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
이 유명한 구절은 바로 소설가이자 공군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남긴 <어린 왕자>에 나온다.
외계별에서 온 어린 왕자가 다시 자기가 떠나온 별로 돌아가려는 순간, 지구의 여우가 왕자에게 말해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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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텍쥐페리
 
결론부터 말하면 ‘마음의 눈’은 도덕, 사랑, 정의, 선 그리고 행복의 소중함을 볼 수 있는 진정한 눈이다. 그 눈이 없는 까닭에 인간은 이기심과 물질에 대한 욕망, 권력욕, 시기심으로 얼룩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이야기다.
작가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 1900~1944)의 삶은 극적이다. 그는 어린 시절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 소식을 접하고 비행기 타보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1920년 징병으로 공군에 입대했고, 1922년 남프랑스에서 군용기 조종 면허증을 땄다. 그 해 10월 예비소위에 임관됐고, 첫 비행의 체험을 하게 된다. 첫 소설 <비행사>를 발표한 것도 그 무렵이다. 1926년부터 프랑스령 카사블랑카와 현재 아프리카 중부의 세네갈 수도 다카르를 왕복하는 우편 비행에 종사했다. 3년간의 비행 경험을 토대로 <야간 비행>을 집필하기 시작해 1931년 출간했다. 그해 신문기자의 미망인과 결혼했다.
 
그러던 중 민간항공회사에서 시험 조종사가 되어 비행하다 추락하는 시련을 맞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생텍쥐페리는 1939년 <인간의 대지>를 출간해 그해 프랑스 소설대상을 수상한다. 그는 다시 육군정찰기 조종사가 되어 군에 복귀했다가 프랑스가 나치에 함락되면서 1940년 미국 뉴욕으로 망명했다. 1943년 뉴욕에서 우리가 오늘 함께 생각해보는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를 펴냈다.
 
소설을 내놓은 지 한 달 뒤 다시 자원해 연합군에 합류해 튀니지 부근 마르사 기지에서 미군 조종사로 활약한다. 그리고 2차 대전 종전을 1년 정도 앞둔 1944년 7월 31일 프랑스 본토 정찰을 떠난다며 이륙한 뒤 그가 조종하던 비행기와 함께 영구 실종되었다.
 
<어린왕자>는 동화 같은 줄거리와 명대사 때문에 모르는 이가 드물 정도로 우리나라에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 명구절의 실체적 해석을 위해 짧게 그 줄거리를 요약해본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던 어느 비행사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한가운데서 비행기가 고장 나 불시착했고 거기서 정비를 하던 중 외계의 별에서 온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비행사에게 자신이 살던 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별엔 장미 하나가 있었는데 자존심이 아주 셌다고 했다. 어린왕자는 그 장미의 오만함을 고쳐주려고 여러 별로 여행을 떠났던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위적인 왕이 살던 첫 번째 별, 칭찬만 듣기를 좋아하는 허풍선이가 살던 두 번째 별,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만 마시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는 세 번째 별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어 우주 5억 개의 별이 모두 제 것이라며 그 수를 세며 사는 상인이 있는 네 번째 별, 하루의 시간이 1분이어서 매 1분마다 불을 켰다 끄는 등불지기만 살고 있는 다섯 번째 별, 서재 밖으로는 나가본 적 없는 어리석은 지리학자가 사는 여섯 번째 별을 거쳐 마침내 지구라는 별에 도착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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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린왕자>
지구에 오기 전 어린왕자가 겪은 별들은 사실은 유사 이래 인간이 보여준 일그러진 모습을 상징한다. 권위에 빠진 권력자, 허풍을 일삼는 위선자, 술에 빠져 정신을 놓고 사는 사람, 재산에 집착해 어리석은 셈만 하는 자, 시간의 의미를 모른 채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 그리고 여섯 번째로 편협한 지식에 얽매여 세상 이치를 모르는 학자 등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중 일부 또는 모든 별의 주인공이 범하는 어리석음을 매일같이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어린왕자는 이곳 지구라는 별에서 지혜로운 여우 한 마리를 만난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이기’라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다.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것의 소중함을 여우를 통해 깨달은 어린왕자는 지구의 정원에 핀 수많은 장미꽃들이 자기가 두고 온 별의 장미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에게 소중한 길들이고 길들여진 관계의 장미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지구를 떠나겠다고 했다. 그때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선물 하나를 준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결이자 비밀이었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아주 간단해.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소중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이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네 장미가 네게 그렇게 소중한 것은 그 장미를 위하여 잃어버린 시간 때문이야.”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어. 그러나 어린왕자 넌 그걸 잊지 않길 바란다.”라고 당부한다.
여우는 마지막으로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해. 왕자야, 너는 네가 길들인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라고 속삭인다. 어린왕자는 지구에 온 지 꼭 1년이 되는 날 두고 온 장미를 책임지기 위해 자기 별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화두를 성철스님은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그가 남긴 온전한 문장은 ‘마음의 눈을 바로 뜨고 그 실상을 바로 보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이다. 여우가 강조한 마음의 눈과 성철 스님이 산을 산으로 물은 물로 볼 수 있는 눈이 통함을 느낀다. 오늘 나는 또는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마음의 눈(心眼)’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꼭 새겨들을 만한 중요한 대사를 많이 남겼다. 대표적으로 친구를 이렇게 정의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너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너의 진정한 친구야.” 또한 “인간은 무언가를 이해할 시간이 없어. 그리고 다 만들어진 것을 가게에서 사려고만 하지. 하지만 우정을 살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어.” 진정한 우정의 값어치를 보여주는 거울 같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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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통합 이전 프랑스 돈 50프랑 지폐. 생텍쥐페리와 어린왕자가 실린 모습이다.
 
그러면서 순수한 동심을 잃고 이기심에, 물욕에, 권력욕에 타락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생텍쥐페리는 이런 대사로 비판한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아이였지. 허나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어.”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이 바로 마음의 눈이다. 인간은 지난 수천 년 그 심안(心眼)을 가리고 욕안(慾眼), 즉 욕망에 사로잡힌 색안경 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로 해서 갈등과 반목, 증오와 전쟁, 시기와 모함으로 얼룩진 세상을 만들어왔다. 이 얼룩진 세상을 만드는 눈을 걱정하면서 생텍쥐페리는 어쩌면 어린왕자를 다시 마주하기 위해 돌아오지 않는 비행길로 떠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