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작품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가 개봉했다. 1977년 첫 번째 작품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하 ‘새로운 희망’)이 개봉한 지 38년 만이다. ‘깨어난 포스’를 영접(迎接)하기 전에 스타워즈를 복습해보자.
   
   스타워즈는 미국의 건국 신화다. 200년 남짓한 미국의 역사에는 신화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J. R. R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사라진 영국의 신화를 재창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이 이 정도일진대 영국의 식민지에서 출발한 미국이 느꼈을 ‘신화의 부재’는 오죽했을까. ‘새로운 희망’은 미국인들이 느꼈을 헛헛함을 채워준 영화다. 스타워즈는 항상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 오프닝 장면 역시 ‘미래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에피소드4부터 에피소드6까지의 3부작을 지칭하는 용어. 클래식 시리즈라고도 한다)은 은하계를 호령하는 은하제국과 저항군의 대립을 다룬다. 제국(帝國)의 폭정에 항거하는 저항군의 모습은, 영국에 반기를 든 미국의 독립전쟁과 꼭 닮아 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제국 소속 고위 장교들과 구공화국 의원들은 영국식 발음을 구사한다.
   
   스타워즈의 주인공은 서부 개척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미국의 프런티어(개척자) 정신을 품고 있다.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마치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흙먼지가 휘날리는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우주 곳곳을 누비며 세상을 구원한다. 미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프레드릭 잭슨 터너는 1983년 ‘미국 역사에서 프런티어의 의미’라는 논문을 통해 “서부의 광활한 미개척지(프런티어)는 신분과 지위, 국적에 상관 없이 누구나 새로운 삶, 신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고유의 문화, 민주주의가 만들어졌다”는 프런티어 사관(史觀)을 주장했다. 영화의 첫 무대인 황무지 행성 타투인과 여러 외계 행성은 마치 개척시대 미국 서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스타워즈는 미국에서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회사에는 결근자가 속출한다. 관객들은 한시라도 먼저 영화를 보려 극장 앞에서 며칠간 노숙한다. 관련 상품은 항상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그렇다면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한 답 역시 스타워즈가 ‘신화이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는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도움을 받았다. 오리지널 3부작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①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분리되고 ②힘의 원천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③사회로 귀환해 세상을 구원하는’ 캠벨의 영웅신화 서사구조를 그대로 따른다. 거기에 스타워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영웅이 몰락하고 구원받는 그리스 고전 비극의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氣) 개념과 유사한 ‘포스’라는 힘의 정체, 광선검 대결 같은 동양적이고 종교적인 상징도 있다.
   
   
   전설의 시작
   
   스타워즈의 탄생은 초라했다. 조지 루카스는 사실 첫 장편 영화 ‘THX 1138’(1971)을 대차게 말아먹었다. 두 번째 연출작이자 자전적 영화인 ‘청춘 낙서’(1973)가 흥행하면서 스타워즈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루카스는 직접 집필한 스타워즈의 시나리오를 들고 할리우드를 전전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겨우 20세기폭스사가 1100만달러(약 120억원)를 줘 영화를 힘들게 완성했다.
   
   음악도 없이 가편집된 영상을 가지고 연 시사회에서는 한두 명만이 겨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었고, 대박 흥행을 예감한 스필버그는 조지 루카스에게 작곡가 존 윌리엄스를 소개시켜 준다. 나중에 스필버그 감독은 스타워즈 메인테마를 듣고 “저 곡이 내 영화에 쓰였어야 해”라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된 ‘새로운 희망’은 북미에서만 제작비의 서른 배에 달하는 3억7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어빈 커슈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이후 ‘제국의 역습’)을 통해 불멸의 걸작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작품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로도 유명하다.
   
   악당 다스베이더가 주인공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I am your father)”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개봉일은 물론이고 촬영 현장에서도 극비사항이었다. 배우들에게 준 각본에조차 다른 대사로 적혀 있었고(‘오비완이 네 아버지를 죽였다’라는 내용이었다) 후시녹음 작업을 통해 원래 대사를 입힌 것이다. 주인공 루크 역의 마크 해밀도 촬영 직전에야 다스베이더의 정체를 들었고, 덕분에 영화 속에 담긴 루크의 놀란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놀란 얼굴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흥행기록은 놀랍다. ‘새로운 희망’의 세계 흥행 수익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겼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따진 흥행 순위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와 ‘아바타’(2009)에 이어 3위다.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전체 흥행수익은 43억8000만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관련 상품 수익은 더 놀랍다. 1977년 이후 광선검과 레고, 피규어 등 스타워즈 장난감 매출액은 무려 20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모건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깨어난 포스’의 2016년 관련 상품 매출액이 50억달러(약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영화 상영 수입 예상액 20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스타워즈 매니아로 살기
   
   스타워즈 팬덤은 막강한 화력으로 유명하다. 스타워즈 매니아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몇 가지 재미있는 예가 있다.
   
