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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자산, 3세로 넘어가면 10% 남는 것

재계가 과도하다고 하는 상속·증여세 뜯어보기

⊙ 재벌 문제 대다수는 富의 이전 과정에서 발생
⊙ 상속세 과도하지 않다면 일감 몰아주기, 우회상장 편법 난무했을까?
⊙ 회사 자체를 물려주려면 최소 20년 장기 계획 세워야
⊙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의 ‘최대주주 할증 과세’(15%)가 핵심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2019-04-01 09:59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몇 해 전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일주일 동안 의식이 없었던 그는 눈을 뜨자마자 ‘내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면 재산은 어떻게 됐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경영하는 회사는 자산 1000억원대에 연 매출 1000억원대, 시가총액 2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터라 자식들에게 사업을 벌써 물려준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건강을 회복하고 A씨는 세 자녀와 친인척들에게 주식을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세법을 따져보니 증여세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았다. 세 자녀에게 주식(전체 주식의 각각 2%대)을 증여할 경우 자식들이 내야 할 세금은 1인당 50억~60억원이었다. A씨와 친인척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전체의 25% 정도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A씨가 장내에서 주식을 팔아 자식에게 현금으로 줄 경우 회사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웠다. A씨에게 현금을 받았다고 해도 회사를 경영하려면 자식들이 회사 주식을 장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금을 받은 자식들이 주식을 다시 사면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한다. 여러 고민 끝에 A씨는 정공법으로 자식들에게 주식을 증여키로 결심했다.
  
증여세 50억~60억원을 당장 낼 처지가 아니었던 자식들은 증여받은 주식을 ‘연부연납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연부연납’은 증여세 일부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내는 제도다. 납세 의무자가 납세 자금을 준비하는 동안에 주식을 담보로 잡고 증여를 허가해주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증여를 결정했을 때보다 20% 정도 빠졌다. A씨는 “세 자녀가 내야 할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 주가(株價)는 그동안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상속세를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여러 완충 장치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벽이 높다”며 “이런 문제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다른 방법으로 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상속세에 관심 없는 이유

2018년 5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세청 조사국장이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대기업, 대재산가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이들이 편법을 저지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기업들이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견 기업들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2세들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한다는 얘기들도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의 건전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상속세 문제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일부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상속세를 낸 사람은 4619명, 2014년에는 4796명에 불과하다. 국민 중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일이다 보니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하지만 상속세 문제가 자식에게 상속할 재산이 없거나, 부모에게 상속받을 재산이 없는 얘기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한 세무사는 “상속세 납부 비용이 과다해서 사업체를 다른 이들에게 넘기거나 사업을 접는 일이 종종 있다”며 “특히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던 상속인의 경우 회사 지분을 상속받고 주식을 매각하거나 폐업 신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창업주와 2세 간의 상속·증여 문제가 복잡할 경우에는 내 직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기업체들은 앞다퉈 상속세 문제에 대해 열을 올린다. 얼마 전 이 과정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많은 기업인이 과도한 상속세를 우려한다. 가업(家業)을 물려받아 잘 키우려고 하는데 상속세가 너무 과해서 어쩔 수 없이 지분을 팔고 경영권을 외국에 매각한 중소기업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그 예로 몇몇 회사의 실명을 거론했다. 문제는 이후에 불거졌다. 일부 언론이 거론된 회사의 관계자 설명을 인용해서 “경총이 언급한 회사들이 상속세 때문에 회사 경영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더 큰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글로벌 대주주를 찾은 것이다. 상속세 때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경총이 여론을 호도하고자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즈음 만난 한 기업 2세 경영인은 이렇게 말했다.
 
“상속세가 과하다는 것은 기업인들 사이에서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기업을 자식에게 넘기는 것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상황에서 ‘상속세가 너무 높아서 외국 회사에 주식을 넘겼다’고 말할 기업인이 누가 있겠습니까. ‘기업 운영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주식을 넘겼다’며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만, 속내는 ‘과다한 상속세를 낼 수 없었다’일 겁니다. 상속세·증여세 과세가 현실적이었다면 오늘날 많은 중소기업이 매물로 나오는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기업, 중견·중소 기업에 사실상 모두 적용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의 세 가지다. 양도소득세는 토지나 건물 등 자산의 양도로 인한 자본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양도한 사람이 돈을 낸다. 증여세는 증여에 의해서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될 때 부과하는 조세이고, 상속세는 사망에 의해서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대해서 부과되는 조세다. 증여세와 상속세는 살아생전에 재산을 넘겼느냐, 사망 이후에 넘겼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같은 조세로 수증자, 즉 재산을 받은 사람이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증여세나 상속세 모두 상속인이 받은 상속 재산은 ‘무상’으로 이전된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보고 과세를 한다. 불로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필요 경비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고 부(富)의 사회적 환원을 목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세율이 높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2000년 이후에 변화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상속세율은 10~50%로 5단계 누진 구조다. 1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0%의 세금을 부과한다. 1억~5억원 이하는 10%의 세금(1000만원)에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20%(8000만원), 즉 총 9000만원이 부과된다. 5억~10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9000만원에 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30%(1억5000만원), 총 2억4000만원이 부과된다. 10억~30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2억4000만원에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40%(총 10억4000만원), 30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0억4000만원에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0%가 부과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 기업 중에서 30억원 이상을 상속(또는 증여)할 경우에 대다수는 최고 세율인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OECD 국가에서 부과하는 상속세의 평균 세율은 26% 정도다. 우리나라는 2배 가까운 세금을 내야만 회사를 자식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소리다.
  
