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펴낸 '김현국 '당신의 탐험' 대표. 사진=정경조선

세계 최초로 모터사이클을 이용한 시베리아 단독 횡단, 세계 최대 탐험가 단체인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The Explorers Club)'의 한국인 최초 정회원. 세계 최초, 한국인 최초 타이틀을 가진 탐험가 김현국씨. 현재 '당신의 탐험' 대표이자 '세계탐험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김씨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던 지난 26년간의 경험을 담은 책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RHK 알에이치코리아)를 최근 출간했다. 책 출간을 시작으로 김 대표는 올 상반기 전시회 및 하반기 다섯 번째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준비하고 있다.  

전시회 준비를 위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김현국 대표를 만나 책 출간 소식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탐험가' 한국에선 흔치 않은 직업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91년 대학 재학 당시 소련의 붕괴를 목격한 후,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대륙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며 일찍부터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통찰과 모색을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1890년 두 필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썼던 기행문이 제 도전에 영향을 줬죠. 1996년 2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25cc 모터바이크를 가지고 시베리아로 향했습니다.  단독으로 1만km에 이르는 시베리아를 모터바이크로 횡단하며 대륙의 길 위에서 느낀 기회와 자유는 저의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김 대표는 지금까지 총 4차례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성공했다.
▲ 1996년: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 세계 최초 시베리아 단독 횡단 (10,000km)
▲ 2014년: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암스테르-유럽 10개국 단독 횡단 (왕복 2만5000km)
▲ 2017년: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 단독 횡단(왕복 1만km)
▲ 2019년: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로테르담 단독 횡단 (왕복 2만5000km)

- 유라시아 대륙 탐험에 그야말로 청춘을 다 바쳤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뭔가?

"제 탐험은 한반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육로를 개척하는데 첫 번째 목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400km 이하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까지는 추위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 지구에서 가장 거친 환경을 가진 시베리아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했죠.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산업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물류 루트를 갖는 것은 국가 경제의 순환을 위한 생명줄과도 같아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한된 선택 속에서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어떤 분야든 갈수록 우리끼리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에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길은 막혀있는 숨구멍을 터주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탐험의 목표를 전하는 김 대표의 눈은 빛났고 목소리에선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제 탐험의 두 번째 목표는 이렇게 대륙으로 나아가고자 하지만 정보가 없어 두려운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유라시아 콤플렉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길에 대한 자료는 물론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기회의 요소와 위험의 요소까지 수많은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해요.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12개의 베이스 캠프를 세우고 오랜 세월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사람이 유라시아 대륙을 내 손바닥의 손금처럼 보며 다니게 하고 싶습니다. 누구라도 내가 해온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이동 수단을 가지고 한반도로부터 확장된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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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김현국 著, RHK 알에이치코리아) 표지. 사진=김현국 제공

- 첫 시베리아 대륙 횡단 26년 만에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위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축적된 여러 가지 정보와 나름의 단상을 우선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쓰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20대 초반 시절에 첫 번째 대륙 횡단을 통해 우리 땅 400km에 머물던 시야가 1만km로 넓어지면서, 정신적 심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경험이 가져다준 새로운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수많은 경험과 기록 속에서 가장 최근인 2019년 횡단 프로젝트 '트랜스 유라시아 시리즈 4'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꺼내 보았어요. 탐험과 모험에 관심이 많은 분, 여행을 좋아하는 분, 시간이라는 재산을 가지고 멀리 보며 꿈을 꾸는 청년들, 새로운 삶의 모멘트를 찾고 있는 중장년층,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원대한 꿈이 있는 사업가들,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한 정치인이나 정책 입안자 여러분, 그리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응원하는 그 모든 분을 가리지 않고 독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2019년 한국인 최초로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 정회원에 등극했다.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탐험가 단체이다. 1904년 그린란드를 최초로 탐험한 프레데릭 쿡과 몇몇 탐험가들이 주축이 돼 창설했다. 교과서에서나 들어봤던 이름들이 이 클럽의 회원이다. 대표적으로 최초의 북극탐험가 피어리와 최초 남극탐험가 아문센, 그리고 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힐러리 경,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암스트롱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정회원 확정 소식을 4번째 대륙 횡단 중 확인했다며 책의 관련 대목을 소개했다.

<모터바이크로 80일 넘게 1만km가량을 달렸다.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 국경을 넘어 라트비아의 작은 도시 레제크네에 도착했다. 밤 9시 30분. 그날 하루만 230km를 달렸는데 그중 180km 정도를 빗속에서 달렸다. 대륙을 횡단하며 그처럼 비를 오랜 시간 맞은 건 처음이다. 우의를 입었는데도 온몸이 젖어 체온이 뚝 떨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를 간신히 찾아들어 짐을 풀었다. 

