략을 분석해보았다. 야당의 공적인 ‘체면 위협 행위(Face Threatening Acts)’에 대해 이 총리가 어떤 식의 답변을 했는지를 관찰했다. 지난 3월 19~22일의 대정부질문을 중심으로 하되 이전 국회에서 화제가 된 대정부질문도 분석해보았다.
  
체면 위협 행위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인지하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화자와 청자가 대화 격률(格率)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지는 경우에서 흔히 일어난다.
  
  
부인(否認)·모르쇠 전략
 
지난 3월 19일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곽 의원은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이주, 사위 취업특혜 등과 관련한 의혹을 추궁해 논란이 빚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3월 19일, 문 대통령의 사위와 딸 문다혜씨 해외이주에 따른 경호비용 문제를 이 총리에게 추궁했다.
  
곽상도 의원(이하 곽) “국무총리께 질의하겠습니다. 외교부에서는 6급 공무원 1명이 동남아 파견근무 하면 숙소비 등으로 해서 연간 최대 7000여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고 합니다. 경호실에는 대통령 딸과 손자에게 2인 1조 3교대 24시간 12명 경호한다면 추가비용이 9억원 정도 듭니다. 총리, 사위의 해외 취업으로 인한 급여수입이 얼마나 되길래 우리 정부가 이만한 경호비용을 들여야 합니까?”
  
이낙연 총리(이하 총리) “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린 질문은 급여수입이 얼마나 되는데 이만한 경호비용을 들여야 하느냐는 것을 물었습니다.”
  
총리 “누구의 수입을 제가 알고 있지 못합니다.”
  
“검토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총리 “어떤 사유였는지 제가 파악하고 있지 못합니다.”〉
  
국가 세금이 드는 대통령 가족의 경호 문제를 추궁하지만 이 총리는 딴청을 피우며 문제의 본질과 거리를 둔다. “알지 못한다”거나 “파악하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또 “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정한다. “확인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위법이나 탈법이) 있다면 제시해달라”고 했다.
  
  
“가정 전제한 질문, 대답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이상직 전 의원에게 한자리 챙겨준 대가로 대통령 사위를 취직시켜준 것 아닌가요. 사실이라면 수사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총리 “가정을 전제로 해서 묻는 말씀에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이라고 하면….”
  
총리 “사실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지금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왜 청와대가 이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까?”
  
총리 “아마도 어떻게 설명해도 의원님을 비롯한 몇 분들은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국민은 궁금해합니다.”
  
총리 “거듭 말씀드리지만, 위법이 아니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총리께서 ‘위법이 아니라면’으로 가정해서 얘기하셨는데….”
  
총리 “그러니까 말씀하실 때는….”〉
  
이 총리는 끝까지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을 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 총리는 위법성 여부를 확인했을 게 분명하다.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이주, 사위 취업특혜 등과 관련한 곽 의원의 의혹 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계속된 무대응에 곽 의원의 언행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일까. 솔직함은 겸손이고, 두려움 없는 용기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누구나 솔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회피·비난돌리기 전략
 
지난 2월 2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범여권 내 대선후보 1위다.
3월 19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이 총리를 불러 세웠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외면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전희경 의원(이하 전) “이 정부에서 ‘북한 인권’이라는 단어는 실종 상태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 이 내용 보셨습니까?”
  
총리 “예, 보도로 봤습니다.”
  
“어떤 내용을 주로 기억하십니까?”
  
총리 “대충 이런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말씀을 해주시지요.”
  
총리 “말씀하시지요.”
  
“아니, 총리님 입으로 말씀을 해주시지요.”
  
총리 “제가 다 암기하고 있지 못합니다. 아니, 저를 질책하시건 질문하시건 무슨 말씀이 있으실 것 아닙니까? 말씀해주십시오.”
  
“총리님! 총리님의 모든 발언은 속기록에 남습니다. 지금처럼 하시면 발언을 후대까지 국민이 알 수가 없습니다.”
  
총리 “저도 기억합니다.”
  
“말씀으로 해주십시오.”
  
총리 “의원님 발언도 그렇습니다.”〉
  
  
“있었다는 기억이 없다”
  
북한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인권 문제를 줄곧 외면해온 정부로서는 전 의원의 질문이 따갑게 들렸을 것이다. 전 의원의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의 내용을 보셨느냐”는 질문에 이 총리는 “보도로 봤다”고 답한다. 우리 정부가 파악해야 할 북한 인권을 동맹국이 파악했고, 그 내용도 언론을 통해 간접 확인했다는 이 총리 발언은 명백한 야당 무시이자 비꼼이다.
  
