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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20대 여성 4명 중 1명이 위험하다! 이유는?

죽음을 부르는 병 섭식(攝食)장애

글 | 김민희

▲ 일러스트 이철원
사례 1. 30대 후반 직장여성 A씨는 취침시간에 항상 먹을 것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먹다 남겨 둔 치킨·스낵·빵 등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일단 식욕이 생기면 억제하기 힘들다. 온통 먹을 생각밖에 없다. 가족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린 후 A씨는 몰래 주방으로 나와 허겁지겁 꺼내 먹는다. 정신없이 먹고 난 후 빈그릇과 빈봉지가 보이면 심한 죄책감이 든다. 후회가 밀려오면서 살이 찔까 두렵다. 화장실로 가서 손가락을 입에 넣고 다 토해낸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변기를 붙잡고 엉엉 울고 싶을 때가 많다. 이런 행동은 다음 날 출근에도 지장을 준다. 사람들은 그에게 “피곤해 보인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무슨 일 있냐?”고 묻지만 지난 밤 있었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사례 2. 20대 중반 여성 B씨는 공기업에 수석으로 입학한 재원이다. 완벽주의적 근성이 있는 그는 몸매 또한 완벽해지고 싶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음식 섭취량을 줄여갔다. 다이어트가 인생의 큰 목표가 되면서 음식만 보면 칼로리 덩어리로 보였다.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살이 찌는 것 같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누가 봐도 확연히 말랐는데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멈추지 않았고, 음식을 삼키기 불안한 상태에 이르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다. 만나면 식사자리가 많다 보니 약속을 아예 피하게 됐다.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지면서 다른 일에는 흥미를 잃어갔다. 이전의 의욕적이고 목표지향적인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결국 166㎝의 그는 24㎏까지 빠졌고, 몸과 마음은 엉망이 됐다. 영양실조, 우울증, 무월경은 기본이었고, 몸 안의 장기 여기저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결국 한밤중에 저혈당으로 혼수상태에 이르렀고 위독한 상태에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A씨와 B씨는 섭식장애 환자로, A씨는 폭식증, B씨는 거식증을 앓고 있다. 섭식장애란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증세를 말한다. 먹고 토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든지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증세가 대표적. 폭식증은 참을 수 없는 식욕으로 음식을 많이 급하게 먹은 후 토하거나 과한 운동 등을 하는 증상이고, 거식증은 말랐는데도 살이 찔까 두려워 음식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증세를 말한다. 폭식증 환자들의 체중은 정상이거나 약간 초과하는 경우가 많고, 거식증 환자는 저체중이다. 미국의 팝 그룹 ‘카펜터스’의 카렌 카펜터스는 1983년 거식증으로 사망했다. 1997년 작고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폭식증을 앓고 있었으며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해 거식증 의혹을 받았다. 키 173㎝인 졸리는 37㎏밖에 안 나가는데도 음식물을 극도로 제한했다고 한다. 매스컴에는 거식증이 더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폭식증 환자가 훨씬 흔하다. 폭식증 대 거식증 환자 비율은 3 대 1 정도다.
   
   섭식장애는 정신질환이지만 몸과 마음을 모두 망가뜨리는 무서운 병이다. 영양불균형이나 영양부족으로 허약, 피곤, 집중력 저하, 우울증, 대인관계 기피증,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등을 필수적으로 동반하고, 골다공증이나 소화장애도 흔하다. 심하면 주요 장기 손상을 초래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 늘상 다이어트를 달고 사는 한국 여성의 상당수가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 하지만 병에 대한 진단이 간과되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이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불임 유발하고 2세까지 영향
   
