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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18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결국 지난주 연휴 마지막인 일요일 집 근처 공원에 데려갔다. 집안에만 갇혀있던 아이가 신이 나서 뒤뚱뒤뚱 걸어 다녔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주변 사람들이 쳐다본다. 어린 애를 공원에 풀어놓은 나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날씨가 좋았던지 공원에는 전동휠과 전동스테이트 보드를 타고 여기저기를 달리는 남녀노소가 넘쳤다. 사람 다니는 길, 자전거 다니는 길 구분 없이 자전거를 타고 경주하듯 휙휙 지나가는 남녀노소로 북새통을 이뤘다. 크고 작은 개를 여기저기 풀어놓고 개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행복감에 젖은 남녀노소가 부지기수였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공원 벤치를 장애물 삼아 요리조리 비집고 지나갔다. 여차하면 내 몸을 던져 아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순간 내가 공원에 온 건지, 자동차 경주장에 온 건지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아기를 데리고 공원에 오지 말아야 했던건 아닌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영국 옥스퍼드 시내 중심부에 University Parks가 있다. 총면적 약 30만 평방미터로, 우리나라 여의도 광장(총면적 약 23만평방미터)보다 크다. 1685년 영국 국왕 찰스 2세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있는 김치헌 바오로 신부님과 이 공원을 함께 걸었고, 혼자서 1백만 보 프로젝트를 몇 차례 한 곳이다.

  하루에 혼자 3시간 이상 걸으며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건강을 추슬렀다. 마라토너들이 겪는다는 Runner's High와 비슷한 Walker's High를 수차례 겪은 곳이다. 큰 흔들림 없이 몇 시간 동안 계속 걸으면 마치 식용유를 흔든 다음 찌꺼기가 가라앉는 것 같은 속도로 생각이 느리게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그리운 곳이다.

  University Parks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본 적 없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자전거에서 내린 다음 자전거를 끌고 간다. 2010년부터는 아예 자전거 자체를 공원에 들일 수 없게 되었다. 공원을 공원답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하자는 얘기다. 물론 공원 관리자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 대표와 공원 이용자 대표와 협의한 다음 내린 결정이다.

  내가 그곳에 가면 안 됐던 것이었다.

21 September 2016
정채관 박사(영어교육·응용언어학)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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