게다가 “보도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 뭐냐”는 질문에 “말씀해달라”고 수건돌리기를 한다.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 방어 전략을 ‘비난돌리기’라 부른다.
  
“제가 전에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께서 탈북민을 만나셨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만나셨습니까, 그 후에?”
  
총리 “기억을 못 합니다. 그 말씀을 기억 못 한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만나셨는지 여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없습니까, 있습니까?”
  
총리 “있었다는 기억이 없습니다.”〉
  
이때 국회의원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누가 웃은 것일까. 짐작건대 여당 국회의원의 웃음소리였을 것이다. 만약 야당 의원이 웃었다면 허탈한 웃음이었으리라. 이 총리는 계속 회피 전략을 구사하며 북한 인권에 무관심하다는 추궁을 끝까지 외면한다. “있었다는 기억이 없다”는 말은 오래 기억될 총리의 회피성 막말이 아닐까.
  
  
비꼬기·희화화 전략 ①
  
대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가장 나쁜 화법 중의 하나는 ‘비꼬기’다. 말할 때 남을 은근히 비웃거나 빈정거리는 태도를 포함한다. 계속된 3월 19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의 문답이다.
  
“제가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아마 총리께서도 정권에 유리한 기사, 당장 속 시원한 기사만 발췌 보고를 받으시나 봅니다. 중요한 정국 현안과 국제사회 동향에 대한 언론 기사는 최소한 체크를 하셔야 하는 데 기초가 안 돼 계시는군요.”
  
총리 “제가 의원님만큼은 못 할지 모르지만, 균형 있는 정보를 습득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는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를 장악했습니다. 성창호 판사가 누구입니까?”
  
총리 “어떤 화제가 되었던 재판을 맡았던 판사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화제요?”
  
총리 “김경수 지사 1심 판결의 판사 아니었습니까?”
  
“그 말씀을 왜 이렇게 어렵게 하세요? 금기어(禁忌語)예요? 이 정부의 금기어입니까?”
  
총리 “금기어가 아니라 아까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속하거나 의원님들에 관한 말도 제가 성함을 거론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1심에서 김경수 지사에게 징역 2년 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 총리의 답변은 “화제가 되었던 재판을 맡았던 판사”라고 비꼬아 말한다. 비꼬는 말투는 상대의 감정을 자극해 불필요한 언쟁을 낳게 만든다. 이런 전략은 얼핏 재치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대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성의 없다는 느낌을 상대가 갖게 한다.
  
  
위트인가, 빈정거림인가
  
2017년 9월 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은 정부가 청와대에 끌려가고 있다고 비난하며 “국민의 소리를 듣고 종합적으로 총괄하시는 게 국무총리 아니냐”고 총리를 공격한다.
  
이우현 의원(이하 이) “우리 국민이 총리께 기대가 굉장히 컸습니다. 언론도 많이 아시고 정치도 아시고 또 지방자치도 많이 아시고, 그런데 바른말을 못 하시는 것 같아요. 청와대에 왜 바른말 못 하세요? 왜 청와대 눈치를 그렇게 보세요?”
  
총리 “제가 보기에는 제 생각하고 같은 것이 많습니다.”
  
“그렇습니까?”
  
총리 “그런데 거기다 대고 ‘맞다’ 이렇게만 계속하면 그것도 우스울 것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이 총리의 위트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그러나 유머의 타이밍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타이밍이 안 맞는 유머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이 의원의 질문은 청와대 권력의 비대화(肥大化)를 우려하는 뜻이었다. “청와대의 국정 독점으로 내각이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청와대의 독주, 독선은 곧 정치와 국정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교훈은 이미 역대 정권에서 드러났다. 그런 야당의 우려에 이 총리는 “(청와대를 향해 코드가) ‘맞다’는 말을 계속하면 우스울 것 아니냐”는 투로 얄밉게 빈정거린다.
  
적절한 유머는 청중의 주의를 환기시키지만 이 대목에서 유머는 누구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까. 국민이 아닌 청와대 권력자들만 즐겁게 하는 유머가 아닐까.
  
  
비꼬기·희화화 전략 ②
  
지난 3월 20일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대한 질의에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과 이 총리의 “고장 난 레코드” 발언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강효상 의원(이하 강) “영어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 이것 뭐라고 번역하시겠습니까?”
  
총리 “감은 있습니다만 그냥 그렇게….”
  
