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9월 12일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야권 잠룡(潛龍)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김영우 전 의원 등 기존 정치권이 주축이 된 대선캠프를 해체하고 상속세 폐지를 공언(公言)하는 등 ‘독자 행보’에 나선 것.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한 자릿수에 머무는 ‘지지율 답보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최 전 원장은 과연 다가오는 ‘추석 민심’을 잡고 내달 8일 예정된 2차 경선 4강(强) 진출로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야권 후보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앞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준표 의원, 맹추격에 나서는 유승민 전 의원 등 기존 ‘정치 9단’ ‘대선 재수생’들을 꺾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난관이다. 

대선 포기 아니라 성공 위해 새로운 길 간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4일 캠프를 해체하며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레이스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에 들어오고, 전격적으로 입당하고, 출마 선언하면서, 정치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들어와 혹독한 신고식을 거쳤다. 주변에 있던 기성 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는 점점 식어갔고,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제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저는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배신자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의 길을 가려고 한다. 홀로 서겠다”며 “그동안 듣지 못했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색깔, 중심 찾고 강한 리더의 모습 보여줄 것

최 전 원장은 《월간조선》 2021년 10월호 인터뷰에서도 “정치 경험이 없다 보니 주변에서, 혹은 캠프 안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준다. 그런데 그게 서로 상충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어떤 때는 왼쪽으로 갔다가 어떤 때는 오른쪽으로 갔다가 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여드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그러자 ‘저 사람 자기 소신대로 가지 않고 휘둘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제게 기대하셨던 분들의 바람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제 색깔을 찾고, 중심을 잡고, 제가 리드해가는 행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무엇보다 제가 과거 판사와 감사원장 시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빨리 정치인의 모습으로 거듭났어야 하는데 그게 서툴렀고, 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또 기성 정치인들처럼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다 보니 뭔가 준비가 부족한 듯한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과 결기 다시 발휘한다면 2차 경선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최 전 원장 캠프 공보특보를 맡고 있는 천하람 변호사는 지난 15일 ‘TBS -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야구로 치면 자기 스윙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해서는 안 되고 나의, 나만의 스윙, 원래 내가 갖고 있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천 변호사는 “정치 들어오고 나서 원칙주의자적인 면모, 그러면서도 미담이 있는 따뜻한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많이 잃으셨다”며 “흰 것은 희고 검은 것은 검다고 이야기하는 결기를 다시 발휘해야 되는 시점이고, 그 시작점이 저는 캠프 해체라고 본다. 감사원장일 때 보여줬던 그 모습을 되살리기만 한다면 (2차 경선에서) 충분히 4위 안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상속세 폐지가 반전의 승부수 될까

최 전 원장은 16일 캠프 해체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상속세는 평생 열심히 일한 돈으로 집 한 채, 차 한 대, 주식 약간을 보유하고 살다가 후대에 남겨주고 가고 싶은 일반 국민들이 부딪혀야만 하는 과제이자 짐이 되고 있다”며 “재산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것인데, 상속세는 세금을 내면서 열심히 벌어서 지켜온 재산에 대해 국가가 다시 한번 물리는 세금의 성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 지분의 상속에는 절반이 넘는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상속세를 낼 수 없어 가업 경영을 포기하고 기업을 처분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며 “여러 선진국들은 가업을 이어받아 경영하고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면 상속세를 감면해 주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그와 같은 제도는 있지만 공제 요건이나 사후 관리 요건이 까다로워서 기업 승계를 포기하고 매각하거나 폐업하기도 하고 아예 일찌감치 해외로 이전을 추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우리가 복지 천국이라 부르는 북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상속세가 없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 이상입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봐야 합니다. 자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정상적인 일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계속 운영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을 단지 대를 물려 경영한다는 이유로 그 지배력을 절반 이상 가져가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저 최재형은 상속세의 폐지를 공약합니다. 그러나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단순히 일부 부유층만이 덕을 보는 감세가 되도록 하지는 않겠습니다. 상속세의 세수는 2020년 기준 4조2294억 원입니다. 전체 세수의 1% 수준입니다. 이러한 상속세를 전면 폐지한다고 해서 전혀 세금을 안 내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거나 이전할 때 과세하면 됩니다. 상속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조치를 시행하겠습니다. 진정한 공정 과세 내지 실질적인 부의 재분배를 꾀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 위한 행보 나서라고 마지막 조언... 김영우의 한탄

최 전 원장의 ‘상속세 폐지’는 반전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영우 전 의원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앞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그저께 저는 최재형 후보님께 좌도 우도 생각지 마시고,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행보에 치중하시라고 마지막 조언을 드렸다”며 “지난 일요일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간담회 하신다고 해서 그걸 제가 제동도 걸었다.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였다”고 충고했다. 그는 “최재형다움의 실체가 진짜로 무언지, 있다면 그게 실제로 주변의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침해되어 가고 있는지, 열띤 토론과 냉정한 분석이 선행된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반전 있겠나... 김종인의 비관

한편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최재형 후보는 대통령을 ‘자기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그런 집념을 가졌다고는 생각 안 한다. 정권 교체를 하려면 어떻게 자기가 처신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 본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 전 원장이 새 전략으로 나서더라도 “큰 반전이 있겠나”라고 비관(悲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