“재벌 문제의 대다수는 2세에 재산을 넘기는 과정에서 시작”
  
우리나라는 가족 경영에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이었던 정부 정책에 대한 후유증은 여전히 존재한다. 재벌그룹의 지분 구조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는 C씨의 얘기다.
 
“자산 기준으로 50대 그룹 중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은 곳은 절반이 넘습니다. 현대그룹은 과거 고(故) 정주영 아산 회장이 2세에게 그룹 경영권(재산 포함)을 물려줄 때 자식들 간에 재산 다툼이 일어서 ‘왕자의 난’이라고 불렸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들 간에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 ‘형제의 난’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발발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다툼이 불거지면서 오너 일가가 낮은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로 그룹을 경영해왔다는 것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보통 이상의 부를 가진 이들이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서 싸우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재벌그룹 문제의 대다수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생긴 겁니다.”
 
― 왜 그렇습니까.
  
“창업주 시절에는 한창 우리 경제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가는 과정이었기에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정경유착, 일부 탈세 등의 문제점이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많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재벌그룹이 우리 사회에 순기능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고용 창출에 이바지했고,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었으며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하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문제의 시작은 2세로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삼성그룹이 복잡한 방법을 통해 경영권을 넘긴 것이나 현대차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라는 편법적 수단으로 부의 이동을 시도한 것 등 재산 이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재벌에 대한 악한 감정이 들게 했습니다. 창업주를 거쳐 2세, 3세로 부의 이전이 정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反(반)재벌 정서가 형성되지 않았을 겁니다.”
 
― 富(부)의 이동 과정에서의 적법성이 가장 문제였다는 얘기군요.
 
“달리 말하자면 부를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그룹이 커질수록 과세가 커졌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세금을 줄이려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우회상장, 일감 몰아주기, 비상장 회사를 이용한 증여 등의 방법이 도입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령 삼성그룹에 대해 단순 계산을 해보죠. 삼성이 현재의 성장성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세법에 따라 상속세를 낸다면 상속 증여세의 과세 표준(50%)에 경영권 프리미엄(대주주가 상속으로 인해 경영권까지 가지게 되는 권리)인 10~15%의 할증이 붙습니다. 그룹의 규모가 첫 번째 상속을 할 때 종전의 35% 규모로 축소됩니다. 그 후대로 두 번째 상속이 이뤄지면 다시 3분의 2가 줄어서, 처음 창업주 시대에 비하면 10% 규모만 남습니다. 비약적인 계산법이기는 하지만 자산 총액 400조원짜리 그룹이 두 번의 상속 절차를 거쳐서 40조원짜리 그룹이 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 그룹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타인에게 물려준다면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제3자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능력이 있든 없든 그룹의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속성이라고 봅니다. 만일 타인에게 물려줬다손 치더라도 상속 한 번으로 그룹이 절반도 남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상속세 인하 조치는 ‘불로소득 조장’이라는 비판받아
 
지난 2014년 12월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업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깎아주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이 부결됐다.
상속세는 20세기 이후에 사회적 형평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상속세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에만 부과토록 하기 때문에 조세 수입 중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납세 의무자 수도 다른 세목에 비하자면 몹시 적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상속세로 거둔 세수는 1조5865억원(전체 걷힌 국세는 194조2984억원), 2014년 상속세 세수는 1조961억원(전체 국세 204조2911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국세의 1%조차 차지하지 못한다. 상속세가 세수를 거둘 목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 아니며, 부의 ‘무상 이전’(불로소득 차단)을 막기 위한 세목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따라서 상속세 인하 조처를 하는 것은 ‘친(親)기업’ ‘불로소득 조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속세는 상속하려는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누진세이기에, 일반인들이 집 한 채를 자식에게 증여(혹은 상속)하는 경우 세금이 과도하지는 않다. ‘상속세가 과하다’는 말의 대부분은 기업의 소유권을 물려주는 과정을 지칭한다.
 
