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교환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내년 임기 종료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북한 체제의 민주화로의 변화 없는 종전선언은 국가 내부의 분열을 심화하고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경환 동의대 명예교수는 지난 9월 정치 학술지 '통일전략'에 게재한 '종전선언의 성립조건과 우리의 대응전략'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카드를 제시했음을 언급하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구나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미사일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이 엄중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발언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로이드 오스틴(Lloyd James Austin III)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중국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은 같은 날 톈진(天津)에서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나 종전선언 추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현 단계 한반도 안보지형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체제의 전제성(專制性)과 폭력성,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반(反)민주성과 반(反)역사성 문제로 귀착된다며 한반도 안보지형의 특성을 다음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북한 체제의 반민주적 전제성의 지속 문제를 지적했다. 논문은 현재 북한 체제는 '수령절대주의'에 기초한 전제적 독재 체제를 정권 수립 이후 계속해서 변함없이 구축하고 있으며, 남조선혁명전략에 의한 대남 전략을 정권의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북한 정권의 체제적 성격과 대남정책 기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한 정권과의 평화협상과 협상으로 인한 그 어떤 선언도 현실성을 가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둘째, 한반도에서 평화 문제를 취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문제가 완전히 처리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진척 사항도 발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은 1차적으로 북한 비핵화문제의 해결, 2차적으로 북한 체제의 민주성에로의 변화라는 요소들이 해결돼야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셋째, 현 단계 한반도 안보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잔존을 거론했다. 사사건건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후원하는 배후 세력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가 잔존하는 한 한반도 통일국가 수립의 구조적 요인인 북한 체제의 민주화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2018년 4월 27일 문재인-김정은에 의해 서명된 소위 '판문점 선언' 내용을 바탕으로 현 정부가 말하는 종전선언의 개념을 분석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의 전 단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그러나 종전선언 그 자체만으로 평화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은 평화조약의 일부일뿐더러 종전선언으로 인한 전쟁 상태의 종료가 전쟁의 사실상 종료 방법인 적대 행위의 종료와 구별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 교수는 남북한 간에 평화에 대한 가치의 공유와 북한 체제의 민주화와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섣불리 추진하는 것은 전쟁 상태의 종료라고 하는 종전선언의 개념 규정과 역행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엄중한 현재의 남북한 관계와 동북아 안보 정세로 볼 때 종전선언은 반드시 그 성립을 위한 조건이 충족됐을 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한 간 실질적 신뢰 구축  ▲북한 비핵화문제의 완전한 해결 ▲북한 체제의 민주적 변화라는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려면 우선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 정권의 '적화야욕과 도발책동'이 완전히 불식돼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상시적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끝없는 각종 도발을 감행한다면 무슨 근거로 북한 정권과 종전선언을 채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전 배치하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체제를 보장받고 미국에 위협을 가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대한민국에 대한 적화야욕의 일환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런 엄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북한 비핵화문제를 형해화(形骸化)시키려는 친북 내지 종북 분자들의 고도의 전략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재는 폭력을 기초로 하는 체제다. 평화는 자유를 기초로 한다. 자유의 반대어는 폭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와 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며 "북한 체제의 전제성, 독재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떤 평화 논의도 무의미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너무나 당연한 논리를 애써 무시하고 북한 정권과의 평화나 평화 체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모르는 너무 천진난만한 감상적 평화주의자의 넋두리이거나 아니면 북한 정권과 내통하거나 그 정권의 이념과 동일성을 가진 친북·종북 분자의 공작(工作)의 일환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과 공산주의는 평화 공존할 수 없는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은 북한 정권이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대한민국과 합의한 이유는 바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유엔사를 해체해 한반도 전역을 공산화하는데 있다며 이런 분명한 북한 정권의 의사를 외면하고 종전선언에 임하게 될 경우 한반도 안보 정세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 어떤 급변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대응 전략을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종전선언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민주적 변화라는 제반 조건이 성숙하고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이 담보될 때까지는 유보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종전선언 문제는 평화 가치의 실천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평화는 반드시 자유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이런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는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고 전제돼야 한다"며 "이런 평화 가치의 본질에 의거해서 보면, 북한 정권과 같은 전제독재정권이나 이런 전제독재정권을 추수(追隨)하고 옹호하는 한국 내의 친북·종북 세력들은 평화를 말할 최소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평화 가치의 정치 철학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종전선언은 현 단계에서 결코 선언돼선 안 된다는 점에 일치된 의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북한 정권과 같은 전제독재정권이 평화를 말할 수 있으며 평화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종전선언이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셋째, 혈맹 국가인 미국과의 돈독한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 좌파 및 친북 세력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과 전략이 노골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아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 정권이 자신의 위기 국면을 타개할 돌파구로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카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국내외적 상황과 예견되는 미래 상황을 감안해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관계를 보다 굳건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체제의 구축 문제는 북한 정권과 중국 정권과 같은 반민주적 정권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저자는 "물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갖는 구조적 위험성을 모르고 순수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런 주장은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오도된 평화관과 통일관에 의한 것임을 북한 체제의 현재의 성격, 그리고 한반도의 안보 상황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