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2월 1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특별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대북 제재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27일 헌법재판소가 2016년 초 당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단행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는 조치”라고 판시(判示)했다. 헌재는 이날 공단 관련 기업들의 위헌소원(違憲訴願) 사건 심판 청구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기업들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반발해 2016년 5월 9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그해 초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자 ‘국민 안위 보호, 대북 경제 제재, 안보 태세 강화’ 등을 명분으로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헌재는 결정요지에서 “2022년 1월 27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 결정과, 피청구인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철수 계획 마련,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통보,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성명 발표 및 집행 등 일련의 행위로 이뤄진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 기업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했다”고 밝혔다. 헌재가 공개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 사건 개요

○ 2016. 1. 6.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 7.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피청구인 대통령은 2016. 2. 8.경 피청구인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016. 2. 10.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 피청구인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2016. 2. 10. 14:00경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그 세부 조치로서 ① 2016. 2. 11.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 중단, ② 2016. 2. 11.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각각 지시하였고, ③ 이후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6. 2. 10. 17:00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 2. 11. 17:00경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 동결 조치를 발표하였으며,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인원 280여 명은 같은 날 23:00경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 가동 등 협력 사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 개성공단 투자 기업(청구인 1 내지 145, 이하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이라 함), 또는 개성공단 투자 기업이나 그 자회사 등과의 거래를 주된 영업 활동으로 하는 국내기업(청구인 146 내지 163, 이하 ‘협력기업인 청구인들’이라 함)인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들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및 집행이 청구인들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5.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재는 “(당시) 국제사회는 (각종 제재 조치를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게 만들려 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중단 조치는 그러한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하기 위한 조치로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했다. (또한) 통일부 장관이 취할 수 있는 협력 사업자에 대한 협력 사업의 내용, 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한 조정 명령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위 법 조항에 근거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며(헌법 제66조 제2항, 제3항),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모든 행정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가지므로(헌법 제66조 제1항, 제4항, 정부조직법 제11조), 국가 안보, 조국의 평화적 통일, 국제적 공조 등과 관련되는 대북제재 조치로서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이라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법령에 따라 실행하도록 소관 부처 장관에게 지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도 피청구인 대통령이 관여한 이 사건 중단 조치의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아울러 피청구인 통일부 장관의 세부 조치는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 결정으로 인한 현지 체류 국민의 생명, 신체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외에, 같은 법 제9조 제1항,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15조의3이 각각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중단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중단 조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경제적 제재 조치를 통해 저지하려는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하고, 북한 핵 위기의 핵심 당사국으로 독자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실행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국제적 공조를 유도하여 종국적으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동시에 경제 제재 조치와 관련된 영역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하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은 경제 제재 조치로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방식에 부합하고, 개성공단 현지 체류 근로자 등의 철수 조치를 통해 북한의 보복적 대응에 노출되는 우리 국민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그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 중단 조치는 남북관계, 미북관계,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단계적 중단만으로는, 일괄 중단의 경우와 동일한 정도로 경제 제재 조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정치적 판단하에 채택된 것이고, 그러한 판단이 현저히 비합리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단 기간을 미리 한정하기 어렵고, 체류 인원 제한 조치 역시 설비나 생산 물품 반출에 대한 북한 당국의 협조 여하에 따라 일부는 변경도 가능한 임시 조치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이 사건 중단 조치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부합한다.

개성공단에서의 협력 사업과 투자 자산에 대한 보호는 지역적 특수성과 여건에 따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관련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령은 그러한 특수성 등으로 인해 개성공단 투자 기업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중단 조치는 그러한 법령에 따른 피해 지원을 전제로 한 조치였고, 실제 그 예정된 방식에 따라 상당 부분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 중단 조치로 투자 기업인 청구인들이 입은 피해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서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이라는 경제적 제재 조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및 계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피청구인 대통령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 보기도 어려운 바,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범위 내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한 판단과 선택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중단 조치는 법익(法益)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중단 조치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투자 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