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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인구 10만 사수 작전

공무원들, 대학에 전입신고대 차려 / 전입 대학생에 학자금만 160만원 지원 / 국가대표 축구종합센터 유치 사활

글 | 곽승한 주간조선 수습기자   사진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2019-04-11 09:24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낙동동부초등학교의 전교생은 17명이다. 상주시 초등학교 중 두 번째로 적은 학생 수다. 지난 4월 2일 이 학교를 찾아갔을 때 1~4학년 학생 13명이 운동장에서 오후 ‘돌봄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그네를 타고 정글짐을 기어올랐다. 학년이 제각각이어서 많게는 3살 차가 나지만 아이들은 이미 오래된 친구 사이 같아 보였다.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학교 교장 육경숙씨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은 참 착하고 순수하죠. 학생 수가 적으니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더 신경써줄 수 있고 나름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올해 입학생은 3명이었어요. 내년에는 몇 명이나 입학할 수 있을지….” 낙동동부초와 통합 운영되고 있는 바로 옆 낙동중학교도 전교생이 8명에 불과하다. 중학교 3학년 교실에는 학생이 1명뿐이었다. 교사 1명이 학생과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 2017년 폐교된 상주시 공검중학교의 모습.
아이들이 적어지면 학교는 사라진다. 2017년에만 상주시의 공검중학교, 낙동초등학교 용포분교 두 곳이 폐교됐다. 현재 낙동초 용포분교는 서울시가 상주시로부터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캠핑장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1971년 개교한 공검중학교는 10명 남짓한 학생 수로 운영되어오다 결국 폐교됐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녹색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학생이 떠나간 학교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했고 축구 골대는 녹이 슬어 있었다. 직접 찾아가보니 교실 안 책걸상도 모두 치워진 상태로 텅 비어 있었다.
   
   
   ‘상주(上州)가 상주(喪主)가 됐다’
   
경상북도 상주시는 수년 전부터 ‘인구 10만명 사수 작전’을 벌여왔다. 상주시는 인구가 가장 많던 1965년 당시 25만5000여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인구수가 매년 꾸준히 감소해왔다. 2009년 10만6200명에서 매년 1000여명 가까이 인구가 줄어 올해 2월 8일에는 9만9986명으로 떨어졌다. 상주시 사상 처음 인구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2월 21일 상주시 공무원들은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맨 상복을 입고 근무하기까지 했다. ‘상주(上州)가 상주(喪主)가 됐다’는 말도 나왔다. ‘경주’와 ‘상주’를 합쳐 ‘경상도’라고 이름이 지어질 만큼 경상도 지역의 중심도시였던 상주시는 머지않아 ‘상주군’으로 이름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구 10만’이 주는 의미는 단순한 상징성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 10만명 밑으로 인구가 떨어진 후 2년 이상 10만명 선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자체는 실, 국을 1개 줄여야 하고 행정부시장의 직급도 3급에서 4급으로 떨어진다. 시 차원에서 인구 10만 사수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구절벽’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3월 28일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기는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2029년부터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상주시는 이 인구절벽의 끝에 서 있다. 상주시는 전체 인구 비중에서 65세 이상이 29%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다. 2018년 기준 상주시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61.73%로 2017년 기준 전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 73.2%에 한참 못 미친다. 2030세대 인구가 적다 보니 자연히 혼인건수도 적어진다. 상주시청에 따르면 상주시 내 혼인건수는 2014년 296건에서 매년 감소해 2018년 230건을 기록했다. 농촌지역에서 주로 이뤄지는 국제결혼이 그나마 상주시 출산율에 기여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상주시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수는 433명으로, 상주시 전체 초등학생 수(3841명)의 10%를 훌쩍 넘었다. 낙동동부초의 경우 전교생 17명 중 6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었다.
   
   
▲ 2017년 문을 닫은 낙동초등학교 용포분교. 현재는 상주시가 서울시에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해 ‘서울캠핑장’으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상주시 유일한 분만센터의 풍경
   
상주시는 출산 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를 한 명 낳으면 24개월까지 월 15만원을, 둘째는 36개월까지 월 20만원, 셋째는 60개월까지 월 30만원, 넷째는 60개월까지 월 40만원을 지원해준다. 여기에 셋째 아이 이상부터는 건강보험금까지 지원해준다. 그러나 상주시의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출생아 수는 꾸준히 하락세다. 상주시 출생신고 건수는 2014년 547명에서 2018년 470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사망신고 건수는 2014년 1161명에서 2018년 1266명으로 늘어났다. 14세 이하 인구 비율은 전체의 9.27%에 지나지 않는다.
   
