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영부인 사진.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녹음 주요 내용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김씨의 일부 언사를 놓고 여야(與野) 간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이어지고 있다. 심하게는 ‘영부인 자질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과거 역대 영부인들의 면모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깊어지고 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18년 《한국언론학보》 62권 4호에 발표한 논문 〈2000년 이후 언론에 표현된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에서, 언론에서 역대 영부인들을 언급할 때 주로 어떤 표현이 사용됐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이미지가 형성됐는지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본 연구는 정부 수립 이후 약 100여 년간 역대 대통령들과 영부인들이 언론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분석하기 위해 ‘형용사 컴퓨터 텍스트 분석’을 실시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들의 공시적인 인상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R 3.4.2 프로그램을 활용, 2000년 1월 1일부터 2017년 7월 26일까지 네이버 뉴스 페이지 관련 기사 내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의 키워드 언어 분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연구 결과 대통령과 영부인을 표현하는 긍·부정 형용사 가운데 대통령은 개혁, 큰, 자유, 지적, 새로운, 다양한(긍정) / 다른, 비리, 먼, 독재, 강력한, 부정적(부정), 그리고 영부인은 큰, 자유(긍정), 다른, 먼(부정)의 형용사가 모든 대상자들을 표현하는 데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전체 대통령과 영부인 그리고 긍·부정 형용사 간의 교차 분석 결과, 대통령보다는 영부인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영부인보다는 대통령의 역할이 부정적 평가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치임이 가장 큰 이유로 이해됐다”고 풀이했다. 

박 교수는 “긍·부정사 형용사 표현에 나타난 10명의 역대 영부인 간의 차이를 보면 손명순, 공덕귀, 프란체스카는 긍정 형용사의 출현이 가장 많았고, 홍기, 이순자는 부정 형용사의 출현이 가장 많았다”며 “전체적으로 긍정 형용사가 많이 사용된 영부인의 순서는 손명순 > 공덕귀 > 프란체스카 > 이희호 > 김윤옥 > 권양숙 > 육영수 > 김옥숙 > 이순자 > 홍기였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전 대통령과 영부인의 긍·부정 표현을 부부 간의 차이로 살펴보면 공덕귀 > 윤보선, 프란체스카 > 이승만, 손명순 > 김영삼, 육영수 > 박정희 순으로 부부가 긍·부정 표현의 간극(間隙)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 최규하와 홍기 부부 이외 부부 간에 대통령은 영부인에 비해 부정적 표현이 많았는데, 공덕귀는 남편인 윤보선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표현된 반면, 육영수는 박정희보다 약간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부부 간 긍·부정 표현 차이는 모두 통계적 차이가 있었으며, 최규하와 홍기 부부만이 차이가 없었다”며 “최근에는 손명순 여사에 대한 긍정 표현이 가장 두드러졌으며, 초창기 영부인에 대한 긍정적 표현이 많았으며, 공덕귀, 프란체스카, 육영수 순으로 긍정 표현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승희 연구에서도 프란체스카, 공덕귀, 손명순은 ‘전통적 내조형’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본 연구에서 가장 긍정 형용사가 많았던 손명순의 경우 본문에 언급된 바와 같이 ‘김영삼 대통령 때 청와대 제2부속실의 최우선 홍보 방침은 무홍보였을 정도로 영부인의 내조 활동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며, 손명순은 청와대를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만드는 데 몰두했다’(이영애, 1999)고 돼 있다. 함성득(2001)과 박재영·윤영민(2008)의 연구에서도 손명순은 ‘은둔형 영부인’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인용했다.

“손명순이 가장 긍정적 형용사가 많은 것에 관한 함의는 무엇보다도 영부인의 역할은 여성이 남성을 보좌해야 한다는 성 역할의 문제이기보다는, 영부인이라는 역할 자체가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마치 부통령이나 장관 그리고 여왕을 보좌하는 대공(大公)도 유사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손명순, 공덕귀, 프란체스카와 비교해 비교적 대외적 활동이 많았던 육영수, 이순자는 함성득(2001)에 따르면 정치 및 정책적 역할까지 행사하는 활동적 내조형이었다고 평가된다. 정치적 내조형이었던 육영수, 이순자 모두 전통적 내조형이었던 손명순, 공덕귀에 비해 부정 형용사가 많은 것은 그만큼 영부인의 정치 활동이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결과였다. 

결국 전통적 내조형 또는 은둔형의 영부인 역할이 시대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다만 내조를 벗어나 적극적 사회 활동의 영부인 역할이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활동을 하는가의 도덕적 문제에 그 바람직한 영부인 역할의 해답이 있을 듯하다.”

박 교수는 “박정희에 비해 긍정적이었던 육영수는 ‘학생 시위가 발생하면 대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대화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봉사 활동도 적극 수행’하는 등 전통적 여성 역할과 공식적 정치 역할을 겸비하는 정치적 내조형으로 평가됐다”며 “이외의 연구에서는 심지어 ‘정치 및 정책적 역할까지 행사하는 활동적 내조형의 육영수(함성득, 2001), 대통령을 동반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독자적인 영부인(박재영·윤영민, 2008)’으로 적극적 사회 참여형 영부인으로 육영수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