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캡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차기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 대표의 대선 도전은 17, 18, 19대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당내 경선에 세 번 나서기도 한 그는 이번 출마를 위해 당적을 둔 민생당에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유세를 준비하고 있다.

4선 중진에 당 대표만 세 번, 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를 지내는 등 오랜 정치 경력의 손 전 대표가 전격 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이른바 '제3지대' 중도진영의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현재 안철수, 김동연, 심상정 등으로 세분화된 제3지대에 맹주(孟主)급 인물이 등장하면서 후보들 간 합종연횡 또는 '빅 텐트 수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손 전 대표의 등판이 과연 제3지대의 세력화를 이끄는 회오리가 될 것인가.

학생운동, 노동투신, 교수생활... 인간 손학규

손 전 대표는 1947년 경기도 시흥(현 서울 금천구)에서 태어나 교사인 부친의 슬하에서 자랐다. 그가 4세 되던 해 교장으로 승진했던 부친이 작고한 후, 손 대표를 포함 7명의 형제는 홀어머니를 모시며 자랐다. 1962년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3학년 때 대학생들과 함께 한일협정 반대시위에 나섰다. 19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관련 시위에 나갔다. 시인 김지하 등 집회에 참가한 선배들과 함께 문리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대학 2학년 때는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가했다가 무기 정학에 처해졌다. 그 와중에도 데모를 이어가 두 번이나 무기 정학을 받았다. 학교를 떠나 강원도 함백 탄광에 가서 광부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 복학 후 조영래 변호사,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의 상징이 됐다.

군 제대 후 소설가 황석영과 구로공단에 자취방을 얻어 노동운동에도 투신했다.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와 협업해 빈민 선교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에 충격을 받은 손 대표는 청계천에서 빈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노동운동을 하다 1년간 징역을 살았다.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하에서 노동운동을 지속한 손 대표는 2년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원주의 사과 과수원, 서울의 철공소 등에 위장취업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직선제 개헌이 선포된 1987년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인권 운동을 이어갔다. 1988년부터 3년 동안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0년부터 4년 동안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했다. 당시 같은 진보적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과 인연을 맺었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 민자당 출신으로 14대 총선 보궐선거에서 경기도 광명시를 지역구로 삼아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신한국당 출신으로 15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 1996년 11월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됐다. 그의 나이 만 49세, 당시로서는 역대 최연소 복지부 장관이었다.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했다. 2년 뒤 민선 3기 경기도지사로 일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 그해 8월 진보정당들이 규합한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다.

한나라당-민주당 넘나들며 양명가도... 정치인 손학규

이듬해 1월 같은 당 대표로 선출된 손 대표는 분리돼 있던 민주당과 합당, '통합민주당'을 창당해 그해 18대 총선을 지휘했지만 한나라당에 참패해 물러났다. 강원도 춘천에서 한동안 칩거 중이던 손 대표는 2010년 정계에 복귀, 보편적 복지 노선을 주장하며 민주당 대표가 됐다. 이듬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 경기 성남 분당구를 지역구로 삼아 4선 의원이 됐다. 2012년 18대 대선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나섰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패해 물러났다.

2013년 10월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불출마한 뒤, 2014년 6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그해 7월 수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시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에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군 만덕산 자락의 토굴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2년 뒤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과 '제7공화국' 건설을 주창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그해 10월 20일 강진군 토담집을 나서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2년 동안 이곳 만덕산 기슭에서 잘 지냈고, 이제는 만덕산이 내려가라 합니다. 내려가야죠." 손 전 대표는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자신의 지지 기반인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이끌며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난항을 겪을 때 거국중립내각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2017년 2월 국민의당에 입당, 19대 대선 출마를 목표로 당내 경선에 나섰으나 안철수 후보에게 패해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 대표에게는 '징크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가 정치적 중대 결단을 내릴 때마다 큰 사건이 터져 묻혀버린다는 의미에서다. 2006년 전국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치고 상경, 국민들에게 성과를 보고할 당시에는 북한의 첫 번째 핵 실험 사건이 가로막았다. 민주당 대표 시절, 최초로 시청 앞 광장에 텐트를 설치해 농성에 들어갈 때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다. 2016년 정계 복귀, 개헌 추진을 선언할 때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손 전 대표는 굴하지 않고 정치적 재기를 꾸준히 모색했다. 과거 18대 대선 국면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주목을 받기도 한 그는 2017년 《월간중앙》 3월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정당(당적)을 자꾸 바꿨다지만 바꾸지 않은 것이 있다. 나는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만일 내가 정당을 바꾸지 않았다면 소신과 이념을 바꿨을 것이다. 내 소신과 이념을 계속 유지한 상태에서는 새누리당에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정치적 배신이 아니라 소신과 정책을 제대로 지킨 것이었다. 민주당 당적을 버린 것은 새로운 정치를 위한 일이었다. 민주당의 기득권·패권 세력은 지금 손학규에게 맞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개혁 세력을 찾아나선 것이다.