나는 비로소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Congratulation!"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탐험가 단체인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에서 나를 정회원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 소식을 듣긴 했지만 문서로 확인하니 좀 더 실감이 되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정회원이다. 준비 기간만 무려 1년이나 걸렸다.

...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들이 인정한 것은, 내가 했던 25년간의 일들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좋았다. 내 오래된 물음, '내 청춘의 시간과 역사를 켜켜이 쌓아 구축한 탐험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도 가치 있게 느낄까?'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중요했던 이유는 탐험의 내용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이 탐험 활동을 공유하고 유익하게 사용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클럽의 정회원이 됨으로써 지금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구축한 내용과 탐험가로서 내 정체성이 온전히 받아들여졌다. 이것은 25년간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아 탐험 내용의 가치를 알지 못해서 홀로 외로운 길을 이어가는 내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김 대표는 "모터바이크를 타고 세계 최초로 시베리아를 횡단한 것이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의 정회원이 된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며 "추천을 받고 검증받는 과정에서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그동안 어떤 탐험을 해왔는가?'였다"고 밝혔다.

입회 검증 과정에서 클럽 측이 김 대표에게 했던 질문이다.
"우리의 탐험은 이제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시대인데 1996년부터 시베리아를 횡단한 것이 탐험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에 김 대표는 이같이 되물었다고 한다.
"오늘날 우주 여행을 말하는 시대까지 왔다고는 하지만, 과거 냉전 시대 42년 동안 탐험과 개척의 선진국에서도 러시아 면적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광활한 시베리아에 들어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이 땅을 잘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시베리아에 대한 어떤 정보와 자료들을 가지고 있습니까?"

김 대표는 "나의 탐험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유엔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피력했다"며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는 아시아 지역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위해 아시아 32개국에 55개 노선을 만들어 14만km의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일이다. 1959년에 시작되었으나 지지부진하다가 2007년부터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두 개의 노선이 아시안 하이웨이 구간에 연결돼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 북한, 중국, 동남아시아로 연결되는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AH1)과 부산에서 출발해 강릉, 북한,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로 이어지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이다. 현재는 북한 땅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김 대표는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건너가는 경로를 이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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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국 대표의 2019년 유라시아 대륙 횡단 프로젝트 '트랜스 유라시아 시리즈 4'. 사진=김현국 제공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먼저는 올 상반기에 '유라시아 그 미래와의 만남-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가제)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에요. 관련해서 국가 예산도 배정받은 상황이죠. 하반기에는 다섯 번째 유라시아 대장정을 떠날 계획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구축한 자료와 경험을 메타버스 세계에 구현해 볼 생각이고요."

- 벌써 다섯 번째 유라시아 대장정, 기존 횡단과 차이점이 있다면?

"우선 기존엔 탐험가 김현국 개인 자격으로 여정을 떠났다면, 이젠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 정회원으로서 UN ESCAP와 함께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오는 6월 1일 시작해 11월 1일 마치는 150일의 대장정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번엔 모터바이크가 아닌 SUV 차량을 이용해보고자 합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간선도로에서 지선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12개의 베이스 캠프를 세우고 현지 전문가들과 협업하고자 해요. 예를 들면 시베리아 원주민의 문화 자원 자료화, 러시아 현지 전문가와 함께 하는 타이가림 트레킹 코스 개발, 기후 변화 관련 프로젝트 등이 있죠."    

김 대표는 통일의 날을 준비하며 400km에서 1만4000km로 시선을 확장해야할 때라며 '유라시아 콤플렉스' 구상의 비전을 제시했다.

"45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자 지구 자원의 보고인 유라시아 대륙은 현재로 다가온 우리의 미래입니다. 나는 그동안 구축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암스테르담에 이르는 길 위에 여행자들을 위한 복합공간 '유라시아 콤플렉스'를 구상해왔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확장된 공간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네트워크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게 12개의 베이스 캠프는 그런 의미가 있죠.

이곳에서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하고 대륙에 어떠한 기회와 위험 요소가 있는지 공부하기 위한 아카데미, 여행자 도움 센터, 여행자 카페, 여행 전문 도서관, 여행자 게스트 하우스, 여행 축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거예요.

이를 바탕으로 지리, 인류, 식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유라시아 대륙을 항해하는 선단을 꾸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대륙의 현장에서 모은 수많은 자료가 융합의 과정을 통해 더욱 확장된 문화콘텐츠 생산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요. 가치가 있는 일에 도전하는 청년의 꿈과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함께하는 두 눈을 가진 사회의 어른이 되면서 나이 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