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이 둘을 가진 아빠가 되었다. 2017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초저출산 국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렇게 대세를 거스른 나는 매우 '무모한' 아빠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외벌이다. 맞벌이부부가 대세인 2017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는 비주류다.

  아이 둘을 가진 아빠에 외벌이부부.
  어느 시대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가족의 모습이 이제는 매우 이상한 가족의 모습이 되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대책 공약을 관심 있게 들여다봤다.
 외벌이 가장인 내게 해당되는 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육아휴직 급여도 선진 유럽과 같이 통상임금 지급이 아니라면 외벌이인 우리 가정은 수입이 감소한다. 한 달에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대출 이자와 고정비를 생각하면 육아휴직은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다.

  안심보육 환경 조성 공약으로 제안한 집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는 그 대상이 만12세 이하 맞벌이부모 자녀로만 제한되어있다. 자녀가 둘 이상인 비주류 외벌이부모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지. 그럴 거면, 저출산 문제 해결 접근이 '맞벌이부부만 아이를 더 낳으세요. 정부가 책임지겠습니다'로 해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중 실제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은 것도 있다. '10 to 4 더불어돌봄제도' 같은 것이다. 8세 또는 초등 2학년까지 24개월 범위 안에서 임금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연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이 대안이 아닌 나도 이러한 현실적인 제안에는 찬사를 안 보낼 수 없다.

  그러나 공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회사에서 소위 '완장'차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 칼같이 근로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챙기는 영국인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 양보하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책임감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나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겪은 일이다. 병원에서 4주 진단을 받은 환자임에도 다른 공동연구진에게 미안할 것 같아 병원 치료 후 진통제를 먹고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근무 평정권을 가진 상급자가 그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조롱하듯 내뱉는 한 마디는 비수가 되어 꽂혔다. 나는 내가 내 몸 상해가며 굳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회한이 들었다.

  비단 나만 겪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영국에서였다면 소송감이겠지만, 이게 우리나라 직장 문화의 현주소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갑질'은 한두 번 겪으니 그냥 넘어가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좋다. 그러나 이 같은 직장에서의 적폐가 청산되지 못하면, 좋은 취지는 좋은 취지로만 끝날 공산이 크다.

  공약이 공약(公約)이 될지, 또 한 번의 공약(空約)으로 끝날지는 지켜보면 알겠지.

27 May 2017
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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