▲ 김율리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 교수는 최근 아시아 최초로 국제섭식장애학회 석학회원에 선정됐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을지로에 있는 서울백병원에서 만난 김율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 4명 중 1명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흔하고도 위험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도 사회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섭식장애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분야다. 주로 10~20대 여성에게서 흔한데, 이 나이대가 인생에서 얼마나 황금 같은 시기인가. 또 이들은 장차 엄마가 될 사람들이다. 국가 출산율 저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섭식장애는 필수적으로 여성호르몬 이상을 동반하고, 불임을 초래하거나, 임신을 해도 합병증이 많고,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도 크다. 또 엄마가 섭식장애이면 자녀를 제대로 먹이고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섭식장애를 간과하는 현실은 큰 문제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섭식장애 전문 치료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섭식장애 관련 취재 도중, 낭보가 날아들었다. 김율리 교수가 지난 4월 6일 국제섭식장애학회(Academy for Eating Disorders) 종신직 석학회원(Fellow)에 선임된 것. 이 학회에서는 해당 분야 학문적 연구 성과가 탁월한 사람을 석학회원으로 선정하는데, 아시아뿐 아니라 비서구권으로는 김 교수가 유일하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측이 그를 추천했고, 국제섭식장애학회 위원회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김율리 교수는 지난해 일명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섭식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주목을 받았다. 치료약 없는 난치성 섭식장애 분야의 치료약 개발의 단초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 연구 성과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영국 BBC방송,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등 주요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했고, 관련 논문은 ‘정신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 저널에 실렸다.
   
   김 교수는 자신이 선임된 배경에 대해 “국제섭식장애학회에서는 아시아의 섭식장애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환자는 급증하는데 인식이 미미해 심도 있는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분한 음성으로 조곤조곤 설명하던 그는 음성을 높였다. “다른 질병과는 달리 섭식장애는 조기에 치료하면 100% 완치가 가능하다. 치료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조기 치료하면 완치, 방치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인데도 불구하고 진단조차 간과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
   
   섭식장애 연구 선진국으로는 영국과 미국이 꼽힌다. 영국에는 섭식장애 자선단체 ‘B-EAT’가 있다. 이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섭식장애가 영국의 금융 ·경제에 끼치는 총 피해 규모가 연간 150억파운드(약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부는 이런 시급성을 절감하고 예산을 점점 늘리고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섭식장애 치료에 신경을 쓴다. 2014년 12월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1억5000만파운드(약 2430억원)를 청소년 섭식장애 치료에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닉 클레그 부총리는 “영국 내 수십만 명이 섭식장애로 고통받는다. 하지만 아무 말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긴축 재정으로 전반적인 의료보건 예산을 삭감하는 분위기였지만 섭식장애 치료 예산은 오히려 대폭 늘렸다.
   
   미국은 아예 2월 마지막 주를 ‘국가 섭식장애 인식 주간’으로 지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섭식장애에 대해 “최근 5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선진국형 질환”이라며 “가장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하는 소아청소년 질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거식증은 미국 청소년들의 만성질환 3위에 올랐다.
   
   한국의 섭식장애 환자 수는 얼마나 될까. 공식적으로 보고된 섭식장애 환자는 2013년 기준 1만3002명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별 의미가 없다. ‘섭식장애’라는 병명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섭식장애 환자 대부분은 병원을 찾지 않고, 찾는다 해도 ‘섭식장애’라는 병명으로 기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봐도 이 수치가 얼마나 허구인지 드러난다. 섭식장애 선진국인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에 보고된 섭식장애 환자는 250만명 정도. 한국보다 무려 200배 많은 수치지만 영국조차 이 수치는 병원 통계일 뿐 실제 환자는 훨씬 더 많다고 본다.
   
   김율리 교수는 10대 후반~20대 여성 중 섭식장애를 앓는 경우가 25%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여대생의 25%가 섭식장애인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의 외모지상주의적 환경을 감안하면 미국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질환 스펙트럼을 넓게 잡으면 25% 이상, 좁게 잡으면 16% 정도가 섭식장애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소금인형’이라는 섭식장애 카페가 있다. 2007년에 개설한 이 카페의 회원만 2만6000명에 이른다. 이 카페에서는 섭식장애 환자 회원들의 고충과 치료 과정을 생생하게 공유한다. 카페명 ‘소금인형’은 안치환의 노래에서 따왔다. 녹아내릴 줄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는 소금인형이 자신을 태우면서 말라가는 거식증 환자들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충분히 말랐는데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36쪽 <표1> ‘OECD 회원국 청소년들의 과체중 비율’을 보자. 5~17세 청소년 여자의 경우 비만율이 14.1%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33개국 중 29위다. 한국의 여자 청소년은 매우 마른 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37쪽 <표2> ‘청소년의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을 보자. 2015년의 경우 체질량지수 85% 이하의 여자 청소년 중 34.7%가 자신이 살이 찐 편이라고 생각했다. 비쩍 마른 체형의 여자 청소년 3명 중 1명이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05년에는 18% 정도만 그렇게 생각했다. 불과 10년 사이 신체 왜곡이미지 인지율이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까칠하고 융통성 없는 성격으로 변해
   
