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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별종이라고요?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X세대 엄마와 Z세대 아들의 영화 소통기, 조수진 교수와 최하경 군

입시생이 있는 집안에서 최고 권력자는 고3, 다음은 고3 엄마라고 한다. “아이가 고3이야”라는 한마디에 시댁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모든 일에서 열외로 쳐준다. 고3과 고3 엄마는 일단 얼굴 볼 시간이 없는 데다 대화라고 해봐야 공부 얘기에 머물기 십상이다. 서울 신일고등학교 3학년인 최하경 군과 조수진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다르다. 매일 두세 차례 전화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별종 모자’다. 딱 서른 살 차이 나는 Z세대 아들과 X세대 엄마. 두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싶었으나 “아들이 고3이에요” 한마디에 하경 군과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해야 했다.

글 | 이근미 기자 2019-03-06 09:47

조수진 교수와 하경 군은 최근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를 냈다. 별종 모자가 영화로 소통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세대가 각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대화법을 담았다.

“극동방송에서 20여 년간 아나운서와 PD로 일했습니다. 하경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퇴직하고 1년 후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2학기부터 바로 대학 강의를 맡게 됐죠. 수업 준비를 위해 무성 영화를 보는데 아이가 흥미를 느껴 신기했어요.”
 
영화 취향이 비슷한 모자는 나란히 앉아 함께 영화를 봤다. 에디슨이 만든 최초의 영화에서부터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 〈전함 포템킨〉 같은 무성 영화는 물론,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시네마 천국〉 〈인생은 아름다워〉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명작에 이르기까지 100여 편을 하경 군과 같이 감상했다.

“20~30초 분량의 무성 영화, 세 시간짜리 〈국가의 탄생〉,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같은 영화도 함께 봤는데, 아이가 재미있게 봐서 신기했습니다. 제가 영화의 의미, 기법 같은 걸 얘기해주고 아빠는 영화에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줬죠.”

하경 군은 영화에 대해 이런 감상평을 내놨다.

“에디슨과 뤼미에르가 꿈을 꾸고 노력한 결과로 우리가 영화를 보게 됐잖아요. 고마운 마음이 들었죠. 촬영 기법이 점점 발달해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국가의 탄생〉은 엄청 긴 영화지만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미국 역사가 나와 어렵지 않았어요.”

히치콕이 연출한 영화, 채플린이 출연한 영화, 한국 초기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모자의 대화가 깊어졌다. 히치콕 영화 여덟 편을 본 하경 군은 “장면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됐어요. 히치콕이 60세에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주위 사람들이 반대할 때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라고 말했다.

하경 군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빠까지 가세해 개봉관 나들이를 했다. 음악 영화 〈라라랜드〉 〈맘마미아1,2〉 〈위플래쉬〉, 뮤지컬 레미제라블 실황을 담은 〈1789〉, 지난해 말 개봉한 〈서치〉 〈국가부도의 날〉 등도 섭렵했다.

영화 덕에 사춘기도 무사히


영화를 보며 대화한 덕에 그 무섭다는 ‘중2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참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강요하거나 잔소리하는 대신 질문을 던져 아이가 말을 많이 하도록 했어요.”

조 교수는 영화 감상 외에도 아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늘렸다.

“포럼에 갈 때 아들을 데려갔어요. 하경이가 맨 앞에 앉아서 두 시간씩 강연을 들으면 다들 놀라며 희귀한 아이라고 했죠. 초청 강사가 하경이에게 말을 시키면, 하경이는 아이다운 질문으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어요. 그런가 하면 제가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면 하경이도 옆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었죠.”

하경 군은 엄마와 함께한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는 “부모님은 제 가장 친한 친구”라며 이렇게 답했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생각을 키워준 보물입니다. 영화를 보고 엄마와 함께 많은 모임에 가면서 저의 가장 큰 장점인 감수성이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엄마와 전화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요.”

조수진 교수는 극동방송에서 〈김혜자와 차 한 잔을〉이라는 프로그램을 10여 년간 연출했는데, 김혜자가 연극을 할 때면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

“연극이 끝나면 무대 뒤로 가서 인사시키고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줬어요. 다양한 분들을 뵐 자리를 마련했죠. 하경이가 중학교 때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연극 연습을 하셨어요. 가서 인사드리라고 했더니 어느 토요일에 음료수와 꽃을 사들고 혼자 찾아갔더라고요.”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 추천사에 김혜자는 이렇게 적었다.

“연극 연습장에 국화 몇 송이 들고 찾아와 가슴 찡한 기도두 해주구, 내가 하경이의 여자 친구 같은 느낌이 들게 해주던, 의젓하지만 유머러스하고 중학생인데 어른 남자 같고… 어떤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지 궁금해지는 하경이입니다.”


아는 것 많고, 관심이 광범위한 Z세대

조수진 교수는 Z세대 아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나눈 두 사람은 ‘다름의 소통법’을 알아갔고, 서로의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

“광고계에서 일하는 남편도 하경이 덕에 트렌드를 빨리 익힌다며 좋아해요. 하경이는 랩을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비비크림도 가끔 바르고 다녀요. 하경이가 차에서 랩을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 시끄러워도 참고 ‘이게 뭐야? 재미있다’라며 관심을 보여요. 하경이 덕에 요즘 어떤 브랜드가 뜨고 어디에 핫한 편집숍이 있는지, 어떤 래퍼가 인기 있는지 알게 됐어요. 아들이 인터넷으로 찜해놓은 상품을 구매 대행해주다가 인기템들도 꿰게 됐죠. Z세대는 아는 것도 많고 관심이 광범위해서 깜짝깜짝 놀라요.”

정치인이나 법관이 되고 싶다는 하경 군은 “영화를 많이 보고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기른 판단력으로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영화 다른 시선

X세대 엄마 조수진 교수와 Z세대 아들 최하경 군. 같은 영화를 본 감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살아온 시대와 자라난 환경이 다르니 당연지사.
엄마는 아들의 감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소통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톱클래스 2019년 3월호
등록일 : 2019-03-06 09:47   |  수정일 : 2019-03-0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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