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C 캡처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혁에 관한 담론들이 나오는 가운데,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정을 맡고 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하는 이른바 '한국적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집중 연구한 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2020년 《비교민주주의연구》 제16집 2호에 실린 '한국정치의 맥락에서 본 개헌의 쟁점과 대안: 제왕적 대통령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제하의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논문은 "우리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안정성과 효율성이 모두 높은 더 우월한 어떤 권력구조로 보기보다는 ‘다소 불안정하지만 운용의 묘를 살릴 때 잘 작동하는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며 "즉, 제도 자체의 완결성보다는 정치 행위자들이 그러한 권력구조를 취하게 된 맥락과 취지를 잘 이해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야 작동하는 체제인 셈"이라고 논했다.

논문은 "이것은 한국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황태연 교수의 설명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그에 따르면 이 제도는 '전 국민적 정통성에 독립적 기반을 둔 초당적 실권 대통령으로서의 국가 수반과, 의회의 신임 여부에 종속된 당파적 실권 총리로서의 정부 수반이 분권적으로 공존하는 협력적 정부 제도'다"라고 밝혔다.

논문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 수반과 정부 수반이라는 지위와 역할이 아니라 ‘공존하는 협력적 정부 제도’다. 만약 이 두 수반이 직접 선거로 선출된 정당성과, 입법부에 의해 선출되고 독립적인 행정부의 실질적 수반이라는 각각의 정통성을 앞세워 대립과 갈등을 일으킨다면 이 제도의 의미는 크게 퇴색한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라는 구분도 실은 모호하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도 헌법상 대통령과 총리의 업무 범위는 구분되지 않으며, 미테랑 대통령 당시 시라크 총리와 외교에서 공식적인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이를 헌법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며 "실제 다수의 학자들 역시 이원정부 형태의 권력구조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간에 생겨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근원적인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를 잘 조정하지 못하면 포르투갈이나 폴란드, 핀란드처럼 내각제로의 변화로 다시 개헌을 해야 하는 불안정성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분권형 대통령제는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을 내각제적 요소의 결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제도적 방안"이라며 "그런데 살펴본 바와 같이 분권형 대통령제는 근본적으로 제도적 안정성을 가진 완결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대통령제의 안정성과 내각제의 합의제적 장점을 고루 결합하고자 하는 이상에 따라 우발적으로 결합한 산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즉,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만을 결합한 체제일 수도 있지만, 단점만이 결합된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에서의 정치야말로 불가능성에서 가능성의 기예(arete)를 발휘하도록 요청받는다"고 논했다.

논문은 "그리고 이러한 정치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주체들, 곧 정치의 당사자인 정치인들과 정당들이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취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성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논문은 "프랑스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이원정부제, 곧 대통령제에 기반을 둔 이원정부제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가 프랑스의 사례를 전거로 삼아 분권형 대통령제를 시도한다면, 적어도 그것이 프랑스처럼 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주의에 사로잡히지는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논문은 "그리고 의원내각제나 대통령제 중 어느 제도에 기반을 두더라도, 제도 자체만으로 행정부와 의회,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나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으며, 공통적으로는 협치의 정치문화가 충분히 숙성될 때만 이 제도가 어느 정도라도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