섭식장애는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1500년경부터 역사적 기록에 등장한다. 정식 질병으로 인식된 것은 19세기에 와서다. 한국에는 1970년대에 섭식장애가 처음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 본격 조명을 받았다. 섭식장애는 현대병으로 불린다. 과거엔 발레리나, 운동선수, 패션모델, 연예인 등에서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엔 흔한 병이 됐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마른 몸매의 연예인을 동경하는 젊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K팝(K-POP)의 진원지 한국은 더하다. 마론인형이나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아이돌 스타의 몸매를 흉내 내는 것이다.
   
   질환자들의 연령대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엔 20~30대 여성이 주로 겪었지만 최근엔 10세 이하~40대까지 퍼졌다. 신체발달 속도가 빨라서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섭식장애 조짐이 나타나기도 하고, 40대 중후반 여성 중에도 섭식장애 환자가 상당수 있다. 수명이 늘고 노화속도가 느려지면서 젊은 사람 못지않은 외모와 몸매를 지닌 중년이 많아진 현상과 비례한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섭식장애 치료 선진국에서는 50~60대 전문직 여성의 섭식장애도 꽤 보고된다. 남성 섭식장애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병원에 오는 환자 중에서는 10명당 1명이 남성인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섭식장애 환자 3명당 1명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섭식장애를 단순히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오직 음식에 대한 생각만 남아 인생의 본질을 잊게 만드는 고질병이다. 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음식에 대한 강박증으로 꽉 차 있다. 하루 스케줄을 잡든, 약속이나 모임을 잡든 간에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덜 먹을까’를 고민한다.
   
   30대 중반 직장인 박선영씨가 그런 경우다. 박씨는 몇 년 만에 한국에 온 절친과의 만남을 회피했다.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저녁밖에 시간이 없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 시간에 밥을 먹으면 운동을 못하겠지. 운동 대신 밥을 먹으면 분명히 살이 찔 거야.’ 이런 두려움으로 약속을 안 잡았고, 사연을 알게 된 박씨의 친구는 매우 서운해했다. 오랜만에 온 자신과의 만남보다 운동을 우선시하는 박씨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박씨의 말이다. “운동 대신 식사자리에 가면 머릿속이 엉망이 된다. 어떻게 하면 덜 먹을까 궁리하면서 대화에 집중도 안 된다. 운동 생각밖에 안 난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내 인생에서 체중에 대한 집착이 삶의 목표가 돼 버렸다.”
   
   김율리 교수는 “섭식장애는 성격도 변화시킨다”며 이렇게 말했다. “섭식장애 환자 중에는 까칠하고 경직된 성격이 많다. 뇌의 위축으로 포괄적 사고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학생에게는 공부에, 직장인에게는 업무에 악영향을 끼친다. 포괄적 사고가 어려워 지엽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섭식장애가 지속될수록 융통성이 부족해진다. 고집스러운 성격이 많은 이유다. 폭식증의 경우 ‘욱’ 하는 기분 변화가 크다.”
   
   섭식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 등 생물학적 원인, 성장환경이나 애착대상과의 이별 등 심리적 요인, 대중매체 등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섭식장애가 급증하는 원인은 심리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 탓이 크다. 그중에서도 마른 체형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고, 더 매력 있고 가치 있다고 조장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가장 크다.
   