   우선 제다이교(Jedilism)가 있다. 스타워즈 세계관 속 제다이(Jedi)란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집단이다. ‘포스(the Force)’라고 하는 우주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고 다룰 수 있으며, 평화와 질서를 지향하는 현자이자 전사들이다. 제다이교는 말 그대로 제다이를 신봉하는 종교다. 2001년 몇몇 영어권 국가 시민들이 인구조사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를 제다이라고 답변한 게 그 시작이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캐나다 2만1000명, 오스트레일리아 7만명, 뉴질랜드 5만3000명, 체코 1만5000명 등이 제다이교도라고 응답하면서 이른바 ‘제다이 인구조사 현상’으로 소개됐다. 특히 뉴질랜드의 제다이교도는 전체 인구의 1.5%로 불교(1.2%)와 힌두교(1.2%)를 제치고 기독교(58.9%)에 이어 두 번째로 비율이 높은 종교로 기록되기도 했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인구조사에서는 39만여명이 제다이교도로 응답해 유대교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2011년 영국 당국은 제다이교를 정식 종교로 인정하고 인구조사 결과에 반영하기도 했다.
   
   한 스타워즈 팬은 2012년 11월 백악관의 온라인 청원 웹사이트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에 ‘데스스타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을 올려 화제가 됐다. 데스스타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지름 900㎞의 구(球)형 병기로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황당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팬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3만4000명 이상의 전자서명을 받는 데 성공했다.
   
   2만5000건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폴 쇼크로스 미국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 과학·우주분과장이 직접 청원을 거부하는 답변을 올렸다. 그는 “데스스타 건설 비용은 85경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미국 정부는 행성을 파괴할 계획이 없을 뿐더러 단 한 대의 소형 전투기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병기에 납세자들의 소중한 세금을 쓸 수 없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한편 데스스타 청원에 가슴을 쓸어내린 백악관은 이후 공식 답변을 받기 위한 동의 기준을 2만5000명에서 1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 스타워즈 시리즈의 포스터들. photo 월트디즈니

   스타워즈 감상법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라면 시리즈의 순서가 헷갈리기 마련이다. 루카스는 스타워즈 각본 집필 당시 9부작으로 계획했지만, 이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여긴 4부부터 영화화했다. 앞선 3부작을 영상으로 만들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 애초에 영화가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루카스는 부제도 붙이지 않았다. 1981년 재개봉 때가 돼서야 ‘에피소드4’라고 붙였다.
   
   1977년에 개봉한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부터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을 오리지널 3부작이라고 일컫는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제다이가 돼 제국군과 아버지인 악당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에 맞서는 내용이다. 1999년에 개봉한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을 시작으로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로 이어지는 새로운 3부작은 프리퀄(prequel) 3부작이라고도 하며, 다스베이더가 되기 전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행보를 그린 작품들이다.
   
   이번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시퀄(Sequel·후속편) 3부작의 시작이다. 6편 ‘제다이의 귀환’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된다. 완벽한 복습을 위해서는 개봉 연도에 따라 ‘4→5→6→1→2→3’의 순서로 보는 걸 추천하지만,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오리지널 시리즈만 속성으로 복습하는 ‘4→5→6’ 순서도 괜찮다. 오리지널 시리즈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히 완결될 뿐만 아니라, 이번에 개봉하는 ‘깨어난 포스’에는 전작의 주요 멤버들이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매니아 블로거 중 하나가 제안한 ‘마셰티 순서(Machete Order)’도 유명하다. ‘4→5→2→3→6’의 순서로 관람하는 방법이다. 팬덤과 평단 양쪽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1편 ‘보이지 않는 위험’을 아예 빼버렸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복선을 감상하다가 6편으로 대단원을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미국 칼텍에 근무하는 괴짜 과학자들이 주인공인 미드 ‘빅뱅이론’ 7시즌 22화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2012년 10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스타워즈 제작사 루카스필름을 40억5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스타워즈의 판권은 디즈니로 넘어가게 됐다. 조지 루카스 회장 겸 창업자는 루카스필름의 컨설턴트를 맡으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깨어난 포스’로 포문을 여는 시퀄 3부작은 루카스가 아닌 디즈니의 스타워즈인 셈이다.
   