“왜 이런 추상적인, 정말 이런 수사적(修辭的)인, 지금 이런 한가한 작문이나 우리 청와대하고 외교부가 할 때입니까?”
  
총리 “저한테도 답변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을 넉넉히 하신 후에.”
  
(일부 대화 생략)
  
“총리님이 말씀 안 하셔도 제가 다 짐작하는 대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가 아무리 ‘굿 이너프 딜’이 아니라 ‘굿 굿 굿 이너프 딜’을 얘기하더라도 지금 미국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북한도 말을 듣지 않아요.”
  
총리 “제 말씀도 드릴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되지 않는 것을 이렇게 자꾸 제안하고, 남북경협이 또 안 됐지 않습니까? 이 ‘굿 이너프 딜’이 될 거라는 그런 낙관적인 근거를 총리님께서는 뭘 갖고 계십니까?”
  
총리 “우선은 ‘굿 이너프 딜’ 앞에 대전제가 있는 것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제안했던 포괄적 합의라는 전제하에서 얘기입니다. 그래서 한미 간에 견해차가 크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미 간에 균열을 말씀하시는데 균열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끝나자마자 맨 먼저 대통령께 전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아까 그 말씀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다 듣고 있습니다. 그런 고장 난 레코드 같은 답변은 이제 그만하시고요.”
  
총리 “고장 난 레코드 여기에 세워주신 이유는 뭡니까?”〉
  
  
국회에서 의원과 총리의 관계는?
  
강 의원이 “고장 난 레코드 같은 답변”이라고 하자, 여당 의원석에서 “적절하게 말하세요” “예의를 갖춰야지요” “질문해놓고 고장 난 레코드가 뭐예요?” 등의 엄호가 이어졌다. 결국, 질의가 중단되고 말았다. 강 의원이 사회를 맡은 이주영 국회부의장에게 “집중이 안 되니 제재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강 의원의 “고장 난 레코드” 발언은 이 총리에 대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체면 위협 행위다. 어떻게 보면 ‘무례’한 발언이다. 그러나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원의 발언이 ‘불손’한 발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무례와 불손은 비슷한 의미(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음)지만, 불손은 아랫사람의 윗사람에 대한 관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여기서 잠깐!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원과 총리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일까, 수평적 관계일까.
  
주호영 의원은 “수직적 관계다.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위고, 총리는 아래”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서울 모(某)대학 정치학과 이모 명예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입법부와 행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총리는 수평적 관계”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어쨌든 국회의원과 총리의 위상은 상황·관계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총리의 이날 답변이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응이었을까. 강 의원의 “고장 난 레코드” 발언은 이 총리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의도적으로 위상을 깎아내린 적극적인 무례 발언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총리의 “고장 난 레코드 여기에 세워주신 이유는 뭐냐”며 강 의원 발언을 희화화시키는 대응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의미 최소화 전략
 
이낙연 총리는 말과 글에 품격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1년 2월 1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시상식에서 이낙연 의원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함께 으뜸언어상을 받았다.
2017년 9월 4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은 그해 8월 25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나온 이른바 ‘언론 장악 음모’ 문건을 두고 이 총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우현 의원(이하 이) “지금 방송 장악 문건이 나왔어요. 이것 잘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총리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잘못되었지요?”
  
 총리 “예, 그….”
  
  “법과 원칙에 의해서 처벌을 받아야 되지요?”
  
 총리 “그 무슨….”
  
  “아마 박근혜(전 대통령)가 이런 것 했으면 당장 탄핵한다고 했을 거예요, 지금 여당들이. 그런데 이렇게 방송을 장악해가지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이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데 총리 의견은 어떠세요?”
  
총리 “전문위원실 실무자를, 탄핵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지요.”
  
총리 “아니….”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하고요. 방통위원장에게도 ‘이런 데 잘못됐으면 잘못됐다’라고 하세요. 예?”
  
총리 “아니, 제가 말씀….”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공정한 방송을 원하는 거지요.”
  
총리 “제가 말씀드립니다. 그 짓이, 그 짓이 잘 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총리는 방송 장악 문건을 더불어민주당 실무자에 의한 “쓸데없는 짓”으로 의미를 축소한다. 정권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방어 전략에서는 이를 ‘최소화 전략’이라 부른다. 이 의원이 제기한 공격 자체가 사소하고, 집권 여당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성됐다는 말이다.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 총리는 “탄핵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거부한다. 이 의원이 계속 잘못을 시인하라고 요구하자 “그 짓이 잘 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말한다. “잘못했다”는 말이 그렇게 하기 어려울까. 이런 말투는 상대를 감동시킬 수 없다.
  
