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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를 잡아라! ‘부티크호텔’ 전쟁

글 | 김태형 주간조선 기자 2018-05-30 08:54

▲ 롯데 제주 아트빌라스 B블록 전경. photo 롯데호텔앤리조트
직장인 황민수(가명·32)씨에게 호텔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그에게 호텔은 스트레스를 푸는 힐링의 공간이다. 그는 지난 5월 21일에도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묵었다. 그가 호텔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테리어다. 그가 묵은 호텔 객실 사진을 보니 갤러리 같은 곳도 있고 영화박물관처럼 꾸며진 곳도 있다. 어떤 곳은 북유럽에 갔나 싶기도 하다.
   
   그는 스마트폰에 호텔예약전용 ‘앱’도 설치해놓았다. 이벤트를 하거나 특가 할인 호텔 정보를 수시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 호텔 예약을 7회 하면 1박 무료쿠폰이 발급되는데 올해만 이 앱을 통해 1박 무료쿠폰을 2번이나 발급받았다. 한 달에 3~4일은 호텔에 묵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여름휴가도 호텔에서 보낼 계획이다. 황씨는 “요즘엔 시설은 특급호텔 못지않으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티크호텔이 많이 생겼다”면서 “친구들끼리 새로 생긴 부티크호텔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여행 대신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호캉스는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다. 신규 호텔 증가와 호텔 예약 ‘앱’ 발달도 호캉스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다. ‘호캉스’족이 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호텔들의 전쟁이 뜨겁다. 특히 2030을 겨냥한 개성 넘치는 부티크호텔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 글래드 라이브 강남의 ‘미식과 아트를 동시에 즐기는’ 아트마켓. photo 글래드호텔그룹

▲ 글래드 여의도의 블랙바 전경. photo 글래드호텔그룹

▲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가구 부티크호텔 ‘라까사’ 내부. photo 라까사

   
   유럽 살롱문화 본뜬 부티크호텔도
   
   지난 5월 21일 ‘홍대 호텔 거리’라고 불리는 양화로 일대를 찾았다. 양화로 일대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동교동 삼거리까지 이어진 거리다. 양화로 큰길을 사이에 두고 호텔들이 즐비하다. 각 호텔 로비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캐리어를 끈 중국인 관광객들도 볼 수 있었다. 양화로 일대에는 2013년 ‘메리골드호텔’과 ‘호텔 더 디자이너스 홍대’ 등 부티크호텔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홍익대 부근에 부티크호텔인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 문을 열면서 2030세대를 겨냥한 부티크호텔 경쟁이 치열해졌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홍익대 주변 지역의 ‘청년 문화’와 ‘예술’ 감성을 반영해 지어진 호텔. 베를린의 소호하우스 설계를 맡았던 세계적 디자인 건축 기업인 ‘미켈리스 보이드(Michaelis Boyd)’가 설계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대학가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 곳곳에 부티크호텔이 매달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부티크호텔의 역사는 꽤 오래된 편이다. 2004년 서울 광장동 W호텔이 개관하면서 부티크호텔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 알렸다. 현재 W호텔은 규모 면이나 경영 방침상 전통적인 의미의 부티크호텔에 속하지는 않지만 기존 호텔과는 차별화된 스타일리시한 호텔로 평가받고 있다.
   
   부티크호텔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 서울 이태원의 ‘IP 부티크호텔’과 제주의 ‘보오메 꾸뜨르 부티크호텔’이 본격적인 부티크호텔 콘셉트를 내세워 개관했다. 곧이어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객실을 꾸민 ‘호텔 더 디자이너스’가 서울 곳곳에 들어섰고, 가구회사 까사미아가 론칭한 호텔 ‘라까사’도 서울에 선보였다.
   