"나는 '정치적 배신' 한 것 아냐... 소신 바꾸지 않았을 뿐"

(...)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에서도 해보고, 민주당에서도 해보고, 국회의원·도지사·장관에 젊어서는 민주화운동도 했다. 도지사 시절에는 세계적 기업을 경기도에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었다. ‘다양한 경험이 손학규 당신의 역량 평가에 도움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중도와 중도보수층에서 그런 능력을 평가한다면 나 손학규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손 전 대표는 이번 20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문제는 정치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승자 독식 패자 전몰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 주범이다"라며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과 국회의 상전이 되어있는 나라다. 대통령이 검찰과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제는 오직 갈등과 분열, 대립과 투쟁만을 조장할 뿐,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나갈 수 없다"며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통합의 정치를 열어 ‘편 가르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치유와 화합의 정치로 만들겠다. 부정의 리더십을 긍정의 리더십으로 바꾸겠다"며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을 열겠다.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한 대통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 양당제 국회를 다당제 국회로 바꿔 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한마디로,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 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부연했다. 이하 손 전 대표의 출마 선언문 전문(全文)이다.

"87 체제 청산, 대통령제 폐지, 의회 중심 7공화국 열 것"

[제20대 대통령 출마 선언문]

대통령제를 폐지할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 손학규는 오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합니다.
무한 권력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할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대선이 석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웬 뜬금없는 출마냐 하고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선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대통령 선거가 나라를 이끌 비전은 보여주지 못한 채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누구 한 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한 명은 감옥에 갈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대통령선거는 과거로 돌아가는 선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는 선거여야 합니다. 대통령선거는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는 선거여야 합니다. 대통령선거는 정책과 능력, 비전을 놓고 벌이는 한판의 국민축제여야 합니다.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포스트 코로나와 4차산업혁명의 길을 앞 다퉈 열어가고 있습니다. 전통적 산업구조의 해체와 함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인공지능과 결합된 과학기술의 발전은 민간인이 우주여행을 하는 수준까지 세계를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저출산·고령화 등 지구적 위기를 넘어설 비전을 마련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등장으로 미·중 대결은 더 첨예화하고,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자국중심주의의 경제패권 전쟁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안보와 평화에 대한 도전도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막 올라선 선진국의 문턱에서 이를 유지하고 승승장구하는가, 아니면 여기서 추락해서 퇴락의 길로 가는가 하는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대통령의 역할은 이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포스트 코로나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국가적 명운을 가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두고 벌이는 대선이 “누가 덜 나쁜 놈인가?”를 가르는 선거여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문제는 정치입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 주범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과 국회의 상전이 되어있는 나라입니다. 대통령이 검찰과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제는 오직 갈등과 분열, 대립과 투쟁만을 조장할 뿐,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나갈 수 없습니다.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저 손학규가 하겠습니다. 통합의 정치를 열어 ‘편 가르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치유와 화합의 정치로 만들겠습니다. 부정의 리더십을 긍정의 리더십으로 바꾸겠습니다.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을 열겠습니다.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불행한 대통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양당제 국회를 다당제 국회로 바꿔 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겠습니다. 한마디로,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겠습니다.

저는 2018년 12월 바른미래당 대표 시절 열흘간 단식을 했습니다. 단순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회를 다당제로 바꿔 연합정치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하고 저는 단식을 끝냈지만, 2019년 선거법 협상 시 준연동형 비례대표로 바뀌고, 4.13 총선 때는 위성비례정당이라는 기상천외의 발상으로 결국 양당제 회귀라는 불의를 목도했습니다. 그 뒤 무한투쟁, 극단의 정치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 시절 독재정권과 맞서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습니다. 영국 유학과 미국, 독일, 실리콘밸리 연수 등으로 세계의 변화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이래 줄 곳 개혁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3년간 끌어 온 한약분쟁을 해결하며 조정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경기도지사로 세계를 10바퀴 돌면서 파주 디스플레이 단지, 판교 테크노밸리 등으로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7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두 번의 민주당 대표를 지내면서 야권 대통합을 이뤄내 통합의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2010년에는 ‘함께 잘사는 나라’를 꿈꾸며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으로 보편적 복지 정책의 기틀을 쌓았습니다. 2012년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시대의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여 우리는 더 높은 성장을 통해 더욱 많은 분배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국운 융성의 기운이 충만해 있습니다. 과학 입국, 테크놀로지 강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의 부강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나라, 서로 돕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나라를 만들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다음 대통령에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은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대한민국을 미래로 이끌 비전의 리더십, 둘째, 분열과 갈등을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 셋째 헌법을 개정하고 의회 정치로 이끌 민주주의 리더십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 손학규가 하겠습니다.
이번 대선은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하는 대선입니다.

저는 돈도 조직도 없습니다. 화려한 공약도 없습니다. 캠프도 없이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나홀로 대선’입니다.

그 어려움을 제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제가 하겠다는 겁니다. 그 어떤 개인적 수모도 다 받아들이고 대통령제 아래서 양당제의 극한 대결의 정치를 청산하고 합의에 의한 의회민주주의 정치가 뿌리 내리는데 마지막 헌신을 하고자 합니다.

해본 사람이 합니다. 제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호소할 때 국민들이 반응하고, 실천을 보여줄 때 호응이 커지고, 드디어 커다란 외침으로 함성이 되고, 마침내 기적을 이룰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광야에서 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나아갑니다.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해 나아갑니다.
저 손학규와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열어갑시다.
함께 만들어 갑시다.

2021. 11. 29
손 학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