  
논점 흐리기·역공격 전략
 
2017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문재인 정부의 총리로 내정된 이낙연 전남지사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년 9월 11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 발언(“한국이 대북 대화를 구걸하는 거지 같다”)을 두고 이 총리를 공격했다.
  
당시 보도는 일본의 《산케이신문》 계열사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했으며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한미동맹에 금이 간 사례라고 비난했다.
  
김성태 의원(이하 김) “노무현 정부 때도 동북아 균형자 한다고 했는데 무슨 균형을 그때도 잡았습니까? 한미동맹만 망쳐놓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햇볕정책도 동북아 균형자도 얻은 게 뭡니까? 핵과 미사일입니까?”
  
총리 “지난 9년 동안 햇볕정책이나 균형자론을 폐기한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건너뛰고 이런 질문을 받은 게 좀 뜻밖인데요, 제가 그것을, 지나간 일을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 정부는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척지고 중국에 발길에 차이고 북한에 무시당하고 결국 왕따 신세만 자초한 거 아닙니까?”
  
총리 “그런데 저는 김성태 의원님….”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 안보 전략인지 이제 답변 한번 정확하게 해보세요.”
  
총리 “김성태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재치인가, 비아냥인가
  
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편집돼 ‘사이다 총리’ 사례로 방송과 유튜브에 회자(膾炙)될 만큼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야당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우려가 국내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도 들리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의 자극적 보도가 오보(誤報)라고 해도 이 총리의 “(김 의원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역공격은 일종의 논점 흐리기 전략에 가깝다.
  
이 총리의 이런 답변은 김 의원에게 수치감을 주는 말이었다. 결점을 파헤치는 정면 대응이 아니라 빈정대는 식의 핀잔을 주는 말이었다. 물론 긴장된 대화 상황을 반전시키는 재치가 느껴진다. 다만 재치는 전체 분위기를 살리는 ‘말 펀치’라는 점에서 이날 총리의 발언은 비아냥에 가깝다.
  
지난 3월 19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베트남 하노이의 북미회담 실패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이 명백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총리는 김 의원에 적극적인 역공격을 폈다.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김재경 의원(이하 김) “이제는 국민을 상대로 우리가 억지를 부리면 안 됩니다. 이 평화 이벤트 효과가 이제 충분히 달성됐지요.”
  
총리 “그것을 그렇게 보신다면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평화의 문제, 민족의 생존의 문제를 어떻게 그렇게 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정 운영의 부정 평가가 이제는 긍정 평가를 넘어섰습니다.”
  
총리 “그 문제와 별도로 평화를 향해서는 끊임없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과거의 그런 접근 방식이 무엇을 우리에게 갖다 줬습니까? 그것을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총리님답지 않게 제 시간까지 자르시면서….”
  
총리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 생각이 아니잖아요. 아까 우리 여론조사도 봤지 않습니까?”
  
총리 “저도 제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수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그러면 말씀하십시오.”
  
총리 “죽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말, 최선희 부상(副相)의 최근 발언, 하노이 회담 직후에 북미 두 정상이 했던 발언들, … 최근 수년 동안의 전개, 이런 것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지지도가 떨어지고 초초하면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올 수 있음은 제가 이해는 합니다.”
  
총리 “그것을 그렇게 보시는 것은 의원님의 안목의 넓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해법, 대북제재 완화 등 한미 간 이견을 우려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 총리가 “그렇게 보는 것은 의원의 안목의 넓이”라고 답한다. 한마디로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실망스럽다”는 말도 했다. 김 의원은 “제 생각이 아니라 여론조사”라고 했지만, 이 총리는 김 의원의 질문까지 방해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善意 강조 전략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 2017년 5월 10일 모습이다.
이 전략은 문제가 되거나 공격의 소재 거리지만, 그 일을 행한 의도는 선의(善意)였다는 것을 피력하는 전략이다. 일종의 회피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3월 19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주호영 의원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장관 제청권을 두고 이 총리와 공방을 벌였다.
  
주호영 의원(이하 주)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진짜 총리께서 제청하신 것이 맞습니까?”
  
총리 “예, 여러 복수(複數)의 후보자를 놓고 장단점을 함께 논의했고 모든 분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중에서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식적으로 제청서에 도장만 찍은 것입니까, 실질적으로 제청에 관여한 겁니까?”
  
총리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여러 가지 장단점에 관해 토의합니다.”
  
