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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일 충남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열린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로 '드론 300대 비행 기네스북 도전' 행사가 열렸다.

 드론(Drone). 군사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 들어 일반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취미용부터 택배ㆍ의료ㆍ농업용 등 활용분야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곤충의 비행방식을 활용한 이른바 ‘생체모방형 드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기존 비행체와 달리 저속(低速)비행이 가능하고, 소음이 적으며, 위장이 또한 가능해서다. 민군(民軍)용 드론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대학 연구팀이 곤충의 최적 비행술(飛行術)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11월 10일 장조원 한국항공대 교수 연구팀이 곤충의 비행 방식 연구를 통해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비행방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곤충이 날갯짓을 할 때 날개 위쪽에 작은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활용한 곤충은 더 나은 비행을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장 교수팀이 밝혀낸 연구성과는 지난 11월 3일 유체역학 분야의 국제적 학술지 《유체역학저널(Journal of Fluid Mechanics)》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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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가로ㆍ세로 형상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구조를 나타내는 그림이다. 날개가 넓은 경우(그림 a)에서는 날개 끝 와류가 강하게 나타난다. 날개의 가로ㆍ세로 비율이 3대 1인 경우, 가장 안정된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높은 비행성능을 보이고 있다(그림 b). 날개가 좁은 경우 날개 끝의 소용돌이는 크게 약화된다(그림 c).

 장 교수팀의 연구를 실용화하면 생체모방형 차세대 드론은 물론 프로펠러, 터빈 등 다양한 공학적 개발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 장조원 교수는 “이 연구는 곤충 비행에서 최적의 가로세로 날개 형상과 최적의 비행속도 영역이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첫 연구성과”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잠자리처럼 날아다니는 곤충은 앞으로 가는 ‘전진비행’과 3차원 공간에 그대로 머무는 ‘제자리비행’이 가능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돌풍에도 뛰어난 안정성을 보인다고 한다. 곤충은 빠른 날갯짓을 통해 날개 주위에 복잡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이는 인간이 개발한 비행기가 소용돌이를 피해 매끈한 날개 주위 흐름을 만들어 높은 효율을 얻는 것과 완전히 다른 비행방식이다.
 
 그동안 곤충의 비행술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곤충의 크기가 작고 날갯짓 또한 빨라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 교수팀은 제자리비행에 능숙한 박각시나방(나비목 박각시과의 곤충으로 벌새와 유사하게 비행)을 본떠 약 5배 크기의 ‘날갯짓 로봇 모델’을 자체ㆍ제작했다. 아울러 물을 담는 수조(水槽)를 활용해 실제 곤충의 비행 환경과 동일한 상황을 구현했다. 이를 수조상사기법이라고 하는데, 수조에 물을 채워 공기력을 최대한 증폭하는 방식이다.
곤충의 날갯짓에 비해 250배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10배 증폭된 힘을 만들 수 있어 공력특성(공기 중에 있는 물체 주위의 유동과 물체의 운동특성)을 보다 쉽게 분석했다.
 그 결과, 곤충이 날아갈 때 날개 주변에 발생하는 소용돌이의 안정성(소용돌이의 지속성 유지)이 곤충의 최대 비행속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양력의 세기를 2배 가까이 향상시킨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냈다.
 
 장 교수팀은 곤충의 날개 면적이 넓은 경우는 날개 끝에서, 날개 면적이 좁은 경우는 가슴에 붙어 있는 날개 뿌리에서 강하고 복잡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날개의 가로ㆍ세로 비율이 3 대(對) 1인 곤충이 가장 잘 난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음은 장조원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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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원 한국항공대 교수.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곤충 비행 관련 연구는 이미 미국이나 항공선진국에서 많은 연구결과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비행성능이 뛰어난 특정 곤충의 이동 메커니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고속 컴퓨팅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주요 방법론으로 삼았다.  생물학적 비행체들의 유체역학적 특징을 거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다면 초소형 비행체의 핵심 설계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우선 세 방향으로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는 로봇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상용제품을 구할 수 없어 자체ㆍ제작했다. 대형 수조와 로봇모델, 가시화 및 공력측정의 동기화를 위한 플랫폼도 구축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높은 신뢰수준의 결과를 위해 반복측정을 진행할 때는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연구결과를 분석해가며 추론한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큰 희열과 성취감을 맛봤다.”
 
-이번 성과는 기존 연구성과물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가.
 
“그동안 곤충 날개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왔다. 가로ㆍ세로비와 전진비(Advance ratioㆍ날갯짓 속도와 전진속도의 비율)가 주요한 역할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돼 왔으나, 측정기법의 어려움으로 과학적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성과는 곤충 날개의 가로ㆍ세로비와 전진비가 앞전와류(leading edge vortexㆍ소용돌이)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이번 결과는 연구팀의 실험기법과 연구 내용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증명하는 쾌거라 생각한다.”
 
-연구 과정에서 기억나는 일은.
 
“연구팀이 고안한 장비에는 예상보다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특히 회전하는 부품들의 공차가 너무 높아 정확한 실험이 불가능했다. 기어박스 등을 자체ㆍ제작하며 공차 최소화를 이룩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험데이터를 제때 얻어내지 못했고,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연구실적도 쌓을 수 없어 초기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DPIV 시스템도 고가(高價)여서 한정된 예산으로는 도저히 구입할 수가 없었다. 대신 저희 연구팀은 고속카메라와 레이저 등을 별도로 구매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오픈소스 기반 프로그램으로 유동구조를 분석했다. 당시 프로그램이 연구팀의 상황에 맞지 않아 코드를 수정하며 프로그램 개발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많은 대화를 나눈 게 기억난다. 이 자리를 빌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윌리엄 티릭케(William Thielicke) 박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향후 연구계획은.
 
“곤충의 이동방식은 매우 독특한데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비행체보다 우월한 비행성능을 갖고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확보한 실험플랫폼(고속 동기화 수조상사장비)은 곤충이라는 생물체의 이동방식을 규명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향후 날개의 유연성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생체모방공학이 적용된 드론을 개발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글=백승구 기자]