상주적십자병원은 상주시에서 유일하게 분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문을 열었다. 시의 지원을 받아 최신 분만 장비와 일반 병원 침대보다 넓은 산모 침대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산모 입원실 바닥에는 온돌도 깔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상주적십자병원은 생계가 어려운 다문화가정의 경우 분만비를 전액 가까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29일 첫 아기 출생 이후 4월 2일까지 약 6개월간 이 분만센터에서 태어난 아기는 총 23명에 불과했다. 2019년 들어서는 13명이다. 한 달에 3~4명꼴이다. 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가 아예 없을 때도 잦다. 기자가 분만센터를 찾았을 당시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는 1명뿐이었다. 그것도 병원 직원의 자녀였다. 병원 관계자는 “지역 인구구조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 분만센터를 오픈할 때도 적자가 날 것을 당연히 예상했지만,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진행했다. 애초에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상주시는 그동안 인구 증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왔다. 상주시는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학생들이 상주시로 전입신고할 경우 최대 160만원의 학자금과 학기당 30만원까지 기숙사비를 지원해주는 ‘전입지원금’을 제공한다. 시청 공무원들이 직접 경북대 상주캠퍼스에 전입신고 접수대를 차리고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홍보했다. 마찬가지로 상주시로 주소를 옮긴 중고생의 경우 최대 12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해준다. 이러한 전입지원금은 학생뿐만 아니라 귀농인을 비롯해 전입한 군인, 의무경찰, 의무소방원, 기업체 임직원 및 개인사업자들도 해당한다. 최대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올해 3월까지 경북대 상주캠퍼스에서 382명, 상주공고와 상산전자고 등 고등학교에서 104명이 전입신고를 했다. 2018년 전체 전입-전출 명수는 전입 6222명, 전출 6104명으로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118명 많았다. 이런 노력 끝에 상주시 인구는 지난 2월 10일 9만9986명에서 3월 26일 10만35명을 기록하면서 46일 만에 간신히 10만명 선을 넘겼다.
   
   
▲ 지난 4월 2일 찾아간 낙동동부초등학교에서 5~6학년 학생 4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유인책으로 46일 만에 10만명 선 회복
   
그러나 출생에 따른 인구 증가가 아닌 지원금과 혜택 등 전입자를 늘리기 위한 각종 ‘유인책’에 따른 결과여서 인구자연감소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청 관계자 역시 전입신고에 의한 인구 증가의 한계를 토로했다. 시청 관계자는 “저출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드는 건 전국적 추세인데, 지방은 타격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몰릴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외지인의 전입신고만으로 인구를 늘리는 건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2일 오후 상주터미널 부근에서 2살 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던 최모(33)씨는 기자가 3일간 상주 시내를 오가며 본 유일한 ‘엄마’였다. 대구 대명동에 살던 최씨는 지난해 말 남편의 직장 발령에 따라 상주로 이사왔다. 상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불편한 점을 묻자 최씨는 “교통”이라고 했다. “집에 차가 한 대밖에 없는데 남편이 출퇴근할 때 써야 하니, 나는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대구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잘 다니는 편이었는데 상주에서 아이를 데리고 한 시간 간격의 버스를 이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다. 매번 택시를 타거나 이렇게 유모차를 끌고 걸어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최씨는 “아이를 키울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있지만 상주시에 어린이집이 몇 곳 없다 보니 선택지 자체가 없다. 대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문화센터나 키즈카페 같은 건 아예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상주시의 0세부터 4세 아동 수는 2018년 기준 2529명으로 전체 인구의 2.52%에 불과했다.
   
상주시에는 공기업 몇 곳의 지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산업단지나 공업단지가 없다. 몇 군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홀로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자리난을 해소하기 위해 상주시도 여러 사업이나 행사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4월 1일에는 전국실업볼링대회가 상주 월드컵볼링경기장에서 개최되었다. 4월 2일부터 5일까지는 농기계박람회가 열린다. 4월 1일 기자가 상주를 찾았을 때 상주터미널 부근 허름한 모텔도 빈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물론 일시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인구를 늘리지는 못한다. ‘대회’나 ‘박람회’가 고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상주적십자병원 신생아실 모습. 상주시에서 유일하게 분만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올해 태어난 아기는 13명뿐이다.

김포, 용인 등과 사활 건 유치경쟁
   
이에 상주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과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이전을 추진 중이다. 최근 상주시가 가장 노력을 쏟고 있는 사업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 경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곧 계약이 만료되는 파주 국가대표 축구트레이닝센터를 떠나 1500억원을 들여 새로운 축구종합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전국 24개 도시가 축구종합센터 유치에 나섰다. 앞으로 지어질 축구종합센터에는 관중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형 스타디움과 10면의 천연잔디구장을 비롯해 선수 3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숙소 및 직원 200명이 근무할 사무동이 마련된다. 상주시 길거리에는 한 블록 건너마다 지역 내 각종 단체에서 내건 “상주시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촉구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주시는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주의 경우 사벌면에 마련될 사업 부지의 90% 이상이 국공립 소유라는 장점도 있다. 또 상주는 한반도 이남의 거의 한가운데에 있어 전국 곳곳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포, 용인 등 수도권 내 주요 도시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상주시에서 그나마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상주터미널 부근이다. 그러나 이 지역상인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상주터미널 부근에서 11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김모(56)씨는 “경기는 늘 어려웠다. 그래도 예전에는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았는데, 사람 자체가 점점 없어지니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대 청년들은 하루에 많이 받아봐야 한 두 테이블이다. 도시 전체에 노인만 많아지니 단골손님들로 겨우 운영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상주 시내 ‘지역상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크게 나눠보면 음식점과 유흥주점 정도다. 기자가 상주를 찾은 날 ‘가요방’이라는 이름을 붙인 유흥주점 한 곳이 개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맞은편 모텔 지하에 있는 또 다른 ‘가요방’은 문을 닫은 지 오래되어 보였다. 젊은층이 주요 고객인 PC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주시내 한 PC방 사장 A씨는 “장사가 잘됐던 적은 원래 없었다. 다만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있어야 유지라도 될 텐데, 점점 없어지기만 하는 추세이니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등록일 : 2019-04-11 09:24   |  수정일 : 2019-04-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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