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18일 새벽 1시경, 서울 신당동의 한 골목에 1t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그 트럭 뒤 사각지대에서 2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연이어 발길질을 했다. 연이은 발차기에 여성이 쓰러졌다. 여성이 일어서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면, 남성은 여성을 다시 끌어다가 발길질을 한 뒤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여성은 이 자리에서 치아 3개가 빠지고 2개가 부러졌다. 두 사람은 1주일 전까지는 연인사이였으나, 여성이 헤어지자고 한 뒤 남성이 여성을 찾아왔다. 트럭에 탄 남성은 도주하다가 시민들에 의해 붙잡혔다. 당시 남성의 혈중 알콜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2. 2014년 랩배틀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하며 래퍼 계의 신흥 대세남으로 불렸던 래퍼 아이언은 지난해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지난 20169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자택에서 여자친구 A씨의 얼굴을 때린 혐의와 지난 201610월 자신과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의 목을 조르고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등 폭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3. 지난 1, 논현동에 살던 30대 여성은 자신의 빌라에 쳐들어온 30대 남성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 사건 발생 당일, 여성은 허락없이 집에 들어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남성을 파출소로 데려갔다가 훈방조치했다. 바로 여성의 집에 다시 찾아온 남성은 이전보다 더 한 강도로 여성을 폭행했다. 주차장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된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일 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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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새벽에 일어난 사건_ytn 보도화면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 치밀어 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의 진술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말이다. 현재 연인이거나 과거 연인이었던 남녀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적 폭력을 일컫는 데이트 폭력은 한 해 평균 7296건 가량 일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간 폭력 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8367명이다. 20157692명보다 8.8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연인을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쳐 검거된 사람은 52명이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3명이 연인에 의해 숨졌다. 해마다 46명가량이 연인의 손에 목숨을 잃는 셈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의 77%는 전과가 있었다. 재범률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피해자의 입장은 다르다. 헤어진 다음 당하게 되는 폭력은 데이트폭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례 1에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은 이미 헤어진 사이인 남성에게 어떻게 데이트 폭력을 당할 수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이 말은 상대에게 면죄부를 주는 명칭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사례 2의 래퍼 아이언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상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아이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무거운 상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게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언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폭행을 한 것은 상대방이 원했기 때문이라는 궤변도 늘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네티즌은 이러니까 데이트 폭력이 일어나지라고 탄식했다.
 
목숨 건 연애, 데이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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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래퍼 아이언_쇼미더머니 캡처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데이트폭력 처벌은 집행유예이거나 벌금 얼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고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신고를 하러 갔는데 가해자와 무슨 사이냐라고 물었을 때 애인 사이다라고 답하면 그런 건 처벌 안 된다, 잘해도 벌금 얼마 나오고 만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생 커플이었는데 남성이 여성을 신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폭행하고 성폭력도 같이 한 케이스였다. 피해자 여성이 폭력을 방어한다고 이 남성의 팔을 잡다가 할퀴었다. 이를 경찰에 신고하러 갔더니 이건 쌍방 폭행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데이트 폭력은 이를 허용하고 방치하는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걸리면 범칙금, 보복엔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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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_뉴시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 비해 데이트 폭력에 관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경우 데이트폭력으로 구속된 가해자는 3년 동안 이성을 만날 수 없다. 영국에서는 데이트 상대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이, 미국에서는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의무 체포해 피해자와 격리하도록 하는 여성폭력방지법이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가정폭력이 아닌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는 격리 조치조차 할 수 없다. 10만원 이하 범칙금만 내면 대부분 풀려난다. 이 후 가해자의 보복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 상태다. 데이트 폭력의 특징은 재범률이 높고 점점 더 강도가 세어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국 경찰서에 데이트 폭력 근절 특별팀이 생겼다. 3월에는 112 신고 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도 신설해 가해자에게는 서면 경고장을 발부하고 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 긴급 임시조치 규정 등이 포함된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발의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조차 하지 못했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