“그렇다면 ‘감염된 좀비’ ‘씹다 버린 껌’ 등 막말을 남발했을 뿐만 아니라 친북(親北)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후보자인데 이런 것들, 다 검증하고 제청한 것입니까?”
  
총리 “예, 그런 문제도 스크린이 됐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언론도 부적격자라 지적하는데 제청을 철회할 생각은 없습니까?”
  
총리 “우리의 대외정책은 통일부 장관 한 사람의 의견으로 좌지우지되지 않습니다.”
  
“말끝마다 촛불정신과 도덕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하는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율배반적이자 ‘내로남불’이고 신적폐의 양산이라고 봅니다. 김연철 후보자뿐만 아니라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제청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보는데 총리 의견이 어떻습니까?”
  
총리 “여러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저희들로선 최선을 다해 그 후보자를 내놨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은 집권 만 2년도 안 돼 박근혜 정부보다 많은 11명이다. 장관들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필요한 절차를 거쳐 최선을 다해 후보자를 내놨다”고 했다. 인사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선의를 강조하는 이 총리의 발언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실행 불가능성의 강조 전략
  
이 전략은 야당의 공격에 형식적으로 답하지만, 속내는 실행 불가능성을 강조한다. “마지못해 알아보기는 하겠지만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3월 19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클럽 버닝썬과 경찰과의 유착 의혹를 추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태규 의원(이하 이) “윤모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어떻게 근무하게 되었습니까?”
  
총리 “제가 아는 바는 없습니다. 나름 소정의 절차를 밟았으리라 짐작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면 저는 총리께서 당연히 알아보셨거나 아니면 밑에서 보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런 답변은 제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람을 추천한 추천 과정이나 추천 인사가 누구인지 밝혀서 국회에 보고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총리 “예,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알아서 누가 추천했는지 국회에 보고해서 국민이 알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총리 “추천자까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자리에 가는데 누가 추천했냐 하는 게 다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인정과 굴복 전략
 
2010년 12월 박지원 의원과 이낙연 의원 모습이다.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이 의원은 당 사무총장이었다.
총리와 야당 의원 간 대정부질문은 언제나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그러나 예외도 종종 발생한다. 이 총리의 고향 선배이자 정치 선배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그 예다. 3월 20일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대정부질문에서 두 사람의 문답을 두고 “호흡 착착 맞는 역대급 호남 콤비”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박 의원이 “총리나 저나 김대중(DJ)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웠다”고 하자, 이 총리는 “DJ께서 ‘한미동맹은 우리의 운명’이라고 늘 말씀한 것을 기억한다”고 화답했다. 대화가 다소 사담(私談)으로 흘렀고 이 총리가 야당 의원 중 박 의원에게만 지나치게 공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향(同鄕) 선배여서일까.
  
박지원 의원(이하 박) “단도직입적으로 하노이 회담은 실패입니까, 성공입니까?”
  
총리 “양단간에 고르라 그러면 참 어렵습니다마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미가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냈습니다. … 저는 이것이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방금 총리께서 답변한 것과 제 의견이 같습니까?”
  
총리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질문할 필요가 없네요?”
  
총리 “아닙니다. 제가 의원님께 배우는 마음으로 듣고 있습니다.”
  
“아니요, 너무 딱딱하니까 쉬어 갑시다. 지난 금요일 날 저녁에 제가 ‘마리텔’ 생방송을 하는데 총리님한테 전화해보래요. 전화했더니 안 받아요. 국회의원 전화 잘 받아야 합니다.”
  
총리 “그때 다른 분들하고 막걸리 마시고 있었습니다.”
  
“제 체면을 완전히 구겼는데 그래도 다음 날 아침에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총리 “죄송합니다.”〉
  
  
말 기술자의 능수능란
  
대정부질문의 답변과 관련해 역대 총리 중에 이 총리만큼 화제가 된 경우가 있었을까.
  
‘분노의 정치’가 판을 치는 국회에서 이 총리의 언변은 주목을 끌기 충분하다. 흔히 진보적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막말이나 거친 태도를 싫어하는 경향을 ‘태도 보수’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총리의 언행은 ‘태도 보수’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총리의 ‘품격’ 발언이 점점 매끄러운 말 기술자의 ‘능수능란’으로 변모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 현란한(?) 방어 전략보다 어눌할지라도 솔직한 겸손에 박수를 보낸다. “때로 쩔쩔매는 겸손한 모습이 오히려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야당 의원의 충고가 기자에게 여운을 줬다.
등록일 : 2019-04-22 10:01   |  수정일 : 2019-04-22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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