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사유다. 법리와 증거에 입각한 사필귀정의 원칙판결로 평가한다. 공수처의 선거 개입과 정치공작에 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급제동을 건 소신판결로 평가한다. 애초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8조의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상자의 권익 침해의 정도가 보다 낮은 수사의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임의수사 원칙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기각 이틀 만인 지난 23일 갑자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체포영장을 기각했는데 더 침익성이 높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가. 만일 손 검사가 계속 소환에 불응하면 이를 이유로 또다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되지 않는가. 무엇보다 이번 구속영장은 정권의 날치기에 의해 올해 1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영장 청구다. 그렇다면 정치적 오해를 피하고 확실한 발부를 위해 좀 더 철저하게 수사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수처가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이틀 뒤인 25일에야 손 검사에게 통보한 것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에 갑자기 통보하면 어떻게 재판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필자는 이번 영장 건에서 보듯 공수처가 정권의 '윤석열 죽이기 프로젝트'에 가담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지난해 4월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김웅 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지만 실제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지 않은가. 또한 시점 자체도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는 문자를 보내 압박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피의자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없고, 가장 중요한 참고인인 김웅 의원에 대한 조사도 없이 갑자기 구속영장부터 청구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 수사인가. 오죽하면 대한변협조차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을 규탄하겠는가.

공수처는 영장 기각에 대해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손 검사에 대한 조사 등을 거쳐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오기와 아집일 뿐이다. 영장 기각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부끄러운 줄 알고 뼈아프게 곱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1호 체포영장, 1호 구속영장 전부 기각된 데 대해 통렬한 자성(自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독립성이 생명이다. 권력과 여론에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법불아귀(法不阿貴)'의 소신 수사를 해야하는 최고 수사기관이다.  ‘이성윤 황제조사’와 같이 계속 권력과 코드를 맞춘 ‘정권 보위처’로 전락하면 결국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공수처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은 어떠한 국가기관도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