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이미지
옳은 것은 모두에게 옳은 것이다
이 한 마디가 <협녀, 칼의 기억>이 던지고 싶은 이야기였다.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 ’, 그 협의 정신을 온 몸에 품은 것이 검객 월소다. 전도연은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물의 옷을 입는데 주저함이 없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여인의 삶 속에 그는 깊이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기어이 사랑을 찾아낸다. “기구한 운명이 아니라 결국 지독한 사랑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다는 배우 전도연을 만났다.
 
맹인 검객 월소 역할을 맡았습니다. 무술에 다도까지 능한데 눈은 보이지 않는, 난이도가 높은 인물이기도 하고요.
월소는 칼자루를 쥔 인물이에요. 그런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오히려 분신인 설이를 통해서 월소의 속내가 드러나죠.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계에 부딪힌 건 맹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촬영이 수월하지는 않더라고요.
 
본문이미지

 
그런데 무엇에 끌렸을까요.
<스캔들>하고 나서는 다시는 사극을 안 하리라 생각했어요. 대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결국 이야기에 끌린 것도 지독한 사랑이야기여서에요. 물론 을 지키려는 무인의 마음도 있지만 자신의 평생을 걸고 이 길을 온건 결국 사랑이거든요.
 
무술 연습을 배우 중 가장 오래했다고 들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신경이 있어요. 무술은 다르더라고요. 유연성이 꼭 필요해요. 고전무용도 배우고 3개월을 쉼없이 연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족했구나 싶어요. 장검을 들어야 하니까요. 검을 익히는 이유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선데, 연습은 남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언제였을까요?
첫 촬영 때 부담이 너무 컸어요. ‘초절정 고수의 면모가 딱 보여야 하니까요. 메밀밭이 한 번 찍으면 다시 못 일으켜 세워요.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다 보여주지 못했는데, 끝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는데도 너무 아쉽고 서럽고 억울했죠. 제가 폭발했어요. 아파도 다쳐도 괜찮은데, 더 이상 찍을 수가 없다고 하니까 이럴거면 왜 그렇게 연습시켰어요!”라고 했어요.
 
본문이미지

 
박흥식 감독과는 워낙 세 작품(<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째 같이 하고 있으니 속내를 보이는 게 조금은 쉬웠겠네요. 반대로 <무뢰한>을 함께한 오승욱 감독께는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굉장한 힘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정은 많아요. 근데 친절하게 표현이 안돼요. 예전에는 저 자신에게만 집중이 되어 있었어요. 오래 영화를 하니까 작품을 보면 남의 영화같지가 않아요. 오승욱 감독님은 13년 만에 영화를 찍으시는데 남자 주인공이 하차하게 되면서(당초 주인공으로 낙점된 이정재가 어깨에 부상을 입으며 출연이 불발됐다.) 너무 힘이 빠진 거 같으시더라고요. 저는 좋은 감독님이 계속 영화를 찍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함께 출연한 김고은 양도 따뜻하게 보듬었다는 미담이 들려옵니다.
고은양은 시작이 또래들과 달라요. 그 이후의 행보도 다르고요. 그게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저는 알 거 같아요. 잘 견뎌주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죠. 실제로 월소의 분신이기도 하고요. 저녁이었고 10시쯤이었나 연락이 왔어요. 서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전화를 해놓고 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고은아, 힘드니?” 그랬더니 막 울더라고요. 처음으로 얘가 힘들구나싶었어요. 힘드냐고 말해주는 선배가 있다는 게 복 받은 거죠. 다른 선택을 하면 힘들어요. 상처도 받게 되고요. 저도 <해피엔드> 찍고 힘들었거든요. 그 때 힘들지, 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못 들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길을 가는 배우 김고은을 지지해주고 싶었어요.
 
어쩌면 지금보다 어렸던 본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선택하는 이야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인거 같아요. 왜 쉽게 못가나 생각해보면, 성향적으로 궁금한 이야기에 끌리더라고요. 저도 작업하면서 계속 궁금하고 알고 싶은 인물들이요. 그러다보니 편한 이야기보다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시작이 중요해요. 저는 꿈이 배우가 아니었고 목표가 없었어요. 당시에도 내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 잘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제가 궁금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선택이 지금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본문이미지

 
칸의 여왕이 된 걸 기점으로 전도연은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칸에 처음 갔을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두 번째 심사위원으로 갔을 때 느꼈어요. 저를 궁금해하고, 제 작품을 쭉 지켜보려고 한다는 걸요. 덕분에 더 가고 싶어졌고요. 제가 아니라고 열변을 토하는 것보다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밀양>당시 이창동 감독님은 한 작품을 통해 너와 내가 조금은 자신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죠?
<밀양>을 기점으로 연기를 할 때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가 됐어요. 이창동 감독님은 제가 느끼는 만큼만 하길 원하셨어요. 부족한 감정을 더 끌어올려서 채우는 기교적인 연기가 아니라, 순수한 제 느낌을 보여주길 바라셨죠. 그게 맞다고 해주시고요. 그 이후로는 좀 더 제가 느끼고 있는 것에 집중한 거 같아요. 오히려 그게 더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요. “여기선 이래야 하는 거 아니야?”가 아니라, 제가 느끼는 것에 집중했죠.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걸 느꼈나요?
제 연기의 약점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지니까 보기가 힘들었어요. 박흥식 감독님이 도연씨가 어떻게 연기를 봤는지가 너무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아무 말도 못했어요.
 
본문이미지

 
본인에게 냉정한 편이군요. 배우로서요.
제가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자세가 되게 좋아요. 누구 보라고 하는 게 아니고 저 스스로 그래요. 현장에는 선, 후배가 없잖아요. 배우만 있을 뿐이지. 저도 열심히 하는 배우가 있으면 그 집요함에 감동을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