기업승계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소유권·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기업이 대부분이므로 소유권 승계(ownership)와 경영권 승계(management)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승계 방식에 따른 유형은 경영자 생전에 후계자에게 이전되는 증여, 경영자 사망 후 후계자에게 이전되는 상속, 경영자 생전에 일부 이전, 사망 후 잔여재산을 이전하는 증여+상속, 후계자가 없거나 지속적 사업이 곤란한 경우에 하는 폐업 및 M&A가 있다. 승계 형태 결정 방식에 따라서 가족 내 승계, 가족 외 승계, 타인 승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2세 경영인 B씨는 무남독녀 외동딸에게 사업체를 물려줄 생각이다. 현재 대학에 다니는 딸은 회사 내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그의 얘기다.
 
“회사를 선친(先親)에게서 물려받는 과정에서 주식 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선친에게 주식 일부를 증여받았고, 그간 모아뒀던 쌈짓돈으로 회사 주식을 장내에서 샀습니다. 증여세를 현금으로 내고 또 남은 돈으로 회사 주식을 싼값에 사들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 이렇게 해서라도 사업을 이어야 하나’란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딸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어떤 식으로 해야 할는지 답답합니다. 대학생이 주식을 사려면 자금 출처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에 조세 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없고, 주식 자체를 증여하려니 딸이 증여세를 낼 방법이 요원합니다. 예전에는 주식 증여를 할 때 주식의 일부를 증여세로 납세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현금으로 내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기 때문에 걱정이 큽니다.”
 
지난 2014년 중소기업실태조사를 보면, 가업 승계 시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말에 전체의 76%가 ‘상속·증여세 등 조세부담’을, 전체의 7%가 ‘지분구조 복잡성’, 4%가 ‘거래처의 물량 축소’를 꼽았다. 중소기업들이 상속세 등 조세 부담을 몹시 가혹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업 승계 조건 까다로워
 
상속세는 대다수 현금으로 납부를 한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한 번에 내기 어렵기에 국세청은 ‘연부연납’ 제도를 운용한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상속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신청 금액에 한해 연부연납 허가일 이후에 최장 5년에 걸쳐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연부연납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납세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연납에 따른 가산금(이자)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물납’도 가능하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해당 상속 재산액수의 2분의 1을 초과할 경우에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납세할 수 있다(2017년 12월 19일 개정). 하지만 한 세무사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돈을 거두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물납을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주식이 평가하기 나름이라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국세청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굳이 받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의 상속세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가업상속공제’란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그 가업을 상속받은 상속인이 상속세과세액에서 기업상속재산액수를 일정 한도 내에서 공제받도록 해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 기초공제해설)다. 공제 한도금액은 기업 계속 영위 기간별로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경우 200억원,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경우 300억원, 30년 이상인 경우에 500억원으로 한다. 2017년 12월 19일에 법을 개정하면서 ‘장수기업의 기술과 경영 비법의 승계를 지원하는 가업상속제도의 취지’ 차원에서 도입됐다. 나라에서는 중소기업 보호 조치 차원에서 여러 제도를 운용 중이라고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요건이 까다롭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섬유 생산업을 가업으로 해온 C씨는 자식에게 증여하면서 ‘가업상속공제’를 받고자 재무팀에 상황 파악을 지시했다. C씨의 아들이 신규 사업을 한다며 벌인 일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처음에 가업을 위해 증여하는 경우에 공제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자산 총액이 5000억원 미만이고, 회사를 20년 이상 꾸려온 장수기업이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까다로운 요건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작은 회사이다 보니 충분히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들이 회사에 직접 근무하지 않은 것이 저촉된다고 했습니다.”
 
― 반드시 회사에 근무해야 하는 조항이 있나요.
 
“섬유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나 자신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들이 젊은 나이라 그런지 4차산업 시대로 가야 한다면서 창업 자금을 지원해주면 신규 사업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출자한 형태로 사업을 지원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우리 본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재무팀에서 가업 공제를 받으려면 자식이 몇 년 이상을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하더군요.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우리 회사로 자리를 이동하고 몇 년 이내에 임원, 대표이사를 맡아야 한다고 합디다. 이미 자식이 벌여놓은 사업이 있는데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죠. 가업 승계 조건이 까다롭다고 느꼈습니다.”
 
이는 실제 중소기업인들이 많이 체감하는 일로 보인다.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 중 대다수가 업종의 쇠퇴, 비전의 전무(全無)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사례도 있다.
 