   스타워즈의 저작권을 사들인 디즈니는 스타워즈의 새로운 3부작을 준비하면서 엄청난 결단을 내린다. 수십 년간 쌓아온 스타워즈 세계관을 완전히 리부트한 것이다. 그동안 스타워즈의 세계는 6편의 영화 시리즈를 바탕으로 소설과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됐다. 수많은 작가들이 스타워즈의 앞뒤 이야기를 그려냈다. 약 2만5000년에 달하는 거대한 스타워즈 연대기를 ‘확장 세계관(Expanded Universe·이후 EU)’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퀄 3부작을 제작하려는 디즈니에는 복잡하고 방대한 EU가 방해가 됐다. 결국 디즈니는 2014년 4월 25일 세계관을 리부트(reboot·재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교통정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당시 팬들의 충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깨어난 포스’는 팬들의 배신감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디즈니의 결정이 득(得)일지 독(毒)일지는 ‘깨어난 포스’의 완성도에 달렸다. 신작의 연출을 맡은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기도 하다.
   
이것만은 알고 보자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에서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인 만큼 등장인물과 사건이 전편에서 이어진다. 감상을 돕기 위해 짧고 굵게 짚고 가자.
   
   
   제다이와 시스
   
   제다이 기사단과 시스(Sith)는 둘 모두 포스를 느끼고 사용할 수 있는 집단이다. 광선검을 사용하고 초능력과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제다이들은 질서와 선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시스는 포스의 ‘어두운 면’에 매료돼 타락한 이들이다. 3편 ‘시스의 복수’에서는 공화국 의장을 차지한 시스 로드(Lord) 팰퍼틴이 공화국 질서를 수호하던 제다이 기사단을 거의 몰살시킨다. 이 사건에 일조한 인물이 바로 아나킨 스카이워커. 즉 다스베이더다. 다스베이더는 원래 제다이였으나 타락한 인물이다. 오리지널 3부작의 악당이자, 프리퀄 3부작의 주인공이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험
   
   제다이 기사단을 몰살한 이후 팰퍼틴 의장은 은하 공화국의 이름을 은하제국으로 바꾸고 황제가 돼 폭정을 휘두른다. 아나킨과 파드메 아미달라 여왕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아 오르가나는 안전을 위해 각각 다른 행성의 다른 양부모 밑에서 키워진다. 이후 제국에 맞서는 저항군의 일원이 된 레아와 외딴 행성의 시골청년으로 자란 루크는 운명적으로 엮이게 된다. 건달이자 밀수꾼인 한 솔로와 그의 동료 추바카도 만난다. 한 솔로의 우주선 이름은 ‘밀레니엄 팔콘’인데 ‘깨어난 포스’에도 등장한다. 드로이드 R2D2와 C-3PO도 동료가 된다.
   
   루크는 아버지의 스승이기도 한 요다와 오비완의 지도를 받아 제다이로 각성한다. 루크 일행은 제국군의 최고사령관인 다스베이더와 맞서 싸운다. 루크, 레아, 한 솔로, 추바카와 R2D2, C-3PO는 다스베이더와 맞서 싸운다. 싸움 도중 다스베이더와 루크가 부자지간임을 알게 되고, 이후 최후의 결전에서는 다스베이더가 마음을 고쳐먹어 황제를 죽인다. 은하제국이 와해되고 저항군이 승리를 거두는 것이 오리지널 3부작의 결말이다.
   
   
   끝나지 않은 전설
   
   승리 이후 저항군은 신공화국을 세웠지만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다. 남은 저항군 세력은 레지스탕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제국의 잔당 역시 남아 퍼스트 오더라는 이름으로 레지스탕스와 대립한다. 예고편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깨어난 포스’에는 오리지널 3부작에 등장했던 원년 멤버 루크(마크 해밀)와 레아(캐리 피셔),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추바카(피터 메이휴) 등이 그대로 등장한다.
   
   이번 작품의 악당은 ‘카일로 렌’, 시스처럼 붉은 광선검을 휘두르는 인물이다. 카일로 렌은 시스가 몰락한 이후 등장한 ‘렌의 기사단’의 일원이지만 시스와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다이와 시스의 질긴 악연이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40년 가까이 장수하며 영화 그 이상의 영역으로 올라선 스타워즈는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긴 여행의 첫발을 뗐다. 길고 긴 여정에 동참하는 모든 이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