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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달리는 트레일 런. / 사진출처=Pixabay

전형적인 마라톤보다 훨씬 더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을 ‘울트라 마라톤’이라고 하며, 산에서 달리는 것을 트레일런이라 한다. 밤새 달리거나 휴식을 취해가면서 며칠씩 달리기도 하며,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능선을 달리기도 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울트라 달리기나 트레일 런 등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운동 같지만 오히려 강도가 높아질수록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체력을 극단적으로 소모시키는 울트라 달리기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주씩 달려야 한다.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스스로를 혹독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운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국내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어떻게 이처럼 고통스러운 신체활동을 견디며 즐길 수 있는 걸까?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고통은 근육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신진대사가 방전되는 등의 신체 징후가 나타나면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를 고통으로 느끼느냐, 즐거움으로 생각하느냐의 여부는 개인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게 최근 연구 추세다. 육체적인 고통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에 따라 울트라 혹은 트레일 런을 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스포츠·운동심리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격렬한 신체활동을 할수록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이 일어난다. 신체 고통이 가중될수록 긍정적인 감정 역시 더욱 커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격렬한 신체활동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보단 오히려 보상작용을 일으켜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길은 집뒤의 매봉산에서 시작하여 남산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매봉산을 거쳐 금호산, 그리고 응봉산을 거쳐 마지막 달맞이 공원의 수많은 계단과 언덕들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길을 달리는 것은 몸과 마음의 조화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산길 달리기는 길을 보면서 미세한 조정도 하고 돌부리도 피해야 하므로 몸통 중심 훈련도 되고 균형감각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나무 뿌리에 걸리거나 작은 자갈을 밟아 넘어지지 않으려면 주로 상황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순간순간에 충실할 수 있는 아주 멋진 방법이다. 

산 달리기는 일부러 천천히 달리는데, 그러면 달리기가 더 쉽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능선에 올라서면 으레 멋진 전망이 기다리고 있어서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만끽하게 만든다. 아주 완만한 언덕조차도 달리기의 전체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몸이 즉시에 힘을 더 많이 만들어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 가파른 언덕을 달려 올라갈 때, 가끔 아주 힘들 수도 있다. 아주 가파르고 힘든 언덕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강한 힘을 가진 언덕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말이다. 언덕이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달릴 수 있다거나 올라가는 내내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언덕을 존중하는 것이다. 자칫 겁을 먹고 언덕의 기세에 눌려 서서히 자세가 무너지고 힘이 빠질 수 있으므로 결의도 단단히 다져야 한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유연하고 조화로운 페이스에 관성에 의해 날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내리막길을 달려내려갈 때 무아지경에 이른다고도 한다. 많은 주자들이 이 유연함과 자유를 느끼고 즐기게 된다. 이것이 주자들의 자유와 균형의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