   심리적 요인은 보다 복잡하다. 성격 유형으로는 자존감이 낮고 착한 사람들이 섭식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가족들의 태도와 엄마의 양육방식 또한 섭식장애 유발에 영향을 끼친다. 김율리 교수는 “완벽주의자 중에 섭식장애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성취를 이루어 낸 완벽주의자 중에서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섭식장애를 겪기 쉽다. 특히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엄마가 직접적으로 ‘너 왜 그렇게 많이 먹니? 요즘 살쪘다. 그만 먹어라’ 식으로 말하는 것도 영향을 주지만, ‘너 왜 이 문제 틀렸니? 그래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같은 엄마의 불안감도 섭식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식증은 정신과 질환 중 사망률 1위다. 사망의 원인은 두 가지다.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하거나 영양실조로 인해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이다. 패션모델 중에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가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율리 교수에 따르면 섭식장애를 방치하면 전신이 다 망가지고 난치성이 된다. 전신의 주요 장기들이 영양실조의 합병증을 앓게 되어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병이 오래되면 가족 전체가 경제적으로 곤궁해진다. 이 환자들이야말로 의료보호와 사회복지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갈 길이 까마득하다. 김 교수의 말이다. “섭식장애 치료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어 전액 본인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 적용도 안 되니 환자들은 병명을 감추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내과에 소화장애로 입원하는 식이다. 소화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아도 원인이 되는 거식증을 치료받지 못하기 때문에 병이 나을 수가 없다. 이렇게 입퇴원을 반복하니 국가가 지출하는 의료비는 의료비대로 높아지고,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니 환자의 병은 병대로 깊어간다. 거식증 치료는 복잡하다. 식이요법, 심리치료, 정신과적 치료, 내과 치료 등이 협진이 되어야 한다. 현 의료 체계에서는 약물처방 외에는 의료보험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약물의 치료효과는 미미하다.”
   
   
   조기치료하면 100% 완치
   
   그는 섭식장애 회복 과정을 ‘긴 여행’에 비유했다. 치료 기간은 전적으로 병을 앓는 기간에 비례한다. 증상 5년 이내에 치료를 받으면 회복 확률이 80%이지만, 15년 이상 방치하면 회복 확률이 20%에 불과하다. 조기치료가 관건이다. 빨리 병원을 찾은 경우 수주 만에 완치되기도 한다.
   
   “섭식장애 치료는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환자의 예후나 증상에 따라 치료방법을 맞게 적용해야 한다. 팀을 이루어서 개별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섭식장애 치료는 의료비가 가장 높은 분야로 꼽는다. 다행인 것은 치료비용 대비 회복률이 가장 높다.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완치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교수는 섭식장애 예방교육도 강조했다. 비만교육과 더불어 섭식장애 예방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마른 몸매를 조장하는 매스컴을 비판적으로 볼 줄 아는 시각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친구들 사이의 대화가 외모 지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계몽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 살 쪘다. 뚱뚱하다’ 같은 부정적 표현뿐 아니라 ‘몸매 좋다, 날씬하다’ 같은 칭찬하는 표현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몸매와 관련된 언급 자체가 듣는 사람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섭식장애 증상 및 진단법
   
▲ 거식증으로 2010년에 사망한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 그는 생전에 거식증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동참했다. 포스터에 ‘No, 거식증’이라고 돼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마른 모델을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photo 뉴시스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증상 현저한 저체중에도 불구하고 계속 저체중에 집착한다. 변비와 복통, 현기증, 신체부종이 생기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손발이 차다. 피부는 창백하고 건조하고 골밀도 감소 및 골다공증을 수반한다. 여자는 생리불순 및 무월경을 겪고, 남자는 성욕이 감퇴한다.
   진단 기대체중 85% 이하의 저체중임에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 있고, 심하면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한다. 자신이 섭식장애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씹기만 하고 내뱉는 경우도 있다.
   
   신경성 폭식증
   증상 식욕을 참을 수 없어서 급하게 많이 먹는다. 자신이 섭식장애라는 것을 안다. 체중은 정상이거나 약간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 급하게 많이 먹은 후 죄책감에 시달려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한 행동을 한다. 일부러 구토를 하거나 이뇨제를 먹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고 들키지 않기 위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종종 한다. 체중 변화가 심하고, 구토 후에는 쉰 목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침샘이 부어 턱선이 둥그레지기도 한다. 생리불순과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진단 주 2회 이상 폭식을 3개월간 지속하고 구토, 과다운동, 굶기 등의 보상행동이 수반된다.
   - 인제대학교백병원 섭식장애 홈페이지 참조
입력 : 2016-04-28 오전 9:48:33 | 수정 : 2016-04-28 오전 9: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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