D씨는 20여 년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자 부품을 납품해왔다. 회사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간 성실히 운영해온 덕에 대기업과의 거래가 계속 이어졌다. D씨의 꿈은 일흔이 되면 은퇴를 하고, 사업체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었지만 아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했다. D씨는 “해외로 유학 간 아들이 돌아와서 회사를 맡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직장을 얻어서 지내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 돌아와 기업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D씨는 회사 임원에게 승계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떤 식으로 ‘경영권 이양’에 대한 비용을 책정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상속세를 적법하게 낼 경우에 창업주 시절의 자산이 2세로 대폭 줄어 넘어가고, 또다시 3세로 넘어가면 다시 낮아지기에 ‘할아버지에서 직접 손자’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 가령 할아버지의 나이가 90대, 아버지가 70대, 손자가 40대의 경우에는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한 세무사는 “법적 상속은 배우자와 직계 비속이 1순위, 손자는 2순위다. 하지만 증여세를 아버지가 내고, 손자가 또 내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합의를 거쳐 할아버지의 재산을 곧장 손자에게 유언으로 넘기는 방법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美, 100년 동안 상속세 폐지·부활 번복
 

상속세 부과에 대한 논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세수 확보를 통해 재정 위기를 넘기고자 지난 100년 동안 상속세 폐지, 부활을 번복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요국 상속·증여세 동향’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0년까지 연방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했으나 재정 적자가 생기자 2011년에 다시 부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경됐다. 트럼프 미(美) 대통령은 지난 2017년 9월, 상속세 폐지를 포함한 파격적인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국가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상속세를 매긴다.
 
첫째, 전통적인 상속·증여 과세를 유지하면서 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생전 증여가 유리하도록 변화를 시켰다.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다. 둘째, 상속·증여과세의 효과가 미미해지면서 유명무실해지자 이를 폐지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셋째, 직접적으로 과세하지 않고 자본 이득에 의한 소득으로 추징한다. 캐나다와 아일랜드인데 캐나다는 주정부에 의해 최고 2%, 아일랜드는 20%의 단일세율을 갖는다. 상속세가 가장 과한 국가로는 우리나라(50%)와 일본(55%)을 꼽는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상속세율이 55%로 우리보다 5% 높다. 하지만 우리는 가업을 승계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최대주주 할증 과세’(15%)가 더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실질 최고 상속세율이 65%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정호 전(前) 자유기업원 원장은 대기업의 상속세에 대해서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은 가업 승계라는 이름으로 다소 너그럽게 봐주지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다르다는 것 외에 대기업,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상장주식의 상당 비율을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대기업의 경영권 상속을 중소기업보다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2세에 주식을 넘겨주더라도 최종적으로 그 2세가 경영권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는 주주총회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에 무능한 2세에게 무작정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주식보다 부동산 넘겨주는 방법이 현실적
 
경기도 광교 신도시에 있는 한 대형 상가. 자식에게 기업을 상속하기보다 부동산을 물려주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상속세 부과에 찬성하는 입장은 분명하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의 집중, 방지를 막으며 세수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부가 대물림되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부가 특정 가문에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폐지 쪽은 가업 승계가 봉쇄되고,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며 이중 과세 문제가 불거진다고 한다. 이들은 상속세가 과도하면 각종 편법 상속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으며, 모든 재산의 절반을 상속세로 내면 기업인들의 재투자 의욕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운영 과정에서 이미 법인세를 냈기 때문에 상속할 때 세금을 또 내는 것은 이중과세라고도 한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한 기업인은 “법에서 규정하는 만큼의 상속세를 낼 경우 그룹의 위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대놓고 무시할 경우에는 탈법·편법 기업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속세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무사들은 ‘상속세 폭탄’을 상의하는 기업인들에게 종종 이런 조언을 한다.
 
“상담하는 분들께 솔직히 ‘이 비즈니스가 몇 년이나 영속될 것 같으냐’고 물어봅니다. 전통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고 업종 변경이 불가하고, 4차산업이라는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준다고 해도 예측 불가일 경우가 많다고 보입니다. 많은 분이 ‘기업의 영속성’에 대해 자신이 없어 합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물려준다기보다는 적절한 때에 탈출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특히 비상장 회사의 경우에는 주식을 매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적절한 시기에 적정한 금액으로 넘기라고 조언합니다. 이후에 현금으로 부동산에 투자를 해서 자식들에게 부동산으로 넘겨주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가업 승계 요건을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회사 자체를 자식에게 물려주려면 10년 계획으로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20~30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능한데 그마저도 회사 자체를 넘기는 것이 나은지, 현금 혹은 부동산으로 넘기는 것이 나은지 판단해야 하거든요.”
등록일 : 2019-04-01 09:59   |  수정일 : 2019-04-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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