   현재 호텔업계는 부티크호텔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림그룹은 2014년 ‘글래드 여의도’를 시작으로 2015년 ‘메종글래드 제주’, 2016년 ‘글래드 라이브 강남’, 지난해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의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글래드 마포’를 개관했다. 특히 강남점 같은 경우, 벽돌과 철제를 사용한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객실에 하만카돈의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빙 테이블이 있어 소비자 스스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가구회사 까사미아가 론칭한 ‘라까사’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가구 부티크호텔이다. 고객들은 까사미아의 대표적 가구시리즈인 밀튼, 그린랜드로 연출된 3개 스위트룸 등 객실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체험할 수 있다. 라까사는 다른 호텔과 달리 시즌마다 주기적으로 객실 내부를 새로운 침구와 소품으로 교체한다. 싱글 기준 객실 가격은 15만원 내외다. 오수현 라까사 매니저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빈 객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투숙객의 스펙트럼은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제주도에 VIP를 위한 부티크 리조트인 아트빌라스를 선보였다. 아트빌라스는 건축가 승효상, 도미니크 페로, 이종호, 구마 겐고, DA 글로벌 그룹이 제주의 자연을 테마로 디자인한 고급 리조트다. 아트빌라스는 A, B, C, D, E 다섯 건물로 나뉘어 있다. 각 블록마다 디자인과 테마가 모두 다르다. 가령 A블록은 ‘제주의 수평선을 들보 삼아 들어올리다’라는 콘셉트로 옥상공간을 그대로 두지 않고 사우나, 미니수영장 등을 만들었다. 모든 빌라에서는 멀리 제주도의 청정바다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조선호텔도 오는 7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 부티크호텔을 열 계획이다. 이름은 레스케이프(L’Escape). 프랑스어 정관사 ‘르(le)’와 ‘탈출’이란 뜻의 ‘이스케이프(escape)’의 합성어로 ‘일상으로부터의 달콤한 탈출’을 의미한다. 레스케이프는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번째 독자 브랜드 호텔이다. 지상 25층으로 총 204개의 객실로 운영된다. 레스케이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프랑스의 살롱문화를 호텔 곳곳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부티크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자크 가르시아가 19세기 파리 귀족사회를 본떠 설계했다. 붉은색을 주로 사용한 화려한 패턴, 플라워 패턴의 캐노피 장식 등이 특징이다. 객실 조명의 조도가 낮고 샹들리에가 있어 우아하고 아늑한 느낌이 난다. 레스케이프 관계자는 “기존의 부티크호텔은 단지 고급 호텔보다 좀 더 저렴한 호텔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레스케이프는 호텔이 가진 고급스러움은 물론 그 호텔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분위기와 즐길거리가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부티크호텔의 증가로 인해 최근 5년 사이 새롭게 문을 연 호텔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6년 기준 서울시내 관광호텔만 348개로 객실 수는 4만6947개에 달한다. 이는 2012년(161개, 객실 2만7173개)과 비교했을 때 무려 72.7% 증가한 수치다. 2022년까지 서울시내에 준공 예정인 호텔도 188개(객실 2만8201개)다.
   
   부티크호텔의 등장은 국내 호텔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았다. 최근 2년 사이 2030세대의 호텔 이용률이 급격히 늘어났다. 데일리호텔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데일리호텔 ‘앱’을 통한 특급호텔 객실 판매량은 2015년 동기간에 비해 약 400%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30세대 사용자가 전체 고객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20대 이용자가 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30대(41%), 40대(11%), 50대(4%) 순으로 나타났다.
   
   
부티크호텔이란?
   
   중소 규모 호텔에 독특한 디자인 채워 넣어
   
   호텔업계에서 부티크호텔은 ‘4.5성급 호텔’로 불린다. 5성급 특급호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일반 4성급 비즈니스호텔보다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서다.
   
   부티크호텔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부티크호텔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성급 ‘W호텔’을 대표적인 부티크호텔로 꼽는 경우도 있고, 모텔이 부티크호텔이라고 간판을 단 경우도 있다.
   
   부티크호텔의 시초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영국, 프랑스 도심지를 중심으로 임대료 부담이 컸던 중소 호텔업자들이 투숙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미적 요소에 투자한 것이 출발이라고 알려져 있다. 부티크(boutique)의 사전적 정의도 ‘규모는 작아도 특별하고 개성적인 옷과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점포’라는 뜻이다. 옥스퍼드 사전엔 부티크호텔이란 ‘스타일리시한 소규모 호텔’이라고 표현돼 있다. 2015년 미국의 호텔투자자문회사 ‘하이랜드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부티크호텔에 대해 ‘부티크 호텔은 단순히 디자인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지역과 커뮤니티에 대한 독특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부티크호텔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 편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교집합이 존재한다. 바로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비에 영사기가 전시돼 있고, 앤티크한 가구들로 채워진 객실을 자랑하는 등 대형 체인호텔의 천편일률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개성 넘치는 부티크호텔들이 넘쳐난다. 편안한 숙박은 기본이고, 문화체험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부티크호텔인 것이다.
   
   부티크호텔의 앞날에 대해 김홍범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2030세대의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부티크호텔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텔은 화려한 외관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읽고, 다양한 서비스와 외관에 걸맞은 품격 있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2509호
등록